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10대 피의자 말만 믿고 무고한 시민에게 잘못을 추궁하다 결국 사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께 광진서 화양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10대 청소년 1명을 데리고 광진구 군자동의 박모(57·여)씨가 운영하는 한 슈퍼마켓을 찾아갔다.
경관들은 이날 오후 "군자동의 한 근린공원에서 청소년 10여 명이 모여 담배를 피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이들을 붙잡은 뒤 담배를 구입한 곳을 추궁한 끝에 박모씨의 슈퍼마켓을 찾아오게 됐다.
당시 박씨는 슈퍼마켓 앞에 내놓은 마루에서 이웃가게 주인과 함께 바람을 쐬며 쉬고 있었으나 경찰은 박씨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지 않았느냐"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박씨는 "담배를 팔지 않았다"고 부인했고 소년도 박씨와 함께 있던 이웃가게 주인을 담뱃가게 주인으로 지목하는 등 횡설수설했지만 경찰은 "이 아이가 이 곳에서 샀다는데 왜 거짓말을 하느냐"며 언성을 높이게 되면서 인근 주민들까지 무슨 일인가 싶어 몰려들게 됐다.
결국 경찰이 박씨 가게에 비치된 담배의 판매 일련번호와 압수한 담배의 일련번호를 대조한 끝에 담배를 판 곳이 박씨의 가게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고 경찰은 돌아갔다.
다행히 '미성년자 담배판매' 혐의는 벗었지만 박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고 이날 밤 식사도 거른채 몸져 누워야 했다.
억울한 사연을 들은 박씨의 딸(26)은 "어머니는 '생각만 해도 손이 떨린다'고 하시며 누워계시는데다 동네분들은 어머니가 당하시는 것을 보고 '저게 경찰이냐'고 황당해하셨다"며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다.
경찰은 다음날 화양지구대장이 직접 박씨 가게를 찾아가 무리한 수사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으며 2주 뒤인 16일에는 당시 수사에 나섰던 경찰관들도 박씨를 찾아가 사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아이들의 진술에 따라 담배 판매처를 확인하러 갔던 것인데 아이들이 담배를 산 곳까지 거짓말을 할 줄 몰랐다"며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죄송하다는 사과를 드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다 적발되면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는데 우리 가게에서 담배를 팔았다고 하니 앞이 캄캄했다"며 "경찰을 대하는 것 자체가 긴장되는 서민의 입장을 생각해 경찰이 좀 더 신중하게 일처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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