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대형 병원의 중환자실에 가 본 사람들은 대학 교수에 해당하는 `전문의'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그나마 평일 낮이라면 사정이 조금은 나은 편이지만 휴일이나 밤에 입원이라도 하면 아예 전문의 얼굴을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때문에 중환자실에 환자를 둔 대다수의 가족들은 전문의는 커녕 인턴이나 레지던트(전공의), 간호사를 만나 얘기를 들어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게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이다.
그런데 의료계가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면서 스스로 나서 주목된다.
20일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고윤석)에 따르면 이 학회는 최근 상급단체인 대학의학회의 승인을 받아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 선발작업을 벌이고 있다. 세부전문의란 특정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 가운데서도 해당 분야에 더 전문적인 의사를 의미한다.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라고 하면 중환자만 전문으로 보는 의사를 말하는 셈이다.
이번 중환자 전문의 선발에는 결핵 및 호흡기 내과,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신경과, 신경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등에서 경력 4년 이상의 전문의 조건을 충족한 1천260명이 지원했는데, 학회는 이중 서류심사를 거쳐 총 1천120명(합격률 88.9%)을 합격시켰다.
학회는 이들에 대해 면접과 교육 등의 최종 선발과정을 거치겠다는 입장이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 대부분 대한의학회가 주는 중환자의학 전문의 자격을 받을 전망이다.
중환자 전문의 자격은 5년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로부터 갱신 받아야 한다. 또한 전문의 자격을 유지하려면 중환자의학 관련 연수평점, 논문 발표 등 필요한 요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학회가 이처럼 중환자 전문의제를 도입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복지부의 중환자실 전담의사에 대한 규정 때문이다. 복지부가 올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의료법의 중환자실 운영 규정을 보면 `중환자실에는 전담의사를 둘 수 있다. 다만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전담 전문의를 두어야 한다'고 돼 있다.
학회는 이 조항이 신생아 중환자실을 제외한 모든 중환자실에서 전문의가 아닌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중환자를 진료해도 된다는 의미를 함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환자의학회 회장인 서울아산병원 고윤석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중환자진료 전담의가 인턴과 레지턴트 등의 `수련의'라고 정부에서 천명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중환자 진료의 전문성을 고려할 때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 요소가 된다"면서 "이 때문에 중환자 전문의를 선발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회는 `중환자실 전담의는 외래 진료 또는 병동 환자의 진료 등을 병행할 수 없다'는 규정도 문제삼고 있다. 우리나라 전문의를 통틀어 외래진료와 병동환자 진료, 시술실 마취 등에 전혀 관계하지 않는 의사는 5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게 학회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학회는 중환자실에 전문의를 두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전담의가 `24시간 중환자를 돌보며 중환자실과 인접한 곳에 상주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서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논란의 여지를 만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중환자의학회가 전문의 제도를 통해 중환자 진료의 질을 세계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환자에게 필요한 `24시간 상주 규정'을 회피함으로써 너무 실익만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무조건 24시간 상주 규정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라며 "현재의 중환자실 수가체계에서는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해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전문의가 24시간 중환자실에 상주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환자실 차등등급제'도 이 같은 중환자실의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제대로 된 중환자실 진료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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