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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중은행, '외환은행 인수' 기회 맞나

HSBC, 금감원 감사.노조 파업 예정 등 내우외환…가격 이견 여전

론스타와 HSBC가 예정된 배타적 협상 기간 동안 가격 등 외환은행 매각의 구체적인 사안에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상 파기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먹튀' 논란에서 자유로워진 론스타가 금융감독당국의 고강도 감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HSBC 대신 국내에서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당국·가격 변수 등 난제 산적 =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진행한 론스타와 HSBC간 배타적 협상은 지난달 말로 시한이 만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타적 협상 기간은 매도자가 인수 후보자를 압박해 신속한 계약을 이끌어내기 위해 설정하는 기간으로 DBS(옛 싱가포르개발은행)와의 협상 사례에서처럼 통상 두달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DBS는 지난 3월부터 두달간 론스타와 배타적 협상을 진행한 뒤 6월초 최종적으로 금융감독당국의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다 거절당하자 협상을 파기했다.

론스타와 HSBC가 2주일 정도 추가 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유예 기간 동안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외환은행 지분 매각 가격에 대한 론스타와 HSBC간 이견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HSBC가 55억달러(한화 약 5조 2천억 원)를 제시한 반면 론스타는 66억 달러(약 6조 2천억 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간 1조 원 이상 차이가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는 또 금융감독당국이 법원 판결 이후 외환은행 매각 건을 심사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히고 있기 때문에 HSBC가 유예기간 동안 양해각서(MOU)를 먼저 체결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요구하면서 당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지분 매각 협상 사실을 공개한 HSBC에 대해 당국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만약 HSBC가 론스타와 MOU를 체결하고 외환은행에 대한 실사까지 거친 뒤 당국의 승인 지연을 핑계로 인수를 포기할 경우 더 이상 국내에서 영업을 하지 못할 지경에 처할 수도 있다.

HSBC가 1998년 제일은행, 1999년 서울은행, 2003년 한미은행, 2005년 제일은행 등 국내은행 인수전에 네 차례나 뛰어들었다가 막판에 인수를 포기했던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외환은행 정보만 입수한 채 발을 빼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82개국에 1만여 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HSBC가 소매금융보다는 해외영업에 강점이 있는 외환은행을 당국과 대립하면서까지 인수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HSBC 투자위원회도 당국의 인수 승인이 언제 나올 지 모르는 M&A 계약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 국내은행, 협상 파기 여부 촉각 = 일부에서는 금융감독원이 3일부터 2주간 HSBC 국내지점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HSBC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금감원 감사에서 기관 경고에 준하는 잘못이 지적될 경우 외환은행 인수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HSBC 한국지점 노동조합이 노사 협상 결렬 이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접수키로 하는 등 파업 절차를 밟고 있어 HSBC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HSBC 노조는 승진 때 임금이 인상되는 제도의 일방적 폐지 철회와 전체 직원의 약 40% 수준인 비정규직 직원 비율의 20% 이내 축소, 9.3%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쟁의조정신청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90% 이상의 동의를 얻어 놓은 상태다.

국민, 하나은행과 농협 등 국내은행은 물론 두바이계 펀드로 알려진 제네바 인터내셔널 펀드도 외환은행 인수 타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로서도 HSBC와의 협상에만 집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론스타가 그동안 외환은행을 매각할 경우 먹튀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때문에 국내 은행에 매각하는 것을 꺼렸지만 DBS와 HSBC와의 단독 협상을 거치면서 부정적 여론이 상당히 해소돼 국내은행에도 인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부 국내 은행은 론스타와 HSBC간 배타적 협상이 파기될 것을 염두에 두고 강력한 인수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낸 적 있는 DBS도 3주전 이사회에서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다시 추진하기로 결의하고 국내 은행과 협력 등을 통해 30% 정도의 지분이라도 인수하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외환은행 부점장 비상대책위원회 등 일부 직원들이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사례처럼 외국계은행에 인수돼 해외지점이 폐쇄될 것을 우려해 HSBC의 인수에 반대하고 있는 점도 조기 매각을 원하는 론스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론스타가 HSBC와 배타적 협상을 파기할 경우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있는 국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론스타와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HSBC와의 협상 과정에서 '먹튀' 논란이 잠잠해지면서 매각시기를 앞당길 수 있게 된 론스타로서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얻는 게 많았던 협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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