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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단위 '원'은 일제잔재…새로운 단위 찾아야

통안증권 발행에 적절한 법적 통제시스템 필요, 한은 직원 단행본에서 주장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폐 단위는 위정자를 비롯한 누군가가 어느날 갑자기 일본의 예를 보고 모방한 것을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사용해오고 있다"

"중앙은행의 부채인 통안증권은 국가채무 축소를 위한 분식회계 수단이며, 통안증권 발행에 적절한 통제를 위해 시스템과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 현재 미주개발은행(IDB)에 파견 근무중인 차현진 차장은 29일 출간한 '애고니스트의 중앙은행론'(율곡출판사)이라는 책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자금시장에 관련된 법과 제도 등에 관해 개인적으로 연구해 온 성과와 자신의 주장을 담아 공개했다.

필자는 이 책에서 "현재 화폐 단위인 '원'은 러일전쟁 이후 발언권이 강해진 일본이 장차 한일 합방을 앞두고 원대한 주권침탈 계획에 입각해 1904년 일본 내각의 대신(장관) 3명이 은밀히 작성한 '취임 전 협상사항'에 의해 도입된 것으로서 주권국가의 화폐단위로서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또 "'원(圓)'과 '환'에 이어 현재의 '원'의 사용을 규정한 1962년의 '긴급통화조치법'은 헌정질서가 정지된 상태에서 20여 명의 현역 군인들이 입법·사법·행정 권한을 모두 가진 채 급하게 만든 옹색한 법률이며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가결한 1천436건의 의안 가운데 헌정질서 회복 후 글자 하나 고쳐지지 않은 채 아직까지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긴급통화조치법'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우리 경제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필요한 조치가 이뤄져야 하며, 민의를 수렴한 화폐 단위를 찾아내고 이것을 법률로 뒷받침하는 것은 외환보유액 세계 4위이자 경제규모 세계 12위 국가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통화안정증권 발행 누증에 따른 이자부담 가중현상에 대해 필자는 "통안증권 발행 누증 현상을 이자비용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의미가 없으며 진짜 문제는 중앙은행의 부채인 통안증권이 사실상 국가채무 축소를 위한 분식회계의 수단이라는 점과 통안증권 발행이 적절한 통제 메커니즘을 갖지 않고 정부의 요청에 의해 한은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늘려나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필자는 "이는 궁극적으로 납세자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행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결정이 입법부에 의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운용원리 면에서 대단한 허점이며 중앙은행의 독립성과도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통안증권 누증현상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외환거래법을 개정해 외환당국으로서 한은의 역할과 의무, 정부와 책임 분담 범위, 외환시장 개입 이후 국회에 대한 보고 절차 등을 분명하게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4~2005년 환율과 콜금리가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외평기금의 손실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정부가 외환파생금융거래를 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 조치를 내릴 수 없는 한은의 한계도 결국 외환거래법 때문이며 따라서 외환거래법을 손보는 것은 국회와 행정부, 정부와 한은 간의 견제와 균형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한 매우 절실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필자는 최근 은행간 콜거래 시장에서 금리가 급등한 것과 관련해 한은이 리더십을 발휘해 콜금리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은이 발표한 콜금리 운용목표 수준을 한 달 내내 그대로 준수하는 것은 예금은행의 자금수요에 중앙은행이 그대로 끌려다니는 것에 불과하며 이는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등에서 실패했던 진성어음주의(real bills doctrine)와 다를 바가 전혀 없는 매우 불합리한 통화정책 운용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은이 금융시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올해 1월 상반월과 같이 콜금리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조치를 얼마든지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1월 상반월에는 콜금리가 급등하도록 했다가 하반월에 들어 다시 입장을 누그러뜨리는 냉탕-온탕식의 공개시장조작이 오히려 더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은행들이 불만을 제기하더라도 중앙은행은 일관성 있는 시그널을 보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이 책에서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증권사의 지급결제 기능 허용 문제에 관해 필자는 "중앙은행과 지준제도가 운영되는 나라에서는 증권회사가 지급결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은 상식"이라면서 "증권회사,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들이 지급결제업무를 수행하고 싶다면 지급준비 의무를 부담하면서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을 예치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그러면서 "한은이 환업무 수행을 위해서 누구든지 한은에 지급준비금을 예치하여야 하는 전제조건과 콜시장 참가 자격, 금융결제원 회원 자격 등을 무원칙하게 분리하여 운용한 결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제2금융권의 지급결제기능 허용에 관한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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