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이 보컬이었던 그룹 넥스트는 1992년 내놓은 '도시인'이라는 대중가요에서 이렇게 읊었다.
"한손에 휴대전화 / 허리엔 삐삐차고 / 집이란 잠자는 곳 / 직장이란 전쟁터 / 회색빛의 빌딩들 / 회색빛의 하늘과 / 회색 얼굴의 사람들 / This is the city life."
이 가요가 나올 90년대 초반만 해도 삐삐는 휴대폰과 함께 도시인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21세기를 '그의 시대'로 열 것만 같았던 삐삐는 이내 생명을 다하고 멸종하다시피 했다.
반면 휴대폰은 진화를 거듭했다. 사라져간 삐삐를 조문하면서 말이다.
1980년대 후반 일반인을 위한 휴대폰이 처음 선보였을 때, 그 투박한 모양새 때문에 '워키토키'와 비견되곤 했으나 지금은 초슬림형으로 다시 태어났다.
20년만에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이 된 휴대폰은 그 자체가 생물체다. 삐삐가 진화에서 도태한 멸종한 생물이라면 휴대폰은 왕성한 진화력을 발휘했다.
이에 힘입어 휴대폰은 유선전화기 대용품이란 어정쩡한 지위를 박차고 계산기를 겸하고 카메라 기능을 장착했으며, 문자교환과 뱅킹, 캠코더, MP3, DMB, GPS에 이르기까지 정보기술사회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기기의 허브로 재탄생을 거듭했다.
'호모 모바일런스'. 휴대폰이 대표하는 현대 정보기술사회의 인간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지하에서 캐낸 고대 유물들의 전문 취급점 같던 박물관이 고대로의 시간여행이라는 전형적인 답사 코스를 버리고 휴대폰을 매개로 한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를 시도한다.
한양대박물관(관장 배기동)에서 12일 개막해 3월30일까지 계속하는 '이동통신문화전 : 호모 모바일런스'는 휴대폰을 진정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환경의 선두주자로 재조명하고자 한다.
하지만 휴대폰은 평지돌출한 괴물이 아니다. 인류는 어쩌면 지구상에 출현한 순간부터 통신하고자 하는 욕망을 배태했는지 모른다.
이에 이번 특별전 도입부에서는 고대 이후 근대까지의 통신기술 변천사를 개괄한다. 이 시기 횃불과 연기를 통한 통신전달 수단인 봉수(熢燧)가 대표적이다.
이어 휴대폰 시대로 접어들어 한양대 재학생 1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인터뷰 '나에게 핸드폰이란 무엇인가'가 방영되며, 휴대폰 관련 각종 광고와도 만난다.
이모티콘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마련했으며, 통신과 관련한 각종 에피소드가 신문스크랩 형태로 전시된다. 지금의 휴대폰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휴대폰 장식'을 위한 코너도 별도로 마련한다.
배기동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이동통신이 차지하는 사회 문화적 위치를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02-2220-1390~4.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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