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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줄타기'…큐레이터의 작품 알선

최근 미술시장에서 인기있는 모 화가의 개인전을 연 한 미술관의 큐레이터는 전시 중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았다.

작품을 둘러보던 관객 중 적지 않은 수가 "이 작품은 얼마에요? 사고 싶어요"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그 큐레이터는 번번이 "미술관은 작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미술관의 큐레이터는 작가, 평론가와 함께 미술계를 이끄는 삼각축이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작품을 거래하는 곳이 아니고 소장, 전시, 교육하는 기능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기관이다.

그래서 해외미술계에서는 미술관의 기획자만 '큐레이터'라고 부르고 상업화랑의 기획자는 '갤러리스트'라고 엄격하게 구분한다.

신정아씨가 기획예산처의 작품 구입에 다리를 놓은 것으로 최근 확인됨에 따라 큐레이터의 역할에 대해 새삼스럽게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박봉에 격무로 알려진 큐레이터들이 이면에서 작품을 알선하고 리베이트를 받는 것이 혹시 미술계에서 굳어진 관행은 아닌지, 작가로부터 사례 인사를 받는 것이 아닌지 호기심과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이에대해 최근 설립된 한국큐레이터협회에 참여하고 있는 모 공립미술관의 큐레이터는 "그런 유혹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큐레이터들은 좋은 전시를 꾸미는 행위자체가 좋아서, 그 매력에 빠져서 박봉임에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권을 챙기는 큐레이터들도 있는게 현실"이라고 털어놓으면서 "컬렉터와 작가를 연결시키는 것이 법률로 금지돼 있는 것도 아니어서 범법 행위라고 볼 수는 없을 지 모르지만 세계적으로 미술관과 박물관의 큐레이터들은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그는 큐레이터협회가 설립된 이유 중에 하나도 이런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지침을 만들어 공유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립큐레이터 K모씨는 "미술관ㆍ박물관학을 배울 때 해외에서는 큐레이터들에게 작품 소장도 하지 말라는 지침을 준다고 들었다. 작품을 소장하면 사심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큐레이터는 자연발생적으로 파워가 생기는 직업이다.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한다. 국공립미술관의 큐레이터는 당연히 공직이며 사립미술관도 그에 준해서 일하지 않으면 말썽이 생긴다"고 말했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국내에서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인데 관련 인력이 시장이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양산되고 있어 큐레이터를 언제든지 싼값에 고용하고 경질할 수 있는 만만한 인력으로 보는 국내 예술계의 열악한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박물관 경영학을 전공한 모 대학 교수는 "신정아라는 개인적인 사례를 큐레이터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제한 뒤 "신씨가 작품을 알선해 혹시 대가를 챙겼다면 그는 큐레이터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큐레이터들의 처우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고 본다. 국립미술관, 박물관부터 일단 처우가 개선되면 사립기관들에도 전파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박물관ㆍ미술관진흥법이나 학예사제도를 손질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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