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가 금산분리 완화를 공약하면서 경제계의 마음 속 계산기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금산분리 정책은 크게 2가지 축이 있습니다.
1) 은행법
현행 은행법은 자산 총액이 2조 원 이상인 회사가 의결권을 가진 시중은행 주식의 4%를 초과보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잘 아는 대기업들은 은행 보유가 사실상 불가능하죠.
이런 은산분리는 미국·호주·캐나다에서도 시행되고 있지만 사실상 그 외의 국가들 대부분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 금산법+공정거래법
'금융 산업구조 조정에 관한 법률 24조'가 바로 흔히 말하는 <금산법>입니다.
재벌 기업집단 소속의 금융회사가 일반회사를 보유하고자 할 때 지분의 5% 이상을 취득할 때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합니다.
여기에 더해, <공정거래법>은 금융회사가 보유한 일반회사 지분의 의결권을 15% 이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회사의 일반 기업 지분보유를 금지합니다.
외국 경제지들은 흔히, 한국은 은산분리와 금산분리+의결권제한을 시행하는 유일한 국가로 표현하곤 합니다.
이 제도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산업의 붕괴가 곧 은행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기업이 망하면 은행도 망할 수 있으니..
한마디로 경제가 절단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제도 완화가 가져올 효과도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제조업 중심의 한국경제 구도에서는 풍부한 자본과 국제 마케팅 능력을 갖춘 기업도 대부분 제조업 쪽입니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쪽의 논거도 여기에서 나옵니다.
자본력이 부족해 대출 수익에만 열을 올리는 은행들에게는 제조산업 쪽의 풍부한 자금이야말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한국의 신성장동력은 바로 금융산업 쪽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금산분리' 완화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국내 산업자본의 진입이 차단되다보니 국내 대표은행들이 결국 외국계 사모펀드로 팔릴 수 밖에 없는 과거의 경험들은 이런 논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이런 이유 때문에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을 더욱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 대기업들의 '자정 능력'입니다.
계열사인 삼성증권에 차명계좌를 만들어 비자금을 운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의 예는 금산분리 완화론자들을 당장 무색하게 만듭니다.
사실상 그룹 총수가 전 계열사를 절대 지배하는 기업 풍토 속에서 은행의 최소한의 공익성을 과연 담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겠죠?
최근 경찰 수사에서 확인된 삼성과 우리은행의 이른바 '짝짝꿍' 행태는 참 한심스러운 일입니다.
직원들의 개인 은행계좌를 회사에서 은행측의 협조를 받아 몰래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얘기였죠.
두 회사가 계열사가 아닌데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보면 금산분리를 주장하는 재계의 순수성에 의심이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재계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보유한 산업자본을 활용한 금융과 산업의 시너지 효과인지... 아니면 은행 소유를 통한 부가적 수익(?)인지를 먼저 확실히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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