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시장의 부탁으로 돈을 받고 법정에서 위증을 했다.” 지난 94년 총선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비서를 지낸 김유찬 씨의 주장입니다. 이 전 시장은 94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유죄가 확정됨으로써 의원직을 상실했었지만, 이를 딛고 재기했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시 재판과정에서 위증을 부탁받았다는 김 씨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것은 선거법 위반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SBS 뉴스는 이와 같이 잠재적 폭발성을 갖고 있는 김 씨 주장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습니까? SBS 8시뉴스는 지난 19일과 20일 이명박 박근혜 등 한나라당의 두 유력한 대선 주자 진영의 ‘검증 공방전’이 격화되고 있어 한나라당의 ‘내분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 전 시장 측은 김 씨 등의 폭로가 박 전 대표 진영의 계산된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박 전 대표 측은 그런 주장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1일 뉴스는 “허위 진술을 하지 않았다면 이 전 시장은 당시 벌금형이 아니라 신병이 구속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는 김 씨의 주장과 이에 대한 이 전 시장 측의 반박을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진상은 명백히 가려지지 않은 채 경선 국면 내내 공방전만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뉴스를 아무리 열심히 시청해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김 씨가 위증한 내용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20일 SBS 뉴스는 김 씨가 이 전 시장 측으로부터 위증을 요구받고 위증을 했으며, 김 씨는 그 뒤 사과하러 이 전 시장을 찾아갔다가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무엇을 어떻게 위증했다는 내용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뉴스는 이 전 시장이 96년 4월 총선당시 법정 한도를 크게 초과하여 선거비용을 지출했다고 폭로했던 김 씨가 그 뒤 폭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서신을 쓰고, 해외로 도피했으며, 다시 돌아 와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법정 다툼 끝에 법정 선거비용을 초과한 혐의와 범인 도피 혐의가 유죄로 확정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씨의 위증 주장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김 씨가 위증을 했다면 이 전 시장이 어떻게 유죄선고를 받았겠느냐”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김 씨가 시키는 대로 했다면 왜 살해협박을 받았는가 하는 것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뉴스는 김 씨 주장 자체의 잠재적 폭발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우선 무엇을 어떻게 위증했는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 주장의 사실여부를 가려내는데 취재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SBS 뉴스는 이 사건을 단순히 한나라당의 내분사태라는 관점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양 쪽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는가만 중요해 지고, 무슨 내용으로 싸우는지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뉴스는 김 씨가 주장하는 내용과 이에 대한 이 전 시장 쪽의 반박을 파고들어 이들의 쟁점은 무엇이며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운가를 따지는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뉴스는 철저히 따져야 할 양 쪽의 주장은 공방전이라는 틀 속에 넣어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고, 양 쪽이 주고받는 표현들의 공격성에 따라 내분이 격화되느냐, 아니냐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폭로의 진위가 명백히 가려지지 않은 채 공방전만 계속될 것이라고 뉴스가 전망한 것도 성급한 예단입니다. 뉴스가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수사가 불가피한데 이 전 시장 측이 사건이 법정으로 비화하는 것을 꺼린다고 분석한 것은 수사에 대한 이해부족을 드러낸 것입니다. 진상규명은 한나라당 내부에서 해야 할 일이며, 형사사건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은 언제든지 수사에 착수하게 될 것입니다.
SBS 뉴스는 지난 주 풍성한 설 특집을 보도했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이 받는 명절 스트레스, 주부들의 명절특근비 계산, 세뱃돈 대신 받는 희망의 사과나무 등 특집이 다양하게 꾸며졌습니다. 그러나 기자의 설명과 화면이 일치하지 않는 뉴스가 더러 있었습니다. 연휴 첫날 시장의 모습을 보도한 뉴스는 청과시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어시장 골목이 빼곡히 찼다고 설명했지만 카메라가 비춰주는 시장은 비교적 한산했습니다. 뉴스는 과일을 고르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고, 잡은 생선이 퍼덕이면서 끌어올려지는 포구도 활기가 가득하다고 설명했지만, 화면에는 과일을 고르는 사람의 표정도, 퍼덕이는 생선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봄날 같은 설 표정을 전한 뉴스는 성묘하는 가족들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을 화면으로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에 대한 설명은 오래 만에 만난 가족이라 이야기꽃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명절을 보도할 때 뉴스는 우선 올 명절은 예년의 경우와 어떤 점이 다른가를 찾아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올 명절특집의 주제가 정해질 것입니다. 뉴스는 상투적인 표현들을 가급적 피하고 이를 구체적인 표현으로 바꿔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충취재를 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 상상력을 발동하여 전달하는 것은 피해야 할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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