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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말리아 피랍사건 대처 '딜레마'

'아프간 사건'과 형평성 논란 일어

정부가 '소말리아 피랍사건' 처리를 놓고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리고 있다.

한석호(40) 선장과 이송렬(47) 총기관감독, 조문갑(54) 기관장, 양칠태(55) 기관장과 중국인 선원 등 모두 24명이 승선한 마부노 1, 2호가 지난 5월15일 예멘을 향하다 소말리아 해안에서 210마일 떨어진 수역에서 현지 해적들에게 납치된 지 15일로 154일째를 맞고 있지만 선원들은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테러단체에 의한 한국인 납치사건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억류된 사례가 되고 있다.

현재 선주(안현수)측과 테러집단간 협상을 통해 선원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몸값(100만달러 상회)을 지불하기로 사실상 합의했으나 선주 안 씨가 10만 달러 외에 나머지 금액을 부담할 능력이 없다며 정부 등을 상대로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억류 선원 가족들은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한국인 피랍사태에서 정부가 매우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서 해결한 것과 비교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큰 액수의 몸값'을 지불했다는 해외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 정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일요판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14일 인터넷판에서 탈레반 대원 3명이 인터뷰에서 두 차례에 걸쳐 한국측으로부터 몸값 1천만 달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인터뷰에 응한 탈레반은 "우리가 처음 인질 12명을 풀어줬을 때(8월29일) 700만 달러를 받았으며 나머지 돈은 나머지 인질(7명)을 풀어준 8월31일 전달됐다"고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탈레반은 "두 차례에 걸쳐 받은 몸값 1천만 달러로 1년 이상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폭약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해 국제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테러단체에 대하여 인질석방의 대가로 석방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으며 그 동안 몇 차례 있었던 우리 국민 관련 납치사건에도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여 왔다"고 밝혔으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일부 외교소식통은 "아프가니스탄 피랍현장에 우리 정보요원은 물론 정보기관의 수장이 버젓이 등장한 상황에서 정부의 해명이 공허하게 들린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테러집단과의 협상및 석방금 지불 불가' 원칙을 소말리아 선원 피랍사건에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사건 때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서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냉소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외교부와 정보당국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 사건 해결 이후 정부 일부 인사가 선주와 무장 해적세력간 '몸값' 협상에 개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피랍 선원 가족들이 154일째 억류돼있는 선원들의 현재 상황을 알리면서 석방여론 확산을 위해 정부 고위당국자들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언론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알리기 노력'을 하면서 정부의 입장이 더욱 위축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당국자는 "이런 사건일수록 은밀하고 조용하게 해결해야 하고 특히 정부내 이견을 없애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런 것과 정반대로 가는 양상"이라면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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