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다른 남북간 합의들과 함께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방안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진일보한 의미있는 입장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북한이 요구하는 것처럼 6.15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한다는 명시적 표현이 없기 때문에 당장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는 어렵고 정부가 앞으로 이러한 의지를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 지금까지 현정부의 대북 제안과 비교해 보면 진일보한 제안이다. 대북정책의 방향성과 현재 인도적 지원문제가 현안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까지 포함돼서 논의를 제안했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제안이다. 그러나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 좀 더 일찍 이런 부분이 제안됐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 남는다.
현재는 남북간 불신이 깊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 정책으로 이러한 제안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우선 대화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조건없는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고 10.4선언 중 가능한 사업부터 이행해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새 정부가 대화 제안을 했다고 해서 북한이 바로 응할 가능성은 없고 북한도 일단 이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사 = 총리급이든 정상간이든 과거의 남북간 합의에 대해 우리 정부가 부정한 적은 없으나 적극적인 존중의사도 표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존중에 대한 명시적 표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위급인 대통령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해서 충분히 이행문제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격이 최고위급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진정성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통일부 장관이 언급했던 것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번 연설은 향후 우리 정부의 전향적인 대북정책의 '중간 과정'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요구에 비해서는 못 미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화 제의를 한 것이지 자신들이 요구한 부분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대화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북한도 정면으로 반박하기 보다는 내부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8.15 특별담화 등을 통해서도 (정부의 대화 재개 노력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실용주의나 비핵. 개방 3000, 상호주의 등 기존에 표방했던 대북정책 기조나 방침에서 다소 수정한 듯한 내용으로 재구성했고 상생.공영이라는 원칙을 내세웠다는 것이 기존의 입장에서 달라진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남북관계 교착의 근본 이유인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 이행 방안에 대해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표시했다는 것이 기존 입장에서 진전된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 기념일과 8.15 사이에 남북관계에 대한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연설로 나름의 타이밍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대북정책의 우선순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전면 이행이라기 보다는 '이행 협의'라고 돼 있어 좀 지켜볼 필요는 있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제의에 명분을 찾아서 대화에 나오면 좋겠지만 현정부를 일관되게 비판해왔기 때문에 바로 입장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신뢰라는 것이 한꺼번에 쌓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도 북핵 진전과 더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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