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무시를 당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 왔는데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사고를 당하면서 장애인을 무시하는 냉정한 사회현실을 체험했습니다, 다시는 지하철을 타지 않겠습니다"
뇌병변 장애 1급으로 팔·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아들(12.성남 T초교 5년)을 키우고 있는 석모(38·여성·남시 분당구 거주)씨는 늘 아들에게 "장애는 조금 불편한 것 뿐이니까 절대 기죽지 말고 꿋꿋하게 살아라"고 교육을 시켰다.
석 씨 자신도 반 대표로 뽑힐 정도로 열심히 생활하는 아들과 정상인과 똑같이 대해주는 아들의 친구, 학부모, 학교덕분에 장애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과 마음의 상처없이 살아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분당선 정자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아들을 태운 휠체어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고 나서 석 씨는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로서 생전 처음 심한 모멸감과 충격을 받았다.
당시 오후 8시 40분께 개찰구를 나와 외부로 나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던 석 씨는 낮에 역무원의 도움을 받았던 생각을 떠올리며 직원호출 벨을 눌렀지만 10여 분이 지나도록 아무 응답이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데다 역무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석 씨는 할 수 없이 자신이 직접 아들을 태운 휠체어를 뒤에서 잡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그만 오르막 끝 부분에서 휠체어 바퀴가 에스컬레이터 홈에 끼는 바람에 자신과 아들, 남편 모두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3명 모두 타박상과 찰과상 등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었지만 휠체어는 몸체가 틀어질 정도로 망가졌다.
사고 직후 역무원에게 연락한 석 씨는 "역무원의 도움을 그토록 요청했는데도 왜 아무 응답이 없었냐"고 항의했고 이 역무원은 "보험에 가입됐으니 보험사에 연락해 보상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자 석 씨는 지난 1일 정자역을 관할하는 코레일 수도권동부지사에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사고처리 담당자는 "휠체어를 에스컬레이터에 태운 부모도 과실이 40% 있으니 휠체어 수리비 200만 원 중 80만 원을 부담하라"고 했다.
이에 석 씨는 "엘리베이터도 없고 역무원을 불러도 나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역을 빠져 나가란 말이냐"며 항의했고 참다 못해 지난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제서야 코레일 측은 사고 발생 열흘만인 지난 5일 석 씨의 집을 찾아와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휠체어와 상해부분을 보상하겠다고 했다.
'장애인이 왜 에스컬레이터를 타서 사고를 당했느냐, 보상해 주면 되지 무슨 말이 많냐'는 듯이 피해를 당한 자신을 대하던 코레일 측의 태도를 잊지 못하겠다는 석 씨는 "앞으로 다시는 지하철역을 이용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석 씨는 "몸에 난 상처는 치료하면 되고 부서진 휠체어는 새 것으로 사면 그만이지만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생긴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지 모르겠다"며 "장애인을 무시하고 편견을 갖고 있는 사회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성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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