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연루된 의혹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BBK 투자 유치 및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 씨에 대해 미 국무부가 한국 인도를 승인, 대선을 한달여 앞둔 11월 중순께 김 씨의 신병이 검찰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 씨의 검찰 진술이나 검찰의 수사 상황에 따라 대선 판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씨가 그동안 여러 경로로 "이 후보가 사실상 BBK를 창업했고 ㈜다스와 삼성생명, 심텍 등 투자자를 끌어들였다"고 주장했고 대통합민주신당 등도 이 후보가 옵셔널벤처스코리아, LKe뱅크 등을 김씨와 함께 실제 경영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반면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이를 강력하게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김 씨를 상대로 미국 당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할 때 적용한 혐의가 횡령, 사문서 위조, 증권거래법 위반 등이고 다른 혐의를 추가하려면 미국당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선 전까지 이 후보와의 연관성 등을 캐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미국 현지에 수사관을 보내 김씨의 신병을 넘겨받아 국내에 도착하는 대로 김 씨를 기소중지하고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할 때 발부받았던 체포영장을 집행한 뒤 이틀 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영장이 발부되면 20일간 조사한 뒤 혐의를 구체화해 기소할 예정이다.
◇ 뭘 수사하나 =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최재경 부장검사)는 지난 8월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 등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후보와 김경준 씨가 연관된 주요 의혹에 대해 핵심 참고인인 김 씨가 미국에 있어 조사를 벌이지 못한다는 이유로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린 뒤 수사를 중단했었다.
검찰은 이 후보의 처남인 김재정 씨가 대주주인 ㈜다스에 대한 이 후보의 차명보유 의혹과 ㈜다스가 이 후보와 김경준 씨가 공동 경영했던 BBK에 투자하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해왔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당시 이 후보가 ㈜다스 지분 96%를 차명으로 갖고 있으면서도 공직자 재산신고 때 누락시켰다는 의혹과 관련, "㈜다스 경영자들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출석에도 불응해 소유 관계 규명은 물론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하도록 의사 결정한 사람을 밝히는 것도 불가능하며 사건 관련자인 김경준씨가 미국에 있어 참고인 중지 처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기관의 BBK 투자에 이 후보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를 대며 "김 씨가 귀국하면 당연히 사건을 재개해 조사하겠다"고 덧붙였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강찬우 부장검사)도 주가조작으로 소액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등을 운영하면서 회사자금 380억 원을 빼내 도피한 혐의로 김 씨를 기소중지했었다.
김 씨는 1999년 4월 투자자문회사 BBK를 세워 심텍과 삼성생명, ㈜다스 등의 투자를 유치했고 다음해 2월 이 후보와 함께 30억 원씩 투자해 LKe뱅크를 설립, 이 후보가 대표를 맡았으나 심텍이 2001년 10월 BBK에 50억 원을 투자했다 30억 원을 받지 못했다며 이 후보와 김 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었다.
◇ 대선전에 수사 결과 낼수 있나 = 검찰은 김 씨가 귀국하는 대로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해 최장 구속기간인 20일간 그의 신병을 확보한 뒤 김 씨와 이 후보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의혹을 규명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검찰은 우선 김 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때 적용했던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여권·법인설립인가서 위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옵셔널벤처스코리아 자금 384억 원 횡령), 증권거래법 위반(38개 증권계좌를 이용해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식 시세조종) 등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주인지, ㈜다스가 190억 원을 BBK에 투자하는 과정에 이 후보가 관여했는지, 다른 기관투자자도 이 후보의 영향력 탓에 BBK에 투자한 것인지, 옵셔널벤처스코리아와 LKe뱅크 경영 등에 이 후보가 직접 참여했는지 등을 따질 예정이다.
검찰은 김 씨가 본인 혐의를 자백하는 등 수사에 협조할 경우 대선 전에 이 후보가 연루된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많은 의혹을 상당부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 청구를 통해 신병을 받은 뒤 기소할 때 다른 혐의를 추가하려면 해당 국가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진실 규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다스가 김 씨에게 속아 BBK에 190억 원을 투자했다는 혐의(사기)의 고소 건도 범죄인 인도 청구 뒤에 접수돼 이 부분을 추가기소하려면 미국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김 씨가 본인의 '개인 범죄'에 가까운 이들 혐의에 대해 대부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이들 혐의를 입증하는데도 구속기간이 빠듯한 만큼 대선 전에 이 후보와의 연관성을 따지기가 쉽지 않아 결국 의혹은 속시원히 규명되지 않은 채 대선운동 기간 내내 정치권 공방의 대상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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