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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평] 인수위 '영어교육 정책' 관련 뉴스

우리는 흔히 방송뉴스를 시청하고 나서, "그래서?"라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새 정부의 영어교육 정책을 보도한 뉴스가 바로 그렇습니다. SBS 뉴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달 22일 영어 '몰입교육'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예고했다가 몰입교육은 빼버린 정책안을 놓고 30일 청문회를 개최하기까지의 논의과정을 비교적 성실하게 추적했습니다. 그런데 "그래서?"라는 의문이 왜 생겼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오늘 뉴스비평의 주제입니다.

1월 22일 SBS 뉴스에 따르면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영어 이외의 일반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위원장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조기유학을 한다든지 또는 가족들이 흩어져서 오는 어려움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영어가 교육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까지 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스는 이와 같은 정책이 어린 학생들의 언어 정체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또 다른 영어 사교육 수요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함께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인수위의 방침이 영어 공용화 논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틀 뒤인 24일 뉴스는 영어교육 개선의 최종 목표는 영어 사교육비 절감과 기러기 아빠의 퇴출이라고 인수위가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2010년부터는 모든 고등학교의 영어수업이 영어로만 진행될 것이며, 영어 외의 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 '몰입교육'을 올해 안에 농어촌지역 고교에서 시범 실시한다는 것이 인수위의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뉴스는 영어 몰입교육과 관련한 인수위의 방침과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을 잘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SBS 뉴스는 인수위의 방침과 이에 대한 비판을 단순 전달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뉴스가 인수위는 이렇게 주장하고 이에 대한 반론은 저렇게 주장한다는 것으로 끝나면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도 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건 이렇습니다."라는 SBS 뉴스의 해석이 붙어야 그 뉴스가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해석'은 물론 '의견'과는 다릅니다. 앞에서 살펴 본 22일과 24일 뉴스는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을 남겼습니다. 예를 들면 영어 아닌 일반 과목을 영어로 수업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어린 학생들의 언어 정체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이른바 기러기 아빠의 비율이 전체 학부모의 몇 퍼센트나 되는가, 그리고 뉴스가 예상한 '영어 공용화 논쟁'이란 무슨 뜻인가 하는 의문들입니다. 게다가 뉴스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의 영어 몰입교육 검토가 이틀 만에 고등학교의 영어 몰입교육 시범실시로 바뀐 계획의 축소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습니다.

뉴스는 이와 같은 의문들 중 몰입교육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잘 짚었습니다. 그러나 자녀를 외국에 보내는, 일부 여유 있는 가정의 필요에 맞춰 교육정책의 골간을 바꾸겠다고 공언하는 인수위의 문제의식을 지적했어야 합니다. 영어 몰입교육이 가져 올 국어교육의 실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영어가 공영어가 아닌 한국에서 모든 국민이 영어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책 목표가 타당한가 하는 문제제기도 필요합니다.

1월 28일 SBS 뉴스는 영어교육 개혁을 너무 서둔다는 비판이 일자 인수위가 "지금이야말로 영어교육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적기"라며 분명한 의지를 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그러나 영어 몰입교육의 시범 실시 계획은 철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뉴스에는 "지금이 개혁 적기"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이날 뉴스의 초점은 "지금이 개혁 적기"라는 인수위의 설명이 아니라 문제의 몰입교육 계획이 철회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 계획의 철회 배경과 그것이 일단 유보인지, 아니면 완전 철회인지 등을 분석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뉴스는 "몰입교육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인수위원장이 밝힌 몰입교육 추진을 대변인이 뒤집어버린 사태가 일어나도 뉴스는 그냥 넘어갔습니다.

인수위 주최로 열린 공청회 소식을 전한 1월 30일 SBS 뉴스는 인수위가 영어교육 정책을 제2의 청계천 프로젝트라고 부르며 의욕을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4조 원을 투입해서 영어 전용교사 2만3천 명을 새로 채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날 뉴스는 반면에 공청회 토론자 대부분이 인수위가 추천한 인사들로만 구성되어 밀실 공청회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인수위가 공청회에서 밝힌 계획과 공청회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자세히 보도하면서도 인수위 계획 자체에 대한 반론은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공청회 방식에 대한 비판보다 공청회가 수렴해 내지 못한 계획자체에 대한 비판이 더 중요합니다. 뉴스는 계획의 추진방식에 대한 논의가 공청회의 취지이며, 계획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은 처음부터 계획하지 않았다는 인수위 대변인의 설명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면 찬반 논란을 듣기 위한 공청회는 언제 한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풀어주지 못한 뉴스였습니다.

영어교육의 틀을 크게 바꾸겠다는 인수위의 방침에 대한 SBS 뉴스의 보도는 방송뉴스가 빠지기 쉬운 분석과 심층취재의 부족을 두드러지게 보여 준 경우였습니다. 이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지만 뉴스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청자와 정책당국자가 의견을 정하는데 참고하는 뉴스가 되려면 "그래서?"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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