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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달동네 주민들 30여년 만에 '주소' 찾다

부산시 '찾아가는 지적민원 서비스' 덕에 재산권도 행사

"장애 때문에 30년이 넘도록 포기하고 살아온 건축물 대장의 지번(地番)변경을 공무원들이 추운 날씨를 마다 않고 직접 찾아와 해결해 준 덕분에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정말 고맙습니다"

부산의 대표적인 '달동네' 주민들이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30여년만에 제대로 된 주소를 갖고 재산권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부산시 지적과 새주소팀은 올해 1월 초부터 동구 초량6동과 수정5동, 좌천1동, 범일6동의 주택개량사업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과거 주택개량사업 과정에서 행정편의주의적으로 부여된 141가구의 건축물 대장의 지번을 바로잡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관련 등기까지 대신해 주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 지역은 1970년대 주택개량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건축물과 토지의 지번을 일치시키는 작업을 하지 않은 채 임의로 몇개 구역으로 나눠 '○블록 △놋트'와 같은 형식으로 건축물에 개별 번호를 부여했다.

이 때문에 해당 주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사용하는 '동구 초량6동 ××번지'와 같은 지번주소 대신 '동구 초량6동 ○블록 △놋트'라는 이상한 주소를 30년이 넘도록 사용해 왔다.

특히 건축물 대장에 기록된 주소와 집이 자리하고 있는 토지의 지번이 서로 맞지 않아 집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도 못하는 등 재산권 행사를 거의 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아왔다.

1970년대에 주택개량사업을 하고 난 뒤 측량을 통해 개별 건축물과 토지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했어야 하는데 당시 공무원들이 이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바람에 한 집의 땅에 무려 8개의 지번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까지 있어 대출신청을 해도 "건물의 위치가 불명확해 근저당을 설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해왔다.

건물의 위치가 어느 지번에 위치해 있는 지가 건축물 대장에서는 구분이 안되는 탓에 관할 구청도 이 곳 주민들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부과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이 계속돼 왔다.

이 곳 주민들은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이거나 장애가 있는데다 경제적 형편도 넉넉지 못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건축물 대장 바로잡기를 포기한 채 살고 있는 실정이었다.

공무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은 지난 해 6월 "대학에 입학한 아들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 하는데 건축물 대장의 지번이 '블록, 놋트'로 돼 있어 위치가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해결할 방법이 없겠느냐"는 한 주민의 하소연이 계기가 됐다.

임재일 새주소 팀장과 김경희(42.여.7급)씨 등 공무원들은 과거 행정편의주의 때문에 주민들이 수십년간 겪고 있는 고통을 해결해 주기로 하고 방법을 찾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자 등인 점을 고려해 직접 현장을 찾아가서 주민들을 대신해 건축물 대장을 바로잡아 주기로 했다.

이들은 주택개량사업 대상지역의 건축물 대장들을 뒤져 `블록, 놋트'로 표기돼 있는 집들을 찾아낸 뒤 주민자치센터에 현장민원실을 차려놓고 일일이 해당 주민들에게 안내전화를 걸어 변경신청을 하도록 한 뒤 집집마다 찾아가 직접 현황조사결과도를 작성해 건축물 대장을 말끔하게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김경희씨 등 공무원들은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영하의 날씨에 집밖에서 30분이 넘도록 추위에 떨면서 기다리거나 주인이 외출한 경우에는 2~3번씩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 공무원은 건축물 대장 바로잡기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을 위해 법원등기소에서 지번변경에 따른 등기까지 대신해 주었다.

공무원들이 직접 현황조사를 하고 지적도 및 항공측량도 등을 이용한 덕분에 주민들은 통상적인 절차를 밟을 경우 지적공사에 맡겨 측량을 하는데 드는 가구당 39만원과 등기비용 등 총 총 6천250여만원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됐다.

부산시는 27일 건축물 지번 변경에 따른 등기촉탁서와 함께 "과거 공무원들의 행정편의로 인해 오랜 시간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의 허남식 부산시장 명의의 편지를 해당 주민들에게 일제히 발송했다.

이 같은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자세 덕분에 30여년만에 제 주소를 되찾고 재산권까지 행사할 수 있게 된 주민들은 감사의 뜻을 편지에 담아 보내오고 있다.

범일동의 서모씨는 "청각장애 때문에 포기하고 살아온 지번변경을 대신해줘 고맙다"는 편지를 손자를 시켜 대신 작성해 보냈고 수정동의 윤모씨(여)는 "세상이 무서워 문을 열어주지 않았는데도 오랜 시간 기다려주고 친절한 설명과 함께 처리해줘 감사한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수정동의 위모씨는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해줘 너무 고맙다"며 "자식들이 멀리 있어 해결해 주지 못한 것을 공무원들이 대신해줬다"고 고마움을 편지에 담았다.

부산시 새주팀은 동구에 이어 나머지 구.군을 대상으로 4월 중순부터 건축물 지번 바로잡기 현장 서비스를 할 예정인데 현재 파악된 바로는 13개 구.군에 1천20여가구의 주민들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

임 팀장 등은 "비록 추운 날씨에 힘은 들었지만 바로잡아진 건축물 대장을 받아든 주민들이 환하게 웃으면서 고마움을 표시할 때 정말 공무원으로서 보람을 느꼈다"며 "비단 부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만큼 전국적으로 이같은 노력이 전개돼 더 이상 잘못된 행정으로 인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등 고통받는 국민들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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