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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냉동창고 화재, 규명돼야 할 의문점

무려 40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는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총체적인 인재(人災)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하층 냉동창고는 탈출구가 부족한 사실상 밀폐된 공간인데도 소방점검을 통과했고 화재당시 스프링클러 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의문점들은 이번과 같은 원시적인 사고의 재발을 막는 경종이 되기 위해서도 경찰과 소방당국의 사고원인 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탈출구 '절대 부족'..소방점검 통과

화재참사가 난 창고는 지난해 11월5일 준공허가를 받았고, 앞서 10월24일 소방시설 완비를 증명하는 소방준공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탈출구가 전면과 후면 1곳씩만 있어 사실상 밀폐공간인데 사고시 대피가 쉽지 않은 이 창고가 어떻게 소방점검을 통과했는 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불이 난 지하 1층은 면적 2만3천338㎡로 축구장 2배에 가까운 크기지만 전면 출입로 외에 대피로가 반대편에 1곳만 있어 사실상 '비상구' 없는 밀폐공간인 관계로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8일 이천 냉동창고 '코리아2000'의 건축허가와 소방 준공검사, 사용승인 등이 적법하게 이뤄졌는 지 조사할 예정이다.

사고가 난 지하 냉동창고는 외부로 향하는 창문이나 환기구도 변변치 않고 미로같은 구조로 돼 있는데다 인화물질도 산재해 불이 나면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화재 무방비 상태였다.

◇ 스프링클러.소화전 '무용지물'

화재 당시 이천 냉동창고 '코리아2000'의 지하층에서는 스프링클러와 소화전도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이 났지만 창고에 설치된 224t짜리 물탱크와 스프링클러는 무용지물이어서 피해를 더 키웠다.

경기도소방본부 관계자는 "폭발과 동시에 건물이 붕괴되면서 스프링클러 등도 작동되기 전에 다 파손되버렸기 때문에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창고는 소방준공 검사를 받은 지 얼마 안된 지난해 11월 153억원 규모의 기업종합보험까지 가입됐지만 창고의 소방시설은 단 한번의 화재가 폭발로 이어지면서 전혀 작동되지 못했다.

따라서 창고 소방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 지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경원대 소방방재공학과 백동현 교수는 "스프링클러 등이 작동하지 않았다는데 부실시공됐거나 폭발과 동시에 배관 등이 손상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현장조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안전의식 부재..유증기 가득한데 작업?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난달 29일 끝난 우레탄폼(foam) 발포작업에서 발생한 가연성 높은 유증기가 작업이 끝나고 9일이 지나도록 창고 안에 가득차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창고 안에 유증기 농도가 높은 상태에서 불이 나자 연쇄 폭발로 이어지며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유증기 농도가 1~7% 되면 스파크나 마찰, 담뱃불 등에 의해 쉽게 발화될 수 있다는 것이 소방전문가의 설명이다.

경원대 소방방재공학과 최돈묵 교수는 "200ℓ짜리 휘발유 1통에 7g이 남아있다면 통안의 유증기 농도를 1.4%로 본다"며 "작업관리자가 작업에 앞서 유증기 농도를 낮추는 환기작업 후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사전 안전교육을 했는 지 등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냉동창고는 냉매재인 프레온가스와 단열재인 우레탄폼 등 인화성 화학물질이 산재해 화재에 취약한 '화약고'와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현장에서는 200ℓ짜리 우레탄폼 연료 15통이 남아 있었고 8일 조사에서 불에 탄 용접기와 가스통도 3대씩 발견됐다.

경기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당시 현장 인부들이 대부분 숨져 용접작업이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57명의 인부 가운데 용접공도 있었다는 진술은 있다"며 "용접작업이 아니라도 전기작업 중 스파크나 마찰.충격에 의한 불꽃 등도 발화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원대 소방방재공학과 백동현 학과장은 "탈출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소방규정상 이를 정하는 조항은 없어 문제삼긴 어렵다"며 "이번 사고 역시 인화물질이 산재한 작업장 주변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작업관리자와 작업자의 안전 책임의식 부재가 부른 인재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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