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로 출범 4주년을 맞는 참여정부의 '경제성 적표'는 수출 등 일부 외형은 괜찮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합격점'을 받기 어렵다.
지난 4년간 대내외 경기여건이 참여정부만의 탓은 아니지만 성장이나 일자리, 내수경기 등 국민이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부분에서 뚜렷한 개선을 이루지 못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서민경제 개선을 위해 분배와 형평을 추구했지만 이들 분야 역시 제자리 걸음하거나 오히려 악화 추세를 면치 못했고, 많은 신경을 썼던 부동산 문제가 악화됐다는 점은 참여정부의 가장 아픈 부분이다.
하지만 어려운 경기 여건 속에서도 끊임없이 유혹을 받았던 '단기부양책'을 사용하지 않은 점, 수출 3천억 달러를 달성한 점 등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 수출 연평균 19% 증가..국민소득 제자리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 지난 4년(2003~2006년) 동안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4.2% 늘었다.
이 같은 성장률은 지난 90년대 평균인 6.1%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이 부분에서 성장 동력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의 위축이 두드러졌다.
민간소비는 신용카드 등 가계 부채 문제로 2003~2004년 뒷걸음치다 간신히 2005년과 2006년 각각 3.2%, 4.2% 정도 늘어났다.
설비투자 성장률은 2003년 -1.2%까지 추락했으나 이후 2004년 3.8%, 2005년 5.1%, 2006년 7.5%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 영향으로 건설투자는 2004년과 2005년 각각 1.1%, 0.4% 늘어나는데 그쳤고, 작년에는 0.1% 줄어들었다.
이 처럼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현저히 떨어진 가운데 지난 4년동안 우리 경기를 이끈 것은 수출이었다. 수출은 이 기간 연평균 19%(통관 기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가 연평균 27% 뛰고 달러대비 원화 가치가 연평균 7% 절상된 것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수출 성적은 값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1.4분기 1천238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 역시 작년 4.4분기 현재 2천390억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유가·환율 등 교역 조건이 불리해짐에따라 수출 증가는 국민들의 살림살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4년간 국민총생산(GDP) 증가율은 평균 4% 대인데 비해 연간 실질 총소득(GNI) 증가율은 0.5~3.9%에 머물렀다.
◇ 일자리 미흡..양극화 심화
참여정부는 사회 한편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포퓰리즘' 논란에도 불구하고 분배와 복지정책에 대한 분명한 지향성을 갖고 상당한 비중을 둬왔다. 이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국민의 정부 5년간 복지분야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통합재정기준)이 8.0%인데 비해 참여정부는 2003∼2005년 연평균 19.5%였고 기초생활수급자 수도 2002년 말 135만 1천명에서 지난해 말에는 153만 5천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배·복지정책의 본질적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투입된 자원에 비하면 현재의 성적표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소득분배 측정의 핵심지표 중 하나인 지니계수(전국가구 기준)는 참여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0.341에서 해마다 상승, 2006년에는 0.351로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낮을수록 소득 평등도가 높음을 뜻하고 0.4를 넘으면 불평등이 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용없는 성장'이 나타나면서 '일자리 만들기'가 경제정책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사회적으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유행어가 '이구백'(20대 90%가 백수)으로 바뀔 만큼,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도 미진한 부분으로 꼽힌다.
국민의 정부 마지막 해이던 2002년 2천216만 9천명이던 취업자 수는 참여정부 4년차인 2006년 2천315만 1천명으로 100만명이 채 늘어나지 못했고 한창 사회에서 첫 출발에 나서야 할 25∼29세 젊은이 중 비경제활동인구가 107만 2천명으로 2003년 10월 이후 최대였다는 점이 일자리 창출의 부진을 뒷받침한다.
정부가 매년 되풀이해온 '연간 일자리 30만개 창출'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 전문가들 "남은 1년 관리에 집중해야"
전문가들은 참여정부 4년간 인위적 경기부양을 차단하면서도 잠재수준의 성장을 지속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무리가 갈 수 있는 단기 부양 정책을 쓰지 않으면서도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유지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상징적인 면에서 올해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돌파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높은 환율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수출 3천억달러를 달성했는데 이는 참여정부의 '공'이라고 평가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한 가운데 부동산 가격 급등, 양극화 문제 심화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은 참여정부의 '과'로 남았다는 지적이다.
황 수석연구원은 "성장률이 4%대 중반으로 계속 수렴하고 있는데 경제의 활력 자체가 떨어진 게 아닌가 우려된다"면서 "분배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는 심화됐고 계층 간 소득격차도 더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참여정부 들어 기업투자의 활력이 떨어졌는데 이는 잠재성장률을 더 낮춰 차기 정권에서는 5%에도 못 미칠 것"이라며 "투자확대를 위해 세율 인하와 규제 완화를 실시하고 노사문제에도 정부가 원칙을 가지고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의 큰 '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에도 아픈 지적이 빠지지 않았다.
배 연구위원은 "참여정부 초기에 부동산 공급대책을 내놓고 후반기에 수요정책을 폈더라면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면서 "그러나 지난 4년간 정책은 반대로 진행돼 무분별한 대책이 쏟아졌고 이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참여정부가 남은 1년긴 무리한 중장기 정책보다는 안정적 경기 관리에 집중하는 '깔끔한 마무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황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새로운 대책이나 어젠다를 벌릴 시기가 아니며 무언가를 새롭게 추진하면 이는 다음 정권의 부채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동안 해왔던 많은 것들을 잘 마무리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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