원.달러 환율이 20일 오전 6주만에 장중 1,050원 선을 돌파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환율 상승(원화 약세)은 국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고 내수를 누른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물가안정 조치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출을 촉진하기는 하지만 그 효과는 이전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물가 상승세에 다시 '기름'
환율 급등은 최근 국제 유가의 하락 안정세와 맞물려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됐던 물가 상승세에 다시 기름을 붓는 격이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더욱 끌어올려 물가 상승세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7월 수입물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0.6% 올라 1998년 2월(53.9%) 이후 1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환율 변동 효과가 제거된 계약통화기준(외화표시 수입가격)으로 따지면 수입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4.1% 상승해 원화 기준 상승률보다 16.5%포인트나 낮았다.
즉 환율이 오르지 않았다면 수입물가 상승률은 34.1%에 그친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물가 상승세을 떠받치고 있던 주요 축인 국제유가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급등은 유가 안정에 따른 물가 안정 효과를 상쇄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한때 배럴당 150달러를 위협하던 국제유가는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투기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 19일 기준 두바이유 현물은 109.58달러, 서브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112.87달러까지 떨어졌지만 환율이 1,050원대로 치솟으면서 물가 불안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0.07%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수출 증대에 도움되나
반면, 환율 상승은 수출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고 이는 곧 수출 증대로 이어진다. 실제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평균 14.1%에서 올해 1월 14.8%, 2월 18.8%, 3월 18.4% 등으로 10%대를 유지하다 3월 이후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4월 26.4%, 5월 26.9% 등으로 증가세가 확대됐다.
문제는 지난 상반기와는 달리 최근에는 경쟁국인 유럽, 일본 등의 통화도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달러 강세로 경쟁국가들 역시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어 수출 경쟁력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달러 강세가 유럽권 등 선진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점도 수출의 대폭적인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 경제는 2분기에 시장 예상을 밑도는 1.9%(속보치) 성장에 그쳤고 유로지역 경제는 산업생산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 경제의 2분기 성장률 역시 10.1%로 예상치 아래에 머물렀으며 일본의 6월 수출은 200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과거와 달리 환율 상승이 우리 경제의 수출에 미치는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 연구위원은 "환율 조건은 통상적으로 수입 쪽에는 영향을 빨리 미치고 수출 쪽에는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나타난다"고 말했다.
◇ 환율 상승, 투자에도 부정적
환율 상승은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투자에서 수입자본재 비중이 50%를 넘어선 만큼 환율이 상승하면 자본재를 수입하는데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가 더욱 쪼그라들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설비.무형고정투자를 합한 총고정자본의 전년 동기 대비 실질 증가율은 지난 상반기에 0.5%로 거의 `제로'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의 6.2%에 비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2001년의 -3.6% 이후 가장 낮다.
총고정자본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상반기 기준으로 2002년 7.4%, 2003년 4.4%, 2004년 3.7%, 2005년 1.4%, 2006년 2.0% 등이었다.
환율의 상승 추세는 다른 변수를 제거한다면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증권 투자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증시 위축을 가져온다. 투자 기간에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만큼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결국 내수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최근 한국경제 하강의 직접적인 원인은 내수부진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내수가 더욱 위축된다면 한국경제는 더욱 빠르게 침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건 한국은행 조사총괄팀장은 "환율 상승에 따른 효과는 경제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면서 "그러나 수출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물가에 부담을 주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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