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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규모 아프간재건팀 파견요청 왜 나왔나

미국이 한국 정부에 대규모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파견과 관련 비용의 한국부담을 요청한 것은 나름대로 한국 정부의 상황과 수용여건을 감안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아프간에서 7년째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요즘 조만간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어디서도 찾지 못한 채 말그대로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9.11'을 일으킨 알카에다와 이들을 비호해온 탈레반 세력은 미국이 이라크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전열을 가다듬어 반격에 나서고 있고, 계속되는 폭정과 전쟁에 시달려온 아프간인들은 지연되는 재건사업과 테러증가 탓에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우방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아프간 전쟁을 상당부분 의존해왔던 미국은 급기야 내년초 아프간 미군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하고 NATO에도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이 작년 12월 5년 10개월간의 아프간 활동을 마치고 동의.다산부대를 철수시킨 한국에게도 군병력을 아프간에 재파병할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던 것.

하지만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로선 한미동맹관계 강화를 역설하고 있지만 국내 정치여건상 아프간 파병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도 국제사회에서 지위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지만 아프간 전쟁을 둘러싼 논란과 파견 병력의 신변안전 등을 감안할 때 재파병을 놓고 적잖은 논란과 진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아프간에서 한국인 23명이 납치됐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저항세력들에게 군병력 철수를 약속했다. 군병력을 재파병했다가 또다시 이와 유사한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해결책을 찾기가 무척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한국 국방부는 9일 캐슬린 스티븐스 차기 주한미대사 지명자가 한미정상회담에서 아프간 지원문제가 논의될 것임을 시사해 한국군의 파병 가능성이 언급되자 "현재 아프간에 다시 파병할 계획은 없다"고 즉각 반박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때문에 미국은 한국의 사정을 감안해 군병력 파병이라는 직접적 지원보다 대규모 재건사업 참여라는 `경제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한국도 동의.다산부대 철수이후 의료진 및 직업훈련전문가를 주축으로 30여명 규모의 PRT 참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를 대폭 확대할 것을 요청하는 게 한국 정부의 수용가능성에 있어서도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재건사업은 의료지원사업처럼 아프간인들에게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미국측 주장이다.

다만 인력 뿐만아니라 장비와 물자 등 재건사업에 따른 모든 비용도 한국측이 부담할 것을 요청했다는 게 한국 정부의 결단을 주춤하게 할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계속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미국은 판단한 듯하다.

문제는 대규모 PRT가 파견돼 아프간 1개주(州)의 재건사업을 맡을 때 이들의 신변안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것이다.

워싱턴 소식통는 "PRT 1개팀이 특정 주(州)를 할당받으면 이들의 치안을 위해 1개 대대의 병력이 지원된다"면서 "이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한국군 1개 대대가 파견되거나 기존에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군대들이 지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대규모 PRT 파견이 성사될 경우 한국군 병력의 추가 파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PRT 파견은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사항도 아니라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별개로 미국이 아프간 경찰의 교육훈련을 위해 한국 경찰의 아프간 파견을 요청한 것도 한국 정부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아프간 국가재건사업에 한국을 참여시키려는 미국의 의도로 풀이된다.

경찰의 해외파견도 헌법상 국회의 사전동의나 사후승인 사안에 해당되지 않는다.

앞서 한국은 동티모르 독립선거 당시 이를 지원하기 위해 경찰요원을 동티모르에 파견한 적이 있을 뿐 한국 경찰의 해외활동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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