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이르면 내년 7월부터 담뱃갑에 흡연의 폐해가 묘사된 그림을 집어넣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담뱃갑에 경고 문구가 들어가게 된 건 1976년부터입니다. 그 전에는 아무 표시도 하지 않다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건강을 위해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라는 문구를 처음 사용한 것이지요. ‘경고’라고 부르기엔 상당히 소극적이고 추상적입니다.
이러던 것이 1989년 ‘흡연은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라고 다소 강화됐습니다. 지난해부터는 현재 문구인 ‘건강에 해로운 담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로 바뀌었습니다. 즉 30년 동안 우리는 담뱃갑 하단에 작게 쓰는 경고 문구만을 사용했고, 그 내용도 20년 넘게 비슷한 수준이었던 거죠.
그러던 정부가 그림 경고를 채택하겠다고 합니다. 경고문구가 금연을 유도하는데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때문이지요. 실제로 취재차 건물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흡연하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거의 전원이 경고문구에 신경을 쓰지 않으며, 상당수가 지금 판매되는 담배에 무슨 문구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경고 사진이 포함된 담뱃갑을 보여줬더니 사뭇 움찔하는 반응입니다. 좀 꺼림칙하겠다, 무섭다, 너무 직설적이지 않느냐는 응답 속에 담배 끊어야 겠다는 생각 들겠다는게 공통적 의견이더군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사진이 주는 위협은 글자가 주는 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흡연의 폐해를 담은 사진들이 주는 경각심은 그냥 문자보다 무려 60배나 강한 이미지를 남긴다고 합니다.
이미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브라질, 태국 등 많은 나라에서 때문에 사진 경고를 도입하고 있고 상당히 효과를 봤다는 분석입니다. 태국에선 흡연으로 엉망이 된 치아, 폐암으로 사경을 헤매는 환자의 적나라한 사진을 싣고 있고, 싱가포르에선 흡연이 후두암을 일으킨다는 문구와 함께 섬뜩한 사진을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세요)
적나라한 사진은 흡연자에겐 금연동기를 높여줄뿐 아니라 비흡연자에겐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대한 만족감을 높혀줘서 사회 전반적으로 금연 분위기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특히 이런 경고문구 강화는 그동안 ‘담뱃값 인상’이라는 가격정책에 너무 의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우리의 금연정책을 비가격정책 쪽으로 보다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 뿐 아니라 현행 추상적인 경고문구도 좀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캐나다에선 "담배는 당신을 죽일 수 있다", "담배는 당신의 아기를 해친다"와 같은 경고문구를 사용합니다. 흡연이 가져올 수 있는 극한 상황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지적이죠.
또 사진 경고도 더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심지어 브라질은 담뱃갑 앞면 가득 경고 사진을 넣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담뱃갑 앞뒷면에 절반을 섬뜩한 사진으로 할애합니다. 이번에 복지부가 내놓은 시안은 담뱃갑의 30% 면적으로 다소 작고 사진의 내용도 덜 충격적인 게 사실입니다.
흡연자들 사이에선 이번 정부정책에 대해 “금연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美)를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 속성에 너무나 반하는 것 아니냐”하는 얘기도 합니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공공 소비재로 인해 심각한 불쾌감을 야기시킬 것 까지 있느냐 하는 거겠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흡연이 가진 중독성은 마약에 견줄 만큼 강력해서 이런 식의 외부 충격요법이 따라주지 않고 온전히 개인의 의지에 맡길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합니다. 또 흡연이 유발하는 끔찍한 질병에 비하면 이정도 경고메시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래도 피우시겠습니까’ 하며 사방에서 포위해 들어오는 규제로 숨찬 담배의 앞날,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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