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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그룹, 쥐꼬리 지분으로 계열지배 여전

금융사 통한 계열지배도 개선 없어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재벌그룹들의 지배구조에 뚜렷한 개선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한 공약으로 내걸었던 참여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지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낸 일부 재벌그룹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소유지배 괴리도나 의결권 승수로 분석해 본 재벌들의 지배구조 평점은 지난해에 비해 제자리 걸음하거나 더 악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사정은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07년 대규모 기업집단 소유지분구조에 대한 정보공개'자료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 재벌들 '고객돈'으로 지배 강화

공정위의 자료에 따르면 총수가 존재하는 4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절반이 넘는 23개는 1개 이상 금융.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 가운데 14개 기업집단은 산하에 거느린 29개 금융 계열사를 통해 86개의 다른 계열사에 1조7천567억 원(액면기준)을 출자해놓고 있다.

외견상 출자금액은 지난해에 비해 4천765억 원이나 줄었고 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타 계열사 지분율도 지난해 12.45%에서 10.93%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는 올해 주식시장에 상장된 삼성카드가 지난해 9월 2조5천억 원에 육박하던 자본금을 4천965억 원으로 대폭 감자하면서 발생한 '착시'현상으로, 실제 변화는 찾기 어렵다.

특히 출자총액규제를 받는 삼성, 현대차 등 11개 재벌 가운데 7곳이 금융·보험계열사를 통해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벌 중에서도 에버랜드(삼성카드 25.64%), 삼성전자(삼성생명 6.28%, 삼성화재 1.09%), 삼성물산(삼성생명 4.66%, 삼성투신 0.27%) 등 금융사들이 최고 핵심기업에 대거 출자해놓은 삼성그룹을 비롯, 한화그룹(한화증권이 한화에 2.25% 출자), 동부그룹(동부건설에 동부생명 8.17%, 동부화재 11.86%) 등은 그룹 주력기업 지배권의 주축이 금융 계열사의 출자 지분이다.

이들 금융 계열사의 자산 대부분이 고객자금임을 감안하면 거미줄처럼 얽힌 지배구조 유지에 고객돈이 동원되고 있다는 지적에 재벌들이 할 말은 없는 셈이다.

 

◇ 총수 '쥐꼬리 지분' 지배도 그대로

재벌 총수와 그 일가가 미미한 지분으로 전체 그룹을 지배하는 형태 역시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43개 총수있는 재벌그룹의 전체 지분 가운데 총수 일가의 지분(의결권없는 주식 포함)은 4.90%로 지난해(5.05%)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

총수의 지분이 0.04%포인트 높아졌지만 대신 일가의 지분이 0.19% 줄어든 탓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11개만 떼어놓고 보면 이 비율은 더욱 초라해진다.

이들 11개 그룹 총수 일가의 지분은 3.45%로 43개 그룹의 평균보다 훨씬 낮았을 뿐 아니라 지난해보다 0.22%포인트 하락해 감소폭도 더 컸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그룹 계열사내 지분은 고작 0.31%, 이재용 전무 등 일가를 포함한 지분율은 0.81%로 전체 재벌그룹 가운데 총수 일가 지분율이 가장 낮았고 SK그룹 최태원 회장 역시 직접 보유한 지분은 0.82%, 일가를 합해도 1.50%에 불과했다.

특히 43개 재벌 가운데 태영그룹은 총수의 지분이 아예 없었고 LS그룹(0.06%), 두산그룹(0.21%) 등은 총수의 지분율이 가장 낮은 재벌로 꼽혔다.

이에 비해 규모가 작은 재벌은 총수나 일가의 지분율이 상당히 높아 태평양의 경우 서경배 회장 등 총수일가의 지분이 34.0%로 가장 많았고 이어 농심 신춘호 회장 일가가 27.43%의 지분율 갖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총수 일가의 실제 보유 지분율과 이들 지분을 포함해 총수가 지배하는 임원, 비영리법인, 계열사의 출자분을 합한 의결지분율의 격차인 소유지배괴리도는 31.28%포인트로 지난해보다 0.73%포인트 상승했다.

법적 지배지분과 사실상 지배지분간 격차가 더 커졌다는 얘기다.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에 비해 몇 배나 더 많은 지배권(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인 의결권 승수 역시 43개 전체 재벌을 놓고보면 지난해 6.71배에서 올해 6.68배로 미미하나마 하락했지만 11개 출자총액규제 대상 재벌들은 7.47배에서 7.54배로 오히려 상승했다.

 

◇ 논란속 공익법인 41개, 98개 계열사 출자

재정경제부는 올해 세제 개편안에서 공익법인의 동일기업 주식출연, 취득제한 기준을 현행 5%에서 20%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놔 재벌계 비영리법인들이 계열사 지분을 더 많이 취득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재경부는 "시대가 달라졌고 한국만큼 공익법인의 취득제한을 강하게 둔 곳이 없다"는 점을 개정 이유로 내세웠지만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30일 성명에서 "공익법인을 안정주주로 활용해 총수 일가의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 실제 재벌계 공익법인들은 지금도 적지 않은 지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62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총수없는 곳 포함) 가운데 41개 재벌그룹이 모두 100개의 공익법인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41개 공익법인이 모두 98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의 경우 공익법인들이 보유한 지분이 0.25%,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0.29%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법이 예정대로 개정된다면 재벌들은 크게 높아진 한도와 재단으로의 추가 출자를 통해 상속·증여세 부담없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여지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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