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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에 부는 '아날로그 감성' 마케팅

신예 가수 LP 형태 음반 제작, 복고풍 음악

라디오 DJ의 멋스런 멘트를 외우고, 손바닥 만한 노래 책을 보며 통기타를 튕기고, 턴테이블에 아바의 LP를 걸던 시절. 그때의 소박하고 정겨운 정서를 우린 '아날로그(Analogue) 감성'이라 부른다.

살랑살랑 이는 봄 바람을 타고 디지털 음악 시장이 장악한 가요계에 아날로그 감성 마케팅이 싹을 틔우고 있다.

내가네트워크 소속 신인가수 에스에이티(SAT)는 데뷔 음반을 LP 형태로 제작해 그 속에 CD를 넣었다. 자신의 얼굴이 가득한 LP 재킷에 사인하며 "사인하기 넓어서 너무 좋다"고 신세대다운 말을 건넨다.

앞서 엠보트 소속 신인가수 오윤혜와 윤형렬도 각자의 노래를 2CD에 담아 한장의 LP 형태 재킷으로 출시했다.

엠보트의 윤보신 이사는 "LP 시대처럼 음반시장이 활성화 되고 음악계 종사자들이 신나게 일하는 시절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LP 제작 아이디어를 냈다"며 "요즘 복고 사운드의 음악이 유행인데 음반시장 전체의 유행으로 번졌으면 좋겠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가수 김건모는 11집을 내며 음반 보도자료에 '디지털 시대에 바치는 아날로그 시대의 사랑과 고백'이란 타이틀을 내걸었다. 타이틀곡 '허수아비'를 비롯해 '시장풍경' '반성문' '한량' 등 노래 제목은 투박하고 촌스럽다. '뽕끼'가 가미된 복고풍 멜로디, 전자 악기를 덜어낸 사운드, 기교를 뺀 담백한 음색은 1990년대 그의 음악에 열광했던 팬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촌각을 다투는 디지털 시대에도 정겨운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음악 팬들이 존재하죠. 저의 정서 역시 주위 사람과 술 한잔에 사랑, 인생 얘기를 듣고 나눌 수 있는 그 시대에 머물러 있어요."

뮤직비디오를 통해 향수를 자극하는 가수도 있다. 신인 최정민은 작가 심승현 씨가 쓴 베스트셀러 카툰 에세이 '파페포포 메모리즈'를 데뷔곡 '단 하나의 사랑' 뮤직비디오로 제작했다.

4년 만에 '파페포포 메모리즈' 3권을 낸다는 심씨는 "'파페포포 메모리즈' 속 스토리는 디지털 시대의 사랑이 아니다"며 "누구나 나이를 먹으며 지나 온 과거에 대해 회상하지 않나. 그 과거란 추억이다. 이 책엔 이성간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같은 옛 추억을 담았다. 망각했던 아날로그 시절을 일깨워 대중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상은 점차 음악 시장과의 거리감이 생기는 30~40대 음악 팬들에게 다가서겠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한 음반제작자는 "음반 제작과 마케팅을 위해선 대중의 심리를 파악하는 게 선행되야 한다"며 "부동산 광풍, 경기 침체 장기화, 생활고로 빚어진 사건사고를 접하며 우린 과거를 그리워한다. 그로 인해 서민들 사이에 히트한 과자가 재생산되고 소주와 막걸리 매출이 늘지 않았나. 가요계도 복고 열풍이란 대중의 정서에 부합하기 위해 작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교 시절 밴드를 결성해 활동했던 회사원 이세찬(36) 씨는 "발매일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그날 음반 매장 문이 열리기 무섭게 따끈한 LP를 샀던 기억, 지직거리는 레코드 판의 거친 사운드에 대한 향수가 여전하다"며 "젊은 가수들이 LP 형태 재킷으로 음반을 내는 건 판매량을 떠나 무척 신선한 시도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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