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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 님스 아일랜드-7월 세째주 개봉영화

 며칠이나 지났다고 지난 주 다녀온 휴가가 언제 갔다 왔는지 모를 만큼 가물가물합니다. 이렇게 만든 주범은 무더위인 것 같습니다. 낮에는 동네 목욕탕 안개 사우나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주더니 밤에도 잠을 뒤척이게 만드는 열대야를 선사하기도 하네요. 시원하게 비가 온 수요일 밤은 모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어 잠을 푹 잘 수 있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전체 한국 영화계가 명운을 걸었다고 해도 뭐라 시비걸 사람이 없을 만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개봉했습니다.  쎈 영화들은 목요일 개봉이라는 통상 관례를 깨고 하루 전인 수요일 저녁에 전야제 형식으로  개봉하는데 이 영화도 수요일 저녁 200여개 스크린으로 개봉했는데 5만 명을 불러 모았다더군요. 첫 주말 200만 관객 돌파가 무난할 듯 보여 [디 워]와 [괴물]에 이어 역대 첫 주말 흥행 기록 3위 기록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영화사 관계자의 예측입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감독: 김지운, 주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15세 관람가)

      

 

휴가 때 기자시사가 열려 가보지 못했는데 들리는 풍문으로는 평소 기자 시사의 두 배가 넘는 1200 좌석을 마련했는데도 불구하고 표가 모자라 아수라장이 펼쳐졌다더군요. 많은 기자들과 영화 관계자들이 표를 받으려고 한시간 넘게 줄을 서있다가 결국 영화도 못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군요. (휴가 때 어디에 갔다는 게 아니라 거기에 없었다는 것이 기쁨이 될 수도 있네요.^.^;) 한류 스타들 모습에 목말라하는, 중년 여성들이 주축인 일본인 관광객들의 수요도 많았고 거기에 편승해 기사시사 사상 최초로 추정되는 암표상까지 등장해 활약했다고 합니다. [그때를 아십니까]류의 회고 프로에서나 볼 줄 알았던 영화 암표상들이 되살아난 것은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희귀동물이 발견된 것처럼 반가운 소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정식 개봉일인 17일 오후 3시 것을 가서 봤는데 평일인데도 앞의 두 세 줄을 제외하고는 젊은 관객들로 꽉 들어차더군요.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1930년대 만주벌판에서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마어마한 보물이 묻혀있는 장소가 표시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도를 놓고 열차털이범 태구(송강호)와 청부살인업자 창이(이병헌), 현상금 사냥꾼 도원(정우성) 이렇게 세 남자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는 내용입니다. 그것도 134분 동안…….

 [디 워]를 제외하고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였고 또 국내 감독들 가운데 연출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만한 작품들을 선보였던, 특히 때깔이나 스타일이 돋보이는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고, 한국영화 잘나가던 시절에는 셋 중 한명이라도 출연시키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웠을 세 명의 스타들이 한 스크린에 나란히 등장하니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아니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목청껏 소리모아 응원을 펼쳐도 뭐라고 시비걸 사람 별로 없는 형국이 되었네요.

 이전까지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멋진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초반의 달리는 열차 내부의 총격 액션과 중간 부분 귀시장에서 격돌 부분은 공간의 특성을 잘 살린 치밀한 계산과 무술과 스턴트 팀의 피와 땀에 기초한 정교한 액션 장면으로 한국 영화가 이제까지 보여주지 못한 그 무엇을 성취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마지막 주인공들과 조연들에 일본군들까지 말 타고, 오토바이타고, 트럭타고, 지프차타고 만주벌판을 엄청난 속도로 달리며 벌이는 추격전이 가장 압권입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달리는 이 대추격전은 음악과 음향, 화면의 리듬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지며 순수한 시청각적 쾌감을 안겨줍니다.

 김지운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접했을 때, 보고나서 당장은 조금 낯설기도 하고 이야기 구조면에서는 허술해 보이기도 해 전적인 찬사를 보내기가 뭐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몇몇 인상적인 장면들이 마치 머릿속에 낙인을 찍은 것처럼 강하고 생생한 잔상을 남기는데 이 영화도 그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전체적인 얼개를 보고 든 느낌은 스크린에 오묘한 산수화를 그리거나 심오한 철학서를 자유자재로 풀어내는 저 유명한 리안 감독이 블록버스터 [헐크]를 만들었을 때 느꼈던 중압감과 비슷한 종류의 부담감을 감독이 느끼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세 주인공들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던지는 대사에서 파악할 수 있는 그 시대 그 공간에 대한 감독의 의미부여와 해석은 착한 독립군 대 간악한 일본 제국주의라는 관습적인 구도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성취로 여겨집니다.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상황에서 좁은 반도를 떠나 광활한 만주대륙으로 건어온 잡초같은 민초들이 모두 독립운동에 헌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리얼리티를 획득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송강호는 어떤 상황에서도 낙천적인 성격을 거두지 않는 독특한 영웅상을 선보이며 관객을 많이 웃깁니다. 액션 장면을 제외한 부분에서 지루해질 만하면 예의 그 생활 대사, 생활 연기로 폭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액션 장면들과 곧바로 갖다 붙여 비교하면 이질적이다 싶을 정도로 코미디와 개그가 강하게 심어져 있습니다.  송강호가 아닌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다면  영화를 어떻게 끌어갔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이병헌은 권상우가 '아이고 형님'할 정도로  멋진 근육을 살짝 자랑해가며 움푹 패인 볼에 또라이스러운 눈빛을 강렬하게 쏘아대는 꼴통 악인을 보여줍니다. 정우성의 경우 그 기다란 몸으로 도르래를 타고 오르내리거나, 말 타며 총 돌리는 장면들을 보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데 대사가 있는 정적인 장면의 연기와 비교하면 균형의 저울이 한쪽으로 삐딱하게 기울더군요. 이런 좋은 조건을 갖춘 배우가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모르는건지, 알면서 실천에 애로 사항이 있는 건지……. 많이 안타깝습니다. (아~ 제가 '왕비호'나 '김구라'도 아닌데 어쩌자고 이런 말을...-.-;)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을 해도 서러울 만한 쟁쟁한 배우들이 조연으로 나와 짧은 분량이라도 등장하는 장면들을 책임지고 인상적인 모습으로 만듭니다. 

 결론적으로 아쉽거나 허술한 부분을 전혀 발견할 수 없는 완전무결한 영화는 아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견줘도 꿀리지 않는 비주얼과 송강호가 선사하는 편한 웃음, 이병헌의 카리스마, 정우성의 멋진 실루엣 등만으로 관람료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영화인 것 같습니다.

님스 아일랜드(감독: 마크 레빈, 제니퍼 플래켓, 주연: 애비게일 브레슬린, 조디 포스터, 제라드 버틀러, 전체관람가)

      

해양생물학자인 아버지(제라드 버틀러)와 함께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는 남태평양의 무인도에 살고 있는 님(애비게일 브레슬린)은 저 멀리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알렉산드라 로버(조디 포스터)라는 소설가가 쓴 탐험가 알렉스 로버 이야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요트를 타고 해양채집을 나갔다가 폭풍우를 만나 조난되고 홀로 남겨진 님은 이메일을 통해 알렉산드라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님은 알렉산드라를 여성은커녕 소설에 나오는 인디아나 존스보다 멋진 모험가로 알고 있는데 실제 알렉산드라는 거미에 까무러칠 정도로 질겁하고 집밖으로는 한 발짝도 못나갈 정도로 증세가 심한 광장공포증에 결벽증 환자입니다. 이런 알렉산드라가 결국 비행기를 몇 번 갈아타고 배타고 헬기타고 가야하는 험한 여정에 나서야합니다. 

 시나리오 작가인 부부가 메가폰을 잡았고 조디 포스터도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심하게 망가지는 모습까지 마구 보여줍니다. 자녀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들이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을 갖추는 게 필수 조건이 되가는 요즘에 무공해 유기농 야채같이 담백하고 깔끔합니다.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이야기지요. 거꾸로 말하면 어떤 분들은 너무 심심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님의 친구인 바다사자와 이구아나도 귀엽고 아빠가 없는데도 나름대로 침착하고 현명하게 위기를 해결해 나가는 님의 모습도 의젓합니다.

 이밖에 블랙홀로 사라진 우주선을 찾는 임무를 침팬지에게 부여해 그들이 우주 모험을 벌인다는 [스페이스 침스](우리나라 개봉 판에는 MC몽과 신봉선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습니다. 40년 넘게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사실 초반에는 '동짜몽'이었죠.) 도라에몽 극장판 [도라에몽 - 진구의 마계대모험] 등이 개봉됩니다. 아~ 그러고보니 초등학교 방학이 시작됐군요. 학부모 동지 여러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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