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탈레반에 억류되어 생사의 기로에서 헤맸던 지난 40여 일 동안 한국 언론은 사건 현지에 한 명의 기자도 파견하지 못한 채 거의 모든 보도를 외신에 의존했습니다. 게다가 탈레반이 인질을 살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기독교의 '공격적 선교'와 봉사단원들의 무모함에 대한 지적조차 보류하고 있었습니다. 아프간 사태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은 생존한 인질 21명이 모두 풀려난 이제부터입니다.
SBS 8시뉴스는 한국 정부와 탈레반 사이에 인질 석방 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다음 날인 8월 29일과 30일 탈레반이 인질 석방에 극적으로 합의해 준 배경과 이번 협상으로 한국 정부가 지게 된 부담 등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뉴스는 탈레반이 한국군 연내 철수, 한국 민간인 철수, 그리고 기독교 선교 중지 등을 조건으로 인질 석방에 합의하고, 주요 조건이었던 동료 수감자 석방 요구를 철회한 배경과 관련하여 이면합의설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인질석방 대가로 거액의 몸값이 지불됐다는 외신보도를 전했습니다. 뉴스는 그러나 한국 정부는 몸값 지불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의 추적보도를 멈추고, 인질 석방 배경에 대한 상식적인 분석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탈레반이 이미 최고의 정치적 선전 효과를 거뒀으며, 인질 억류에 대한 이슬람권 내부의 비판이 거세어지고 있고, 다수의 인질을 관리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 등이었습니다.
SBS 뉴스는 테러단체와 직접협상을 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의 입지가 실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뉴스는 또 이번 사건을 선례로 삼는 납치단체가 늘어날 경우 해외 한국인들의 안전이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같은 '우려'는 SBS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도들은 한국 언론의 무책임한 태도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직접 협상이 그토록 우려할만한 것이었다면, 정부가 대면협상을 추진하고, 이를 진행시키고 있던 당시에 이 문제를 제기했어야 합니다. 언론이 이제 와서 정부의 대면협상 문제를 제기하면 트집 잡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그 방식은 달라야 합니다. ‘정부가 안게 된 부담’이라는 식으로 언급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 테러범과의 직접협상에 대한 찬반의견을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참고로 삼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정부가 인질석방 조건으로 탈레반과 합의한 기독교 선교중지는 사실은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며, 이미 기독교계에서는 딴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프간 사태는 또한 분쟁지역에서 한국인을 일차적인 테러 표적으로 삼게 만드는 이라크 등 해외 주둔군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의 선교 방식과 해외 파병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언론이 이끌어야 합니다.
지난 8월 27일 SBS 8시뉴스는 택시에 받힌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하여 행인들을 덮친 사고 현장의 CCTV 화면을 방영했습니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으며, 가족들이 함께 시청하는 메인뉴스에는 맞지 않는 선정적인 화면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사고 순간의 생생한 현장을 보도하는 것은 뉴스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입니다. 따라서 충격적인 장면이 방영된다고 하여 무조건 선정적이라고 비판할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현장 화면을 어떤 맥락에서 사용하는가에 있습니다. 뉴스는 택시에 거의 직각으로 충돌당해 튕겨 나온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에 문제의 CCTV 화면은 이와 같은 뉴스의 설명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뉴스가 만일 CCTV 화면을 절제된 편집과 화면처리를 거친 뒤 방영하여 사고순간의 상황을 정확히 보도하는데 활용했다면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편집자는 문제의 화면에 '사고 순간 포착'이라는 제목을 붙여 단순한 구경거리로 비쳐줌으로써 결국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8월 22일 SBS 뉴스는 한강 조망권을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와 달리, 한강 경관을 조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뉴스에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는 지난 7월 8일 뉴스에서 보도했던 것인데, 7월 8일 SBS 뉴스도 단순히 한강 조망권에 대한 하급심과 대법원의 판결이 다르다는 점만 강조했을 뿐이었고 판결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신문들이 자세히 보도한 판결이유를 보면 흑석동 주민들의 아파트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인 지난 8월 22일의 판결이 이촌동 아파트 주민들의 한강 조망권을 인정하지 않은 7월 8일의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조망권 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가치가 있을 때 인정되는 예외적인 권리"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므로 흑석동 주민들의 경우 "편의성이 떨어지는 산비탈 지역에 그것도 한강 조망을 위해 동북향으로 집을 지어 20-30년 동안 거주해 왔으므로 조망권은 법적 보호대상"이라는 8월 22일 판결은 대법원이 인정한 예외에 해당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SBS 뉴스는 CCTV 화면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아 화면과 기자의 사건 설명이 따로 놀았고, 결국 충격적인 화면의 방영을 정당화 할만한 근거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뉴스는 또 대법원과 하급심의 판결이유를 심층 분석하지 않고 이들의 판결이 배치된다고 단정함으로써 조망권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변화하고 있는 시대적 추세를 짚어주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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