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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믿고 낳은 셋째 딸마저 장애아라니…"

산전검사 병원 상대 힘겨운 소송끝에 조정 이끌어내

두 딸에 이어 셋째 딸마저 유전적 질환이 나타나자 부모가 셋째 딸의 산전검사를 담당했던 대형병원을 상대로 수년간 힘겨운 소송을 벌였던 사실이 확인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1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올해 40대 중반의 김 모 씨 부부는 90년대 초 결혼한 뒤 92년 첫째 딸을 낳았다.

그러나 첫째 딸은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고, 결국 척추성근위축증(SMA)이라는 유전적 질환 진단을 받았다.

척수에 있는 운동신경원이 퇴화해 근육이 계속해서 위축되는 증세였다.

김 씨 부부는 상심이 컸지만, 첫째 딸을 성심성의껏 돌보며 96년 둘째 딸을 낳았다.

하지만 둘째 딸도 4년 뒤 첫째와 똑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신들은 모두 정상인데 자녀들의 병세에 대해 김 씨 부부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두 명의 자식을 돌보는 일에 정성을 다했고, 정상적인 2세를 갖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도 버리지 않았다.

2001년 이들은 셋째를 가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들은 병원에 가서 산전 검사를 받았지만 검사 결과 첫째, 둘째 딸과 비슷한 유전자 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왔고, 결국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듬해에도 아기를 가졌지만 마찬가지였다.

또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이들 부부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2003년 다시 아기를 가졌고, 이번에는 A대학병원에서 유전자 결손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부부는 너무 기뻤고 2004년 4월 셋째 딸을 낳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병원의 진단을 믿고 낳았던 셋째 딸마저 1년 뒤 첫째, 둘째와 똑같은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검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김 씨 부부는 2005년 A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세자녀를 부부가 모두 돌봐야 했기에 직장도 그만뒀고, 자녀들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지방으로 집을 옮겼다.

2006년 12월 1심 법원은 병원의 과실을 인정해 김 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병원측의 항소로 힘겨운 소송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첫째 딸은 항소심에서 휠체어에 몸을 기댄 채 법정에 출석하기도 했고, 비록 셋째 딸로 인해 소송을 하고 있지만 남편 김 씨는 법정에서 "세 딸은 모두 나에게 '축복'이다"고 말해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결국 서울고법 민사9부(이인복 부장판사)의 조정으로 최근 병원이 김 씨 부부에게 1억1천만 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소송은 마무리됐다.

김 씨 부부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분명하지만 장애 자체가 의료진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고, 판결을 통해 병원 책임이 인정될 경우 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회피하고 과도하게 낙태를 권유하게 될 위험도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궁극적으로는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장애아의 재활문제를 떠맡고 있으면서도 새 생명의 탄생에 감사하면서 세자녀의 재활을 위해 애쓰는 원고들의 따뜻한 마음과 굳은 결의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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