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연금 갈아타기'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사학연금 자진 탈퇴를 강하게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KDI 원장은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국민연금을 담당하는 많은 정책당국자는 물론 연금개혁의 추진주체인 주무장관도 국민연금이 아닌 특수직 연금에 가입하고 있다"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26일 "지난주 KDI에 사학연금 가입 대상 범위를 '대학원 소속 연구위원과 직원'으로 새로 지정할테니 이를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5월 사학연금법 개정을 통해 '제60조 4항' 특례적용으로 KDI 본원까지 사학연금 가입 대상으로 지정했으나, 이 범위를 다시 교육기능인 대학원으로 축소하겠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 대상 지정에 법률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국민정서상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은 만큼 정부가 가입 대상을 대학원으로 한정하면 KDI가 본원 직원들의 연금 전환 신청을 스스로 철회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DI측은 일단 검토해보겠다고 답했고, 이번주 안에 결론을 듣기로 했다"면서 " KDI가 만약 이런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재정지원 축소 등의 더 강한 조치들이 동원될 수 있다"고 밝혔다.
KDI도 사학연금 가입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보류'됐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반발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KDI 관계자는 "사학연금공단이 당초 이달말까지 개별 전환자의 (사학연금) 가입신청서 등을 보내달라고 했으나, 최근에는 여러가지로 시끄러우니 기다려달라고 통보해왔다"고 확인했다.
그는 또 "우리를 사학연금에서 배제한다면 이미 가입이 완료된 한국학연구원 등에도 소급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현정택 KDI 원장도 25일 'KDI 사학연금 가입에 대한 소견'이라는 글을 언론에 배포, 정부의 압박에 강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그는 "하루에 800억 원씩 연금 부채가 쌓이는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고, 국민 세금으로 1조 원에 가까운 적자를 메우는 공무원연금을 손대지 못한 채 연구기관 한 두 군데의 연금가입 범위를 조정하는데 그친다면 핵심을 비껴간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나무 밑둥이 뿌리 채 썩어 가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눈에 보이는 시든 이파리 몇 개 뜯어내고 안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현 원장은 "국민연금을 담당하는 많은 정책당국자는 물론 연금개혁의 추진주체인 주무장관도 국민연금이 아닌 특수직연금에 가입하고 있는 현실에서 법률에 따른 KDI의 사학연금대상기관 지정이 이처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KDI가 하는 일에 대한 책임이 정말로 막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언급, 정부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표출했다.
한편 같은날 국회 정무위 소속 신학용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실의 분석을 인용, KDI 등 국책연구기관들이 사학연금으로 전환하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재정이 동시에 악화되고 연금 중복 수령 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 의원은 KDI가 사학연금 가입 철회를 거부하면 감독기관인 국무조정실이 나서 교육부, 복지부와 함께 입장을 정리하라고 촉구했다.
신 의원은 사립학교 교직원만을 가입 대상으로 제한하고, '제60조 4항'을 고쳐 이미 가입된 국책연구원 등을 배제하는 내용의 사학연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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