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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네째주 개봉영화-화려한 휴가, 라따뚜이

설마설마 가슴 졸였지만 납치된 한국인들 가운데 인솔자 격인 배형규 목사가 피살됐다는 충격적인 비보가 들려왔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남은 분들의 조속한 무사 귀환을 기원합니다. 출장이다 뭐다 해서 이번 주 개봉영화 가운데 '화려한 휴가'와 '라따뚜이' 두 편밖에 보지 못했네요. 그렇다면 글을 안 쓰는게 좋은데 지난주에도 거른터라 이번에는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전해드리는 간략한 소개 정도로라도 보내드립니다. 널리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화려한 휴가

지난번 글에서 자세히 언급해 드렸지만 현대사의 비극에 대해 다큐멘터리적인, 다시 말하면 정치적, 사회적 분석틀로 접근하는 사회과학적인 방식이 아니라 대중적인 접근으로 영화화했습니다. 이 점은 영화를 보는 분들에 따라 미덕이 될 수도 있고 결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국정홍보처나 공익광고협의회의 협찬을 받아 제작비 걱정없이 만들었다면 모르겠지만 100억원대 제작비를 들인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이런 선택은 고육책인 측면도 있습니다.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현대사를 소재로 하고 관객들의 호응이 겹쳐져 잊혀져 가는 역사적 사건을 젊은 세대들이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기능을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5.18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정치적 선전선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걱정 안해도 좋을 듯합니다.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코미디가 섞인 홈 드라마와 청춘물이고 중반 이후에는 재난 액션 영화와 강한 멜로 드라마 성격이 강합니다. 이런 접근이 어떤 평가를 받을 지는 이제 관객의 몫입니다.

라따뚜이

쏟아져 나오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들 가운데 몇 안되게 재미있게 본 것이 [인크레더블]이었습니다. 그 감독이 이번에는 생쥐와 요리라는 소재에 도전했습니다. 남다른 미각과 후각을 지녔지만 생쥐라는 신분 때문에 인간 세상은 물론 주방에 얼씬거리지도 못하는 생쥐가 재능없는 요리견습생인 인간과 콤비를 이뤄 요리계에서 승승장구한다는 내용입니다.

요즘 나오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성취는 놀랍습니다. 조명이나 소품이 정교하게 세팅된 실사촬영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를 컴퓨터가 만든 가상공간에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시골 풍경이나 파리의 야경같은 장면은 감탄할만 합니다. 이 화면이 가공의 화면이라는 전제를 깔고 감상하다가 간혹 저 배경그림은 실사 아닌가?하고 자세를 곧추 세우고는 합니다.

액션과 드라마로 가슴 졸이다가 웃다가 즐긴 뒤 따분한 설교나 도덕 교과서를 뛰어넘는 교훈까지 던져주니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입니다. '요리사가 정성껏 만든 요리를 그냥 편하게 먹고 이러쿵 저러쿵 씹어대는 요리 비평가'라는 후반부 요리 비평가의 독백은 마치 영화평론가를 지칭한 것 같아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더군요. 본 영화 시작전에 5분 분량의 '리프티드'라는 대사없이 뚱뚱한 외계인과 작은 외계인이 표정으로만 소통하는 재기발랄한 단편 애니메이션이 덤으로 얹어집니다.

므이

베트남에 전해 내려오는 한 여인의 초상화를 둘러싼 저주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입니다. 조안, 차예련 두 신진 배우를 투톱으로 내세웠습니다.

에반 올마이티

짐 캐리가 방송기자로 나와서 경쟁 앵커를 초능력으로 엿먹이는 장면이 압권이었던 [브루스 올마이티]의 속편 격이라고 합니다. 잘 나가는 하원의원에게 신이 나타나 워싱턴 광장에 거대한 방주를 만들 것을 명령하고 온갖 동물들이 출연합니다. [브루스 올마이티]에서는 사랑과 일에 대한 성찰과 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등 오락영화이면서도 뭔가 생각할 것을 남겨줬는데 이번에는 거대 방주라는 스케일로 승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만덜레이

덴마크 출신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병원을 무대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킹덤]이 제일 좋았습니다. 니콜 키드먼 주연의 [도그빌]로 연극적인 무대장치로 미국 사회의 사악한 이중성을 고발하고서도 아직 뭔가가 많이 남아있는 모양입니다. 이번에는 미국이 갖고 있는 감추고 싶은 과거인 흑인 노예제도를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역시 도그빌과 같은 형식으로 커다란 무대 바닥에 흰색 선만 긋는 파격적인 형식을 취하는데 [도그빌]에서 실험성과 주제는 높이 사주겠지만 예술적 성취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밖에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디지털 영화 [인랜드 엠파이어]와 SM 그룹이 자사가 보유한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를 내세워 만든 학원 미스터리 코미디물인 [꽃미남 연쇄테러사건]과 대만 공포영화 [가족상속괴담] 등이 개봉됩니다. 더위에 건강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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