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3월 2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게임업체 단체 후원으로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게임쇼 시찰에 다녀 온 의원들에 대한 윤리심사 안건을 처리하는 날이었다. 이미 2월 28일 소위원회는 이 건과 관련해 김재홍, 박형준 두 의원이 국회의원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결정을 내리고 전체회의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10시에 시작하기로 한 회의는 20분이나 늦춰졌고, 정작 제대로 시작도 되기 전에 정회됐다. 안건 의결을 위한 최소 인원 8명 보다 참석자가 한 명 부족했기 때문이다. 위원들의 논의 끝에 오후 4시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이 역시 무산되고 말았다. 의원들의 참석을 독려했는데도 오히려 숫자가 세 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번 안건을 처리할 전체회의가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것은 2월 28일 이후 세 번째다. 당시에도 정족수 8명에서 한 명이 부족한 7명만이 참석했다.
문제는 이렇게 회의가 번번이 무산되면서 해외 게임쇼 시찰 심사 건도 사실상 자동 폐기됐다는 것이다. 이 안건의 심사기간은 한 차례 연장을 포함해 6개월로 제한돼 있어 토요일인 3월 4일 만료되고, 윤리위도 주말에는 회의를 속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위원회가 해당 의원들이 윤리강령을 어겼다고 결정을 내렸는데도 절차적인 이유 때문에 이런 결정이 휴지조각이 돼 버린 것이다.
회의에 나오지 않은 의원들과 보좌진들에게 전화를 걸어 불참 이유를 물어 봤다. 대부분 바쁜 일정을 이유로 들었다. “다른 상임위가 있어서”, “지방 행사가 있어서”, “당 회의에 빠질 수가 없어서”... 그러나 실은 이들이 동료 의원들의 징계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회의를 파행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실제로 지난 2월 28일 전체회의에는 8명이 참석했다가 의결 정족수가 돼 회의가 열릴 수 있게 되자 한 의원이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한 의원의 비서도 “저희 당 의원님들은 오늘 회의에 일부러 안 들어가시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국회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에 윤리특위의 한 실무 관계자는 “인지상정 아니겠냐”면서도 “아무리 개인적인 친분 때문이라고 해도 국회의원쯤 됐으면 공과 사는 구분할 수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씁쓸하게 되물었다.
사실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는 이 뿐만이 아니다. 윤리심사안과는 별도로 직무와 관련된 행위로 윤리위원회에서 경고나 출석정지 등의 징계를 받은 의원이 17대 국회 들어 10명이나 되지만, 해당 징계 건은 길게는 2년 넘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묶여 있다.
김명자 윤리위원장은 “소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을 전체회의가 논의조차 하지 않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게, 대한민국 국회 윤리특위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개별 의원들의 윤리심사 보다 윤리 심사에 소극적인 의원들의 행태를 바로 잡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뜻이다. 이번 일이 한 번의 해프닝이 아닌 구조적이고 관행적인 문제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 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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