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인 피의자인 정모(39)씨의 범행동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씨가 소아기호증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그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18일 "정씨의 집에서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음란물 동영상과 사진 수만건이 저장돼 있었고, 그중에는 롤리타(Lolita)라는 아동 포르노물도 몇편 있었다"며 "이는 정씨가 소아기호증을 가진 인물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기호증은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들에게 성욕이나 성적 집착을 보이는 정신질환이다.
정씨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일명 '롤리타'라는 아동 포르노는 미성년의 어린 여자와 성인 남자가 성관계를 맺는 내용의 음란물로, 여기서 '롤리타'는 러시아 태생의 미국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쓴 동명의 소설(1995년)에서 나온 말이다.
이 작품은 열두살짜리 의붓딸 롤리타에게 성애를 느끼는 중년 남성을 그리고 있는데, 이 소설에서 중년남성이 어린 소녀에게 품는 성적 집착을 뜻하는 '롤리타 콤플렉스'가 유래됐다.
경찰은 금품을 노린 일반적인 유괴사건과는 달리 피의자가 단 한 차례도 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번 사건이 성범죄를 목적으로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씨가 변태적인 성도착 증세인 소아기호증에 빠져 두 여자어린이를 납치했고 아이들이 반항하자 범죄를 숨기기 위해 살해한 다음 토막내 암매장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성범죄 목적에서 출발했을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정씨가 어린 아이에게만 성욕을 느끼는 순수한 의미에서의 소아기호증 환자는 아닐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44) 교수는 "소아기호증이 있는 사람은 성범죄 전과가 있거나 성인 여성과의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씨는 동종전과도 없고 과거 성인여성과 동거한 적도 있다"며 "또 소아기호증이 있는 사람들은 아이들에 대한 애착이 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킨 다음 살려서 돌려보내지 정씨처럼 죽여서 토막내는 등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정씨의 경우 단순 소아기호증 환자라고 하기는 어렵고 '잡범 스타일'의 성추행범에 가깝다"며 "전과7범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의 범죄력과 음란물이 이번 범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속적으로 음란물을 보다보니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성적취향이 성인에서 아이로 확대되면서 범행 대상의 범위를 넓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오랜 기간 범죄를 저지르다 보니 단순 절도 등 잡범에서 성추행, 살인범으로 진화해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찰대 표창원(42) 교수도 "소아기호증은 강박적으로 소아에 집착하게 되고 전과가 없더라도 주변에서 그러한 성향이 목격되곤 하는데 정씨의 경우 아직 그런 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표 교수는 정씨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아동 포르노와 관련 "소아기호증 증세가 없어도 성적으로 욕구불만인 상태에 있는 사람이 인터넷상에서 그러한 동영상을 발견할 경우 호기심을 느끼고 수집할 수 있다"며 "그러나 성인 음란물에 탐닉하다 색다른 흥미거리로 아동 관련 음란물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아동에 대한 호기심과 성욕구가 개발돼 실행 충동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양=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