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정준형 기자입니다.
글이 너무 길면 네티즌 여러분께서 잘 안 읽고 넘어간다고 하길래, 똑같은 주제로 글을 두개로 나눠서 쓰고 있습니다. 내용은 좀 다릅니다.(^^)
골프 이야기를 계속 해보겠습니다.
최근에 국내에서 골프 인구가 해마다 크게 늘고있습니다. 어떤 기사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만, 해마다 15% 정도씩 골프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골프는 더 이상 상류층의 스포츠가 아닌 대중적 스포츠로 자리잡았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타이거 우즈'와 '박세리' '최경주'를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데 왜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골프를 치면 종종 문제가 된다고 보십니까?
언론인들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인과 공직자들 못지않게 골프를 좋아하는 언론인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주말 골프장에 가보면 정치인과 공직자,언론인들로 넘쳐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들이 골프를 치면 문제가 된다고 보십니까?
사실 골프가 많이 대중화됐다고 합니다만, 비용으로만 놓고보면 아직까지는 결코 대중적이라고만 볼 수 없습니다. 골프를 치시는 분들이야 당연히 아시겠지만, 주말에 한번 골프장에 나가 라운딩을 하면 최소한 2~30만 원은 준비해야 합니다. 여기에 톨게이트비와 기름값, 간식값, 식사값을 더하고, 내기 골프라도 한다치면 최소한 4~50만 원을 준비해야합니다.
(퍼블릭 골프장만 다니면 비용이 그 정도로 안나온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더이상 글을 읽지 마십시오!)
보통 골프를 친다고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한달에 2~3회는 필드에 나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 돈으로 비용을 계산한다고 볼 때 한달에 최소 4~50만 원에서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집 근처 골프연습장을 이용하는 분들이라면 매달 1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이것만이 아니죠. 골프를 칠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승용차가 있다고 볼 수 있고, 골프비용을 제외하고도, 한달 용돈이 최소한 50만 원 이상은 되는 분들이실 겁니다. 그렇다면 골프 비용과 자신의 용돈을 합해 최소한 한달에 얼마 정도의 돈이 있어야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게 계산으로 나오지 않습니까?
어떻습니까? 공직자나 언론인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접대를 받는 부적절한 골프가 아닌, 자신의 비용은 자신이 내는 적절한 골프만 친다고 한다면,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쉬운 운동이겠습니까?
적절한 골프만 친다면 공직자나 언론인들에게 골프는 경제적으로 상당히 버거운 운동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게 많거나, 부인의 수입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 떳떳하게 내 돈으로 친다고 항변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공직자나 언론인들의 수입으로만 봤을때 골프는 경제적으로 버거운 운동이 틀림없고, 정치 후원금을 받아 조금은 여유가 있다는 정치인들 역시 적절한 골프만 즐기다는게 사실상 힘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서민들이 바라보는 골프라는 스포츠는 어떻겠습니까? 대답이 필요없겠죠.
서민들에게 골프는 여전히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니라, 상류.특권층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비쳐질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골프가 좋아 골프장을 찾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많다면, 누군가 그들의 비용을 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 사람이 기업인 됐든, 업자가 됐든, 당연히 비용을 대는 조건으로 오고가는 뭔가가 있지 않겠냐는게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시각일 것입니다.
한 시사주간지가 지난 2006년 조사한바에 따르면, 17대 국회 당시 국회의원 297명 가운데 재산신고 때 골프장 회원권을 가지고 있다고 신고한 사람은 36명에 불과했습니다. 이 가운데 6명은 본인이 아닌 배우자 명의의 회원권이었습니다. 이는 역으로 골프장 회원권이 없는 상당 수 의원들이 골프장에 갈 경우, 회원권을 가진 스폰서에 의존한다고 추측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공직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은 골프장에서 대가가 오간다는 것을 부인합니다.
그저 죄의식없이, 접대를 특권인양 누리고 있는 분들이 상당 수 일 겁니다.
언론인들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골프는 이미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업과 로비, 회사업무, 인간관계 등의 수단으로 기능한지 오래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골프를 못치면 사업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지도 이미 오래입니다. 회사 윗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는 골프를 잘 쳐야한다고 말하는 직장인들도 많습니다.
'박세리'와 '최경주'가 대중적 스타인 시대에 골프 자체를 백안시하는 것 역시 비뚤어진, 우물안 개구리같은 편협한 시각일 수 있습니다. 또 능력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당당히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사회이여야합니다. 그것이 건전한 사회일 것입니다.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골프를 친다는 것을 마냥 나무랄 수만도 없을 겁니다. 능력이 돼서 친다는데 대해서, 어쩌면 여유를 가지고 봐주는게 성숙한 자세일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정치인과 공직자에게 요구하는게 무엇이겠습니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구는 뭐니뭐니해도 청렴성과 도덕성 아니겠습니까?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어디서 돈이 나서 골프를 치느냐는 소리를 들을때,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하겠다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골프를 치는 순간에도 서민을 생각하겠습니까?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골프가 물의를 일으키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는게 아닐까요?
거듭 말하지만, 사회 정의를 외친다는 언론인들 역시 골프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현역 국회의원인 한 정치인이 관료시절, 이런 말을 했다가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3.1절에 등산을 하면 괜찮고, 골프는 왜 문제가 되는가?"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에 나온 실언이었을 것입니다.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출발점은 도덕성을 지키는 적절한 처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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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90년대 SBS 사회부의 민완기자였던 정준형 기자는 법조팀과 경제부 등을 거쳐, 사회부 사건팀을 이끄는 시경 캡을 역임한 뒤 지금은 정치부 야당팀의 현장반장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때론 거칠면서도 정이 듬뿍 넘치는 인간미가 담긴 뜨끈뜨끈한 기사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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