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설립. 자산 3500억 달러, 종업원 만5천명. 1930년대 대공황과 두번의 세계대전도 살아남았던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신용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무너졌습니다.
지난 주말 미국 연방중앙은행과 함께 베어스턴스 긴급지원에 나섰던 JP모건체이스가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기로 전격 합의했습니다. 인수가격은 주당 2달러로 지난 14일 가격인 30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입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주 금요일 베어스턴스의 앨런 슈워츠 CEO는 "24시간 사이 심각하게 상황이 악화됐다"며 FRB에 SOS를 요청했습니다. 자산 가치 급락과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손을 벌리게 된 것입니다.
주택 관련 대출 파생상품 시장에서 2위인 베어스턴스는 그동안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소문에 시달려 왔습니다. 특히 지난주초에는 인터넷에 루머가 게시되면서 소문이 급격히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슈워츠 CEO는 지난 12일 위기를 일축했습니다.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베어스턴스가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유동성 부족 소문이 돌자 다른 은행은 베어스턴스에 돈을 빌려주지 않았고, 르네상스펀드 등 대형 펀드들이 지난주 한꺼번에 300억달러를 인출하는 등 썰물 빠지듯 자금을 빼냈습니다. 실제 여부와 관계없이 '자금난' 소문만으로 대형 투자은행조차 믿지 못하는 '신뢰의 위기'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슈워츠의 해명에 잠시 반등했던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 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만에 1929년 대공황 이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구제금융이 실시됐고, 결국 슈워츠의 주장은 'CEO의 거짓말'로 인식되며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땅바닥에 떨어지게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에 대해 "베어스턴스의 위기는 월가의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나 추정이 실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모기지 부실 등에 대한 노출이 큰 리먼브러더스에 대해서도 일부 투자자들이 더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월가에선 이번 베어스턴스 사태가 도미노 자금난을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 있습니다. 우선 베어스턴스 같은 대형투자은행들은 헤지펀드들의 돈줄 역할을 해왔는데, 이 투자은행들이 무너지면 돈줄이 마른 헤지펀드들도 무너지게 됩니다.
또 베어스턴스가 파산하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브프라임 채권 등 보유자산을 시장에 헐값에 매각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시중의 채권가격이 하락하게 되고, 다른 금융기관들의 보유채권 가격도 덩달아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됩니다. 제2·제3의 베어스턴스가 줄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주 FRB도 만장일치로 긴급 지원에 나선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여파를 차단하기 위해 재빠르게 손을 썼습니다. 우선 앞서 얘기한 JP모건의 인수 소식을 아시아 장이 열리기 전에 내놓았고요, 또 18일 있을 FOMC 회의에 앞서 '재할인율 3.25%로 전격 인하' 소식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모르겠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인수 소식이 이번 사태의 정리 의미에서 반짝 호재는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 자체가 지난주말에 일어난 것인만큼 베어스턴스 붕괴의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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