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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불법 지시한적 없다…그런 기억 없다"

특검 조사직전 이례적 명확한 입장 표명

이건희(66) 삼성그룹 회장이 2일 오후 특검에 출석하면서 각종 쟁점과 의혹에 대해 '그런 적 없다'거나 '그런 기억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특검 로비에 도착한 뒤 쏟아지는 질문에 당황하는 기색 없이 짧지만 조목조목 의견을 밝혔다.

공개석상에서는 말을 아끼는 이 회장의 평소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입장 표명으로 비쳐진다.

이날 쏟아진 질문은 특검팀이 캐물을 신문조서의 내용과 별반 다를 바 없어서 이 회장은 특검 출석에 앞서 작심한 듯 언론을 통해 '예상 질문'에 답을 내놓은 셈이다.

우선 이 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으로 대표되는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 CB 발행과 계열사들의 실권을 직접 지시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런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이재용 전무에게 넘겨줘 그룹 지배권을 갖게 하려는 그룹 차원의 지시·공모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그는 경영권 불법승계 과정을 보고받았는지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오"라고 말해 암묵적인 승인도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미 에버랜드 전.현직 대표가 기소돼 1·2심에서 배임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에버랜드 사건에서 이 회장 등 추가 피고발인들을 사법처리하려면 그룹 차원의 지시·공모 혐의가 확인돼야 한다.

이 회장은 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도 "한 적 없어요"라고 말해 본인이 비자금 조성·관리에는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관계 및 법조계를 대상으로 한 불법 로비를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도 "없습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매번 수사 때마다 이학수 부회장이나 에버랜드 전.현직 대표인 허태학·박노빈씨 등 임원들만 처벌받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현재 삼성측은 에버랜드 사건의 경우 그룹 차원의 지시·공모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재용 전무의 CB 인수는 전략기획실 소속으로 근무했다가 숨진 고 박재중 전무 등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는 식의 답변으로 의혹을 비켜가고 있고, 비자금 조성은 그룹 차원에서 한 게 아니라고 주장해 시민단체들은 "이번에도 임직원이 '총대'를 메고 처벌을 받으려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2시께 이완수 변호사와 함께 검은색 벤츠를 타고 특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색 줄무늬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멘 이 회장은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내린 뒤 대기하고 있던 특검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5~6m를 걸어 건물 2층 로비로 들어섰다.

취재를 위해 건물 안팎에 내외신 취재진 300여 명이 몰려 국내외의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검 건물 주변에는 100여 명이 모여 특검수사를 놓고 찬반 집회와 기자회견을 가졌고 일부 시위대는 "이건희를 구속하라"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경찰은 특검 주변에 3개 중대 270여 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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