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의 치열한 줄다리기와 물밑 신경전 끝에 타결된 쇠고기 추가협상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6일 오후 귀국한 직후부터 진전의 물꼬가 트인 것으로 전해졌다.
긴박했던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뒤 전해지는 뒷얘기들에 따르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 급거 방미해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상을 시작했지만 양측은 처음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대치했다.
김종훈 본부장은 협상 첫날부터 촛불 시위 사진을 내놓고 과학적 근거를 내세우는 슈워브 대표에게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의에 진전이 없자 김 본부장은 '돌아가겠다'며 15일 오후 기차편으로 워싱턴을 떠나 뉴욕으로 올라갔다.
비상이 걸린 미국측은 백악관 고위관계자가 이태식 주미 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상을 계속하자'고 김 본부장을 붙잡았고 이 소식은 김 본부장에게 즉각 전해졌다. 하지만 15일 밤 10시30분께 뉴욕에 도착한 김 본부장은 "안 내려간다"고 버텼다.
압박과 회유를 거듭하는 미국의 협상 스타일로 볼 때 협상에 복귀하면 양보안을 내놓긴 하겠지만, 그 폭이 미미할 것으로 추정한 김 본부장이 뉴욕에서 버티며 미국측을 압박한 것. 김 본부장은 하룻 밤을 뉴욕에서 묵은 뒤에야 워싱턴으로 돌아와 협상에 다시 임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달리던 협상이 진전의 전기를 맞은 것은 유럽 순방에 나섰던 부시 대통령이 16일 오후 귀국하면서부터.
쇠고기 문제가 '한미 동맹'과 결부돼 있음을 간파한 부시 대통령은 처음부터 한국측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그가 유럽 순방에서 돌아오면서 미국측 양보안에 대한 공식 재가가 내려진 것으로 관측됐다.
앞으로의 협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슈워브 대표는 원칙을 고수하려 했으나 가능한 한 한국 입장을 들어주라는 백악관의 지침에 곤혹스러워 하며, 미 협상팀 내부 협의 과정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외교관 집안에서 태어나 30여년간 통상 업무에 전념해온 슈워브는 협상 전문가답게 김 본부장과의 대좌에서는 특유의 강인함과 냉철함을 잃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본부장과 슈워브 대표는 18일 정오부터 2시간 동안 워싱턴 시내 모처에서 비공식 회동을 가져 오찬을 함께 하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관측됐으나 두 사람은 점심 시간에 만나면서도 식사를 거른 채 협상만 계속했을 정도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고 한다.
19일 협상이 타결되기 전 마지막까지 줄다리기를 벌였던 쟁점은 검역주권 강화 문제.
미국 현지에서 우리의 검역주권의 행사가 가능한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는 우리측 요구에 미국은 끝까지 난색을 표해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은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선에서 막바지 절충작업에 안간힘을 쏟았고, 19일 마라콘 협상 끝에 일주일간의 협상을 타결하기에 이르렀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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