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7일 골프 실력을 숨기고 재력가들에게 접근해 내기 골프로 억대 금품을 챙긴 혐의(상습사기)로 한모(55), 박모(48), 이모(54) 씨 등 일당 3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 씨 등은 올해 6월 서울 용산의 모 골프연습장에서 김모(40) 씨에게 접근해 라운딩을 한번 하자며 춘천 소재 모 골프장으로 꾀어낸 뒤 평소 실력을 숨기고 내기를 걸어 1억2천만 원을 따내는 등 5월부터 7월까지 4차례에 걸쳐 같은 수법으로 2억여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씨는 72∼79타 싱글 수준임에도 90타 보기 플레이어로, 한 씨는 80타 정도를 치는 수준임에도 90타로, 박 씨는 95타 수준인데 100타가 넘는 실력이라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람으로 가장하고 골프 연습장에서 '사장님 스윙이 참 좋다'고 칭찬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수도권 골프장에 라운딩 약속을 잡았고 초반에 잃어주는 척하다가 나중에 실력을 발휘해 돈을 긁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한 씨 등은 한 명씩 고의로 돈을 잃은 뒤 '만회해야 한다'며 판돈을 키우는 등 돌아가며 '바람잡이' 역할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준비한 돈이 바닥나면 이들은 인근 상점에서 카드결제를 하도록 해 장뇌삼, 노트북 5대, 고구마 등 현물을 받아챙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 씨 등이 원래 도박판 '타짜'로 활약했는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골프장연습장 맹훈련을 통해 실력을 키웠다"며 "사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들을 따라다니며 평소 플레이를 채증했는데 안 보고 채를 휘둘러도 공이 빨랫줄처럼 날아가 페어웨이에 척척 내려 앉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들로부터 '그날 따라 약을 먹은 것처럼 스윙이 후들거리기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한 씨 등 일당이 피해자들의 경기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신경안정제나 수면제와 같은 약물을 몰래 먹였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골프장 주변에서 사기행각을 모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첩보가 있으니 일단 모르는 사람들과는 라운딩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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