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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브릭 - 연휴 개봉 외국영화

그 어느 해보다 긴 설 연휴를 앞두고 다음 주 월, 화 휴가를 내면 최장 9일짜리 휴가를 얻을 수 있어 해외여행객들이 봇물을 이룰 예정이라는 기사도 있네요. 저희 직장은 휴일이건 명절이건 어김없이 돌아가는 당직 근무와 야근 때문에 온전히 쉬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근무표가 짜여지는대로 받아들이거나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근무를 이리저리 바꿔야지 겨우 고향에 내려가 차례라도 지낼 수 있습니다. 다행이 저는 이번에는 연휴 첫날 휴일당직, 마지막 날인 일요일 야간당직이라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네요. 뭐 이런 푸념도 명절이 평소보다 더 바쁜 분들 앞에서는 배부른 소리겠지요. 여러분들은 설 연휴 계획 어떻게 세우셨는지요.

 설 연휴를 앞두고 새 영화들이 대거 개봉되는데 제 주변의 잠재 관객들은 정작 볼 영화가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네요. 이번 주말 예매율 상황을 보니 압도적 1위는 없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포함해 한국영화 5편이 박빙의 차이로 1위부터 5위에 포진해 있군요. 한국영화 메뉴에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여기에 소개해드리는 이런 외국 영화들은 어떨는지요.

명장(감독:진가신, 주연: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청소년 관람불가) 

[첨밀밀]과 [퍼햅스 러브]로 유명한 진가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무협사극이라는 첫 정보에 잔잔하고 말랑말랑한 무협(?)이 연상됐지만 막상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장이머우나 첸 카이거, 펑 샤오강의 전쟁 사극과 비교해볼 때 스케일은 크지만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는 와이어 액션 같은 과장법이 별로 없는 사실적인 액션이 돋보이고 격동의 역사 속에 놓인 인간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강조하는 건조한 비장미가 특징입니다.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의 난이 기승을 부릴 무렵 청나라 장수 방청운은 반란군과 전투에서 1600명 휘하 병사를 모두 잃고 시체더미 속에 죽은체하며 홀로 겨우 살아남습니다. 그 지방에서 관군을 상대로 도적질을 일삼는 조이호(유덕화), 강오양(금성무) 등 도적떼와 합류해 애꿎은 사람의 목을 딴 뒤 영원히 함께 하자는 피의 맹세로 일어서고 관군에 합류해 반란 진압의 선봉에 섭니다. 여기에 방청운이 운명적 사랑을 느끼는 여인이 있었으니 그 여인은 바로 의형제 조이호의 아내이고 이 삼각관계는 오해와 판단착오가 얽히며 파국의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승승장구하다가 성과가 커지고 더 큰 목표가 설정되고 야심도 커지며 세 인물들 사이에 갈등과 불화가 싹트기 시작하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게 되는 것이지요. 그 비극의 형태가 너무나도 운명적이어서 인간의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는 성격이구요. (옛 어른들 말씀이 형제나 부모 사이에도 동업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던데, 그럼 할리우드의 코엔 형제나 워쇼스키 형제-둘 중 한명이 성전환 수술을 해 이제는 남매로 불러야 한답니다.―들의 성공 비결은 뭔지 궁금해지는군요.)

호쾌한 대륙적 스케일의 전투장면이 일품인데 주인공을 영웅처럼 미화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그립니다. 도대체 불쌍한 민초들이 무엇 때문에 저리 목숨 걸고 싸울까하는 덧없음이 느껴집니다. 할리우드 영화 [300]에 버금가는 잔인한 장면들도 많이 나오는데 대포 앞을 막아섰다가 발사되는 포탄에 몸이 산산조각 나는 장면도 나옵니다.

의형제 결의를 맺고 처음 벌이는 대규모 전투 장면은 세 인물들의 신선한 우정과 의리가 느껴지고 전투장면의 긴박감이 높아 마치 [블랙 호크다운]을 볼 때처럼 제가 그 전투 한가운데 놓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나이들의 의리나 형제애도 결국 개인적인 야망이나 이해관계가 배치될 때는 헌신짝처럼 여겨지는 게 진리이고 거기에다 대고 배신이네 뭐네 도덕적 비난을 하는 것은 부질없다는 감독의 비관적인 성찰이 깔려있습니다. 그게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할 배신이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이치라는 차가운 세계관 말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없을 때는 무척이나 뻑뻑하다가 지연이든 학연이든 뭐든 하나라도 엮어들어가면 그때부터 고성능 윤활유를 바른 것처럼 미끄덩거리며 매끄러워지는 게 일상다반사인 우리 사회에서도 '우리가 남이가'라거나나 '친구 아이가'하는 말을 너무 금과옥조처럼 받들다간 자신만 상처받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너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시사회에 맞춰 방한한 진가신 감독은 한국에서 불법다운로드로 이 영화가 반응이 좋아 본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운로드 버전은 중국 개봉 판으로 사실적이고 잔인한 전쟁 장면과 태평천국의 난에 대한 역사적 배경 등 많은 부분이 삭제된 것이고 한국 극장 개봉 판은 이 부분이 다 살아있다며 꼭 극장에서 제대로 된 영화를 감상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 유덕화가 이연걸 에게 큰형님 하는 관계가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유덕화가 이연걸보다 10년은 더 위인줄 알았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유덕화 61년생, 이연걸 63년생이더군요. 그래도 형은 형인데…….)
 
브릭(감독:라인언 존슨, 주연:조셉 고든 레빗, 노라 제히트너)

느와르 장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서울 하이퍼텍 나다에서 단관 개봉하는 이 영화를 긴 연휴를 이용해 발품 팔아 보아도 별로 아깝지 않을 것 같은 재기발랄한 영화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평온해 보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소도시의 고등학교를 무대로 마약을 거래하는 10대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충실하고 전형적인 느와르 장르로 녹여낸 작품으로 2005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브랜든이 얼마 전까지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외딴 하수구 입구에 싸늘한 시체로 변한 모습을 마주하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곧바로 그 일이 있기 사흘 전으로 건너갑니다. 여자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와 어떤 물건을 훼손했는데 그게 자기가 한걸로 오해받아 곤란하고 위급하다는 알듯알듯한 이야기를 합니다. 브랜든은 옛 정도 있고 해서 즉시 학교 친구인 오지랖 왕인 친구에게 각종 주변 정보 수집을 지시하며 에밀리의 최근 행적과 소재 파악에 나섭니다.

마약이나 돈을 둘러싸고 총질을 일삼는 뒷골목 범죄 조직의 이야기를 고등학교로 옮겨와 탁월하게 변주합니다. 미궁의 살인사건을 파헤쳐가는 흥미진진한 재미와 황량한 정신세계를 상징하는 배경화면, 마약 거래상의 독특한 집안 구조와 회전거울이 돌고 그 거울에 반사된 햇빛이 함께 돌아가는 장면 등 스타일리쉬한 화면들도 인상적입니다. 거기다 마지막 관객들이 예상하기 쉬운 뻔한 결말을 한 번 더 비틀어주며 방점을 찍는 깔끔한 마무리의 서비스 정신까지 맘에 들더군요.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고등학생 치고는 너무 똑똑하고 쿨해 '미국 고삐리들은 차원이 다르구나'하는 오해의 소지가 생길만큼 다소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패거리 문화나 왕따 같은 사실적인 묘사들이 단점들을 보완해 줍니다. 물론 총격전 장면에서 참혹함의 수위도 높고 결말도 비극적인 정서가 깔려있으니 온가족이 함께 보는 명절용 영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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