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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떼려다 혹 붙인 울산 달천유적

비소 오염 근원 없애려다 '보존'

삼국시대 초기 이래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철광을 캐내던 울산 달천유적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 중이다.

이곳의 토양이 독극물인 비소를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발굴조사를 벌인 다음 유적은 없애기로 했으나 전국 최초로 철광석을 캐던 구덩이 유적이 무더기로 출현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발굴조사 지도위원회에서는 이곳이 "삼한시대부터 근세에 걸친 유일한 철 관계 채광(採鑛) 유적으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므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면서 유적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는 결국 사적 지정 등을 통해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결의나 마찬가지로 해석된다.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이 남아있으나 지도위원 일부가 문화재위원을 겸하는 데다, 이 유적의 중요성을 부인할 문화재위원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지도위원회 결정은 곧 문화재위원회 심의결과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문화유산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이번 달천유적 발굴은 혹 떼려다 혹을 붙인 일에 비유되고 있다.

울산 천곡동 513번지 일원에 위치한 달천유적은 1993년 철광산이 공식적으로 문을 닫은 뒤 주변으로는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그에 따라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학교까지 들어서면서 고립된 섬처럼 변했다.

이 와중에 달천유적은 2003년 4월 '달천철장'이란 이름으로 울산시 기념물 제40호로 지정됐다. 사적과 같은 국가지정문화재에 비해 격이 떨어지긴 하지만 이 광산이 갖는 역사성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이곳에서 "철근 1만2500근을 생산했다"고 기록돼 있으며, 초기 신라시대 대규모 제철유적인 경주 황성동 유적 출토 철광석과 철 슬래그 등을 분석한 결과 그에 함유된 비소 비율이 달천광산 철광석과 거의 같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곳이 바로 경주 일대에 제철 원료를 공급하던 광산이라는 점도 드러나게 됐다.

특히 울산시가 2005년 3월 유적 인근에 현대아이파크 건설을 승인하고, 그 일환으로 2006년 6-7월 현대산업개발이 울산문화재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발굴조사 결과 달천유적이 지닌 이런 역사성은 그대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이곳에서는 삼국시대 초기에 조성된 유적들인 석관묘 1기와 건물터 2개 동, 그리고 철광석을 캐던 흔적으로 생각되는 구덩이 몇 군데가 드러난 것이다.

이에 같은 해 10월31일 문화재위원회와 문화재청은 현장 보존을 결정했다.

하지만 독성이 강한 비소는 결국 달천유적 자체를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인근 아파트로 입주하거나 입주 예정인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비소 등에 의한 토양 오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당국에 촉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적 보존 결정이 내려진 지 겨우 두 달 뒤인 지난해 1월29일에는 현대건설과 울산시교육청이 달천 유적 인근에 학교를 건립할 예정이므로 보존 범위를 축소해 달라고 요청하고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에서는 그것을 승인했다.

하지만 입주예정자 293명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 해 8월24일에는 울산 북구청을 통해 "아파트 인근에 문화재로 묶인 중금속(비소) 오염지역이 주민 생활환경을 악화시키므로 이를 해결해 달라"는 탄원서을 문화재청에 내고, 그 다음달인 9월19일에는 이곳을 지역구로 하는 한나라당 윤두환 국회의원 또한 유적 보존결정 철회를 문화재청에 공식 요청했다.
이를 즈음해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에는 달천광산과 인근지역 토양 오염실태 보고서가 연이어 접수되기 시작했다.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와 한국논총공사, 울산과학대, 국립금오공과대 등 각 기관이 실시한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이 일대 비소 함량은 전국 평균보다 20-30배 가량 높았다.

이런 전방위적 압박에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결국 '굴복'했다. 이에 따라 비소 오염 방지를 위해 달천 유적 일대에 대한 '토양복원'을 승인해 주는 대신 철저한 발굴조사를 벌이고 현장에 유적이 있었다는 안내판을 세우기로 했다.

울산시 의뢰를 받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환경기술단은 토양복원을 "오염물질의 제거 혹은 무해화"로 정의하면서 "매장문화재를 현 상태로 유지하면서 정화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요지를 담은 토양복원 방안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의해 달천유적 일대는 표토 일부를 걷어낸 다음 새로운 흙으로 다지고 잔디나 숲을 조성할 예정이었으며, 철저한 발굴조사 과정에서 철광석을 캐던 구덩이 유적이 무더기로 발견됨으로써 보존 쪽으로 기울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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