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야당 지도자에 대한 남색(男色) 혐의 사건과 집권당 고위 정치인이 연루된 미모의 모델 살인사건 등 두가지 성(性) 스캔들이 말레이시아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사실관계가 밝혀질 경우 집권 정당연합이나 야당연합에 치명타를 안겨줘 권력지형의 변화까지 초래할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남색 스캔들 = 야권의 실질적 지도자인 안와르 이브라힘(60)은 공식적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한 지 3개월째인 지난달 29일 남색 혐의로 피소됐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는 남색을 법으로 금하고 있으며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최고 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82) 총리 집권시절 부총리를 역임했던 안와르는 한 때 마하 티르의 후계자로 지목됐으나 권력투쟁에서 패한 뒤 부총리직은 물론 집권 정당연합인 국민전선(BN)의 중심당인 '통합말레이기구'(UMNO)에서도 축출됐었다.
그는 1998년 남색과 부패 혐의로 6년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남색에 대한 유죄판결은 뒤집혔으나 부패 판결은 유효해 올 4월 14일까지 정치활동이 금지됐었다.
안와르는 10년만에 남색 혐의 수사를 다시 받게 됐으며 이번 수사는 그의 전 보좌관(23)이 고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착수하게 됐다.
안와르는 즉시 성명을 통해 "경찰이 밝힌 고소장은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8년 당시 자신을 남색과 부패 혐의로 기소할 때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이 관여했다는 것을 폭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번 고소장을 날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안와르는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며 말레이시아 주재 터키 대사관에 피신했다가 정부측이 안전을 보장하자 하루만에 이곳을 나왔다.
여론조사 결과 말레이시아 국민 대다수가 안와르의 무죄를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델 살인 사건 = 야당 지도자의 남색 혐의 수사와 함께 한편의 드라마 같은 모델 살인사건의 공판도 3년째 말레이시아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몽골모델 출신인 미모의 여성 알탄투야 샤리이부(사망 당시 28)와 '글로벌 리더' 로 선정된 말레이시아 집권당의 정치분석가 압둘 라자크 바긴다(48)가 주인공이다.
차기 총리감으로 부상한 부총리 겸 국방장관 나지브 압둘 라자크와 그의 경호대장인 아질라 하드리가 조연격이었다.
영화감독이자 몽골리아대학 심리학 교수인 아버지, 러시아어 교사인 어머니를 둔 샤리이부는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중국 베이징에서 교육 을 받았으며 러시아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능통해 프리랜서 통역사로 일해왔다.
그녀와 내연 관계였던 라자크는 나지브 부총리와 절친한 친구 사이로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다보스 포럼에서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된 인물.
정치분석가인 그는 말레이시아 집권당과 정부에 정치적 조언을 해주는 '말레이시아 전략 연구 센터'를 운영해왔다.
유부남인 그는 20살 난 딸이 있다.
라자크와 샤리이부는 2004년 홍콩의 한 호텔에서 열린 파티에서 처음 만나 급속히 가까워졌으나 1년만에 파경을 맞은 뒤 2006년 10월19일 밤에 사건이 발생했다.
이슬람의 라마단 금식 기간이 끝나던 이날 밤 쿠알라룸푸르의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라자크의 집 밖에서 샤리이부는 번호판 없는 차에 강제로 태워진채 사라졌다.
실종 20일만인 그해 11월 6일 그녀는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정글에서 발가벗긴 채 머리에 총알 두발을 맞고, 군용 C-4 폭약에 의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긴 사체로 발견됐다.
사건 발생 일주일 후인 11월 13일 경호대장 아질라와 부하인 시룰 아즈하르는 살인, 라자크는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은 말레이시아 현지언론에 연일 대서특필되면서 정치권에 소용돌이를 몰고와 공판을 거듭할수록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 블로거가 이번 사건에 나지브 부총리와 부인이 관련돼 있다고 주장,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현지 언론과 정계 분석가들은 남색과 모델 살인 등 두 사건 모두 실체가 밝혀질 경우 집권 정당연합이나 야당연합에 정치적 치명타를 안겨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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