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헝가리 야당 총재가 "집권하면 투자와 실질 연금을 동결시킬 것"이라는 내심을 드러냈다가 지지도 급락 위기를 맞고 있다.
30일 MTI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헝가리 제1야당인 피데스(Fidesz)의 오르반 빅토르 총재는 지난 4월 말 일부 정치학자들과의 비공식 접견 자리에서 야당이 집권하면 정부 투자와 함께 실질 연금 규모를 동결시키겠다고 발언한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지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주 여론조사기관인 사저드베그-포르센셰가 1천 명을 대상으로 정당별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피데스는 오르반 총재의 발언 전보다 지지율이 5% 포인트나 감소했으며, 지지율이 바닥세에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던 집권 사회당(MSZP)은 1%지만 오름세를 탔다.
손더-입쇼쉬 조사에서도 피데스는 지난 5월 68%에 달하던 지지율이 6월 들어 61%로 7% 포인트나 떨어진 반면 사회당은 24%에서 28%로 상승했다.
또 본의 아니게 속내를 드러낸 실질적인 연금 동결 정책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 중 27% 만이 지지한다고 대답했으며, 그가 당시 비공식 자리에서 밝힌 고속도로 확충 중단과 부다페스트 지하철 건설 중단 방침에 대한 찬성률도 44-46%에 불과했다.
유권자들이 그의 발언에 실망한 것은 무엇보다 그가 2006년 총선 때부터 자신이 집권할 경우 연금 인상을 통해 국민 복지를 향상시키겠다고 공공연히 주장해왔다는데 있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3%는 오르반 총재의 발언이 지금까지 그가 내세웠던 주장과는 모순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오르반 총재는 지금까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정부의 긴축 개혁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정부가 돈을 곳간에 쌓아놓고도 부패와 오용으로 이를 탕진하고 있다고 공격해왔다.
이번 일은 2006년 쥬르차니 페렌츠 총리가 "선거 승리를 위해 국가 경제에 대해 국민에 거짓말을 했다"고 발언한 내용이 공개된 뒤 전국민적 저항에 부딪치며 인기도가 곤두박질쳤던 일을 떠올리게 하는 것으로, 헝가리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유력 정치인들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정치 평론가들은 오르반 총재의 발언은 자신이 비판해온 현 정부의 긴축 정책을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갈 수 밖에 없다는 본심을 드러낸 것으로, 그의 높은 지지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간 부다페스트 타임스는 피데스가 오르반 총재의 발언으로 최소한 50만표를 날려버렸다고 분석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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