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부에서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사이에 개헌 시점을 둘러싸고 미묘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원칙적인 개헌 필요성에는 양자 모두 공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고유가 등 민생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당장 개헌 논의를 추진하기는 무리라는 현실론과 양자는 별개 사안이고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원칙론이 엇갈리는 것.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원칙론을 뚜렷이 견지하는 반면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및 주류는 현실론을 펴고있다.
박 전 대표는 21일 국회 본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개헌을 조속히 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민생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추진해야 하느냐 아니면 지금 바로 추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거는 그거고, 개헌문제는 또 개헌"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민생 현안과 개헌은 별개 사안이고, 동일선상에서 선후를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앞서 지난 17일 싱가포르 방문 당시 기자간담회에서도 "개헌문제는 작년 대선 때 여야간에 거의 공감대가 이뤄진 문제"라면서 "다음 정권에서 개헌하자고 한 문제이기 때문에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 측근은 이와 관련, "박 전 대표는 기본적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고, 이미 개헌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권때부터 다음 정권에서 하자고 말해왔던 것 아니냐"면서 "경제 살리기는 경제 살리기고 개헌은 개헌이지, 경제 때문에 미루면 대체 경제가 언제 풀린다는 말이냐"고 말했다.
반면 당 지도부는 `시기상조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이날 BBS 라디오 `유용화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큰 원칙에서 보면 개헌을 논의해서 국가를 재설계할 때가 됐다는 데 국민들이 동의하지만, 경제가 휘청휘청하는 즈음에 이원집정부제를 하자, 내각제를 하자 이런 논의를 하고 있으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면서 "적절한 시점에 개헌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사무총장은 박 전 대표와 입장 차이를 엿보이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가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씀을 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민생 문제를 해결해 놓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그렇게 말씀하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희태 대표 역시 "금년에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은 바른 방향이 아니다"면서 "경제도 어렵고 정권 초기인데 안정되고 경제살리기도 궤도에 오른 뒤에 하는 것이 좋다"는 `선(先) 민생해결 후(後) 개헌'론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지난 1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금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는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이고, 국민이 간절하게 바라는 것도 경제"라며 "본격적인 개헌 논의는 민생경제가 안정되는 시점에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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