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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통해 '귀향' 한 아프리카 감독들

전주국제영화제의 디지털 옴니버스영화 제작 지원 프로그램 '디지털 삼인삼색'. 벌써 아홉 번째를 맞은 올해 프로그램의 선택은 아프리카다.

'귀향'이란 부제로 묶인 단편영화 세 편 가운데 차드 출신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의 '유산'은 사막을 가로지르는 긴 여행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튀니지의 나세르 케미르 감독은 '나의 어머니'를 통해 고향에서 자식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살레 하룬 감독은 3일 오후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주인공이 떠나는 여정은 아프리카의 현재 상황을 반영한다"고 소개하면서 "아시아, 북유럽, 아메리카 등 지역에 관계 없이 현대인들이 처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의식과 대응방식을 보여준다는 것이 영화 매체의 놀라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케미르 감독은 "아랍 문화권에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익숙지 않지만 이번이 내게는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줄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아랍 여자, 아랍 어머니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두 감독은 디지털 영화의 장점은 '자유로움'이라고 입을 모았다. 케미르 감독은 "그림으로 치면 유화가 아닌 크로키"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생일'을 만든 부르키나 파소의 이드리사 우에드라오고 감독은 입국이 늦어져 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은.

▲완벽하게 자유로운 조건에서 영화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정해진 주제도 없었고 (각 단편당) 30~40분이라는 상영시간을 제외하면 제약이 없었다. 충분히 장편으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라 시간 제약이 안타깝기는 했으나 나중에 언제든지 만들 수 있으니 괜찮다. 예전에도 디지털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새로운 형식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가지고 있다. (하룬)

▲영화에서도 유용성을 추구하는 세상인데 큰 호의를 느꼈다. 디지털 작업은 처음인데 개인적인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그림에 비유하자면 유화보다는 크로키에 해당하지 않을까. 자유로움이 있어 상상력을 펼치는 글쓰기에 적합하다. 디지털 영화에선 특히 음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게 화면과 소리를 연결할 수 있다. (케미르)

--주인공의 여정은 아프리카의 현재 상황을 반영한 것인가.

▲실제 여행이나 심리적인 여행이나 자신을 되찾고 타인을 만나 무언가를 깨달아 나가는 과정이다. 많은 차드인들이 일거리를 찾아 리비아나 수단, 사우디 아라비아로 향한다. 또 궁극적으로 유럽에서의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차드의 현실, 넓게는 아프리카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뒀다. 또 성공을 목표로 출발하지만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지 않나. 실패를 통한 배움도 보여주고 싶었다. (하룬)

--어떻게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게 됐나.

▲이번 프로젝트가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랍인들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 살아나간다. 그래서인지 아랍 문화는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전쟁 등의 사회문제를 먼저 이야기하고 개인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할 수 있다고 하곤 한다. 하지만 나중이라는 건 사실 없는 게 아닌가. (케미르)

--어머니의 단어와 이야기라는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내게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영화다. 어머니를 통해 아랍 여인들의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 여러분도 여러 매체를 통해 아랍 여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테지만 내가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어머니의 이미지가 진짜 아랍 여자의 모습이다. 이 영화 속 아랍 여자는 아랍의 어머니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그럴 테지만 어머니가 자식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케미르)

--'귀향'이란 제목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북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민감한 주제들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봤으므로 큰 틀에서 귀향으로 볼 수 있다. 영화라는 매체의 놀라운 점은 아시아, 북유럽, 아메리카 등 어느 지역의 영화이든 관계 없이 현재 사람들이 처한 문제에 대한 집단적 의식과 대응 방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룬)

▲내 영화의 일부를 잘 설명해 주는 제목이다. 이 작품은 부재와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로, 과거에 지냈던 곳에 끊임없이 돌아가고자 하지만 실제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것, 즉 불가능해진 귀향을 보여 준다. (케미르)

--전주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은. 전주에서 영화 작업을 하면 어떨까.

▲영화감독은 특정 국적을 가졌다기보다 유목민이라고 생각한다. 국경 범위보다는 내가 점유하고 있는 영역이 더 중요하다. 전주는 그런 경계를 뛰어넘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만 있다면 전주에서 영화를 못 찍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룬)

▲처음 전주에 왔을 때 사람들의 표정이 다양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사람에게 얼굴이란 다양한 시간에 대한 여행이며 영혼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주에 도착했을 때 같은 얼굴이 하나도 없어 사람들로부터 눈길을 뗄 수 없었다. 이런 첫인상 때문에 이번 영화에 아시아 여성을 출연시키게 됐다. 전주가 영화를 만들 기회를 줬으니 그런 흔적을 남기고 싶기도 했고.

영화는 무엇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전주에서 영화를 찍을 기회가 있다면 그런 러브스토리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케미르)

(전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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