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 교수들이 상아탑을 박차고 나와 거리에서 삭발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 대학 총장이 교육부 首長의 집무실 앞에서 "왜 안 만나주냐?"며 고함을 치는 상황. 그 좋다는(?) 총장職도 버려야 하는 현실. 로스쿨 사태가 빚은 흥미진진한(?) 풍경입니다.
경남 출신 대통령이 '경남권 대학을 왜 선정 안 했냐'고 몽니를 부려야 하고, 정무직인 교육부총리가 소신을 내세워 대통령에 反旗를 들어야 하며, 임기가 20일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부총리를 '잘라' 버려야 하는 어이없는 장면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대학들은 로스쿨 선정에서 탈락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법학 교수 스카웃戰을 벌여야 했고, 건물 짓는데 수백억 원을 써야만 했습니다. 知性의 寶庫라는 대학들이 이렇게 '맹목적인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까짓것 로스쿨 안 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안 할 수 없었겠죠. 법조계가 우리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권력 때문에, 그리고 법조계의 영향력이 법조인을 배출한 대학의 영향력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로스쿨 총정원을 2,000명으로 묶었을 때부터 예고됐던 파국이라고 얘기합니다. 탈락한 대학들은 말할 것도 없고, 39명의 법대 교수들로 40명의 로스쿨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대학, 그리고 100명 이상의 정원을 배정받았지만 赤字를 의식하며 로스쿨 파행 운영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대학들까지... 모두가 불행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것입니다.
갈등의 양상에 비해 해법은 비교적 간단해 보입니다. 로스쿨 총정원을 늘리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속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로스쿨이라는 제도는 <국가>가 <사법고시>를 통해 법조인을 <선발>하던 체제에서 <대학>이 로스쿨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는 체제로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로스쿨의 출범만으로 국민들에게 보다 質 높고 저렴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도입 취지가 담보되기는 어렵습니다.
3년간 로스쿨 과정을 마치면 변호사 시험을 보게 됩니다. 교육부는 로스쿨 졸업자의 70~80%가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 시험은 법무부에서 주관을 하게 됩니다. "총정원을 늘리면 반드시 법무부가 변호사 시험을 통해 합격자 수를 조절하려 할(서남수 교육부 차관)"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육부에서 로스쿨 도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는 일본의 경험처럼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4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로스쿨은 변호사 시험 대비반으로 전락합니다. 사법고시가 변호사 시험으로 대체될 뿐, 국가에 의한 법조인 <선발> 방식을 대학에 의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체제로 바꿔 법률 서비스의 格을 높인다는 구호는 말장난이 됩니다. 법조인 '數'를 컨트롤할 수 있는 권한을 법조계가 틀어쥐고 있는 한, 로스쿨 사태는 대학들,그리고 교수들의 밥그릇 싸움에 머물 수 밖에 없습니다.
비정상적으로 過度한 법조 권력은 비정상적으로 過少한 법조인의 '數'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검사와 판사,변호사에게 권력과 富와 명예를 거의 무제한적으로 보장해 줘야 하는 것입니까? 언제까지 그런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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