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그룹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주수도 회장의 교묘하고 우회적인 로비 수법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포착된 로비 수법은 이른바 '통장 로비'.
이는 측근 이름을 빌려 만든 차명계좌에 로비 자금을 넣어 통장과 현금카드를 통째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주씨 차명계좌 수십개 중 상당수에서 1회 인출 한도인 70만 원씩이 반복적으로 인출된 단서가 포착됐고 차명계좌가 통째로 로비 대상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2~3년전 주씨의 비서였던 김 (42·여)씨 명의의 차명계좌 4개가 정치인 로비용으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김씨 명의의 차명계좌에는 수천만에서 수억 대의 돈이 있었으며 이중 일부 수표로 빠진 액수를 제외한 대부분이 현금카드로 인출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돈이 현금으로 잘게 쪼개져 인출된 점으로 볼 때 로비 대상자가 주씨에게서 건네받은 통장을 임의로 사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로비 대상자가 직접 현금을 뽑아 사용했다면 계좌 이체처럼 신원과 관련한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 어느 선까지 용처를 확인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차명계좌에는 김씨 등 명의인이 찾은 것으로 남아 있지만 누가 인출해서 어디에 썼는지는 규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은 계좌추적을 계속하는 동시에 주변 인물의 결정적인 진술과 증언을 확보함으로써 로비 대상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씨를 조사했으나 김씨는 "주 회장 지시로 통장을 만들어 주 회장에게 전달했을 뿐 이 통장이 누구에게 건너갔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핵심 로비스트로 의심되는 주씨 최측근 A 씨의 차명계좌 상당수를 발견하면서 이 계좌를 통해 로비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식의 통장 로비 자금은 주씨가 회사에서 빼돌린 뒤 용처가 불분명한 200억 대의 돈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누군가에게 통장을 건네고 마음대로 인출할 수 있게 했는지가 밝혀진다면 '장 로비'는 이번 사건 중 남의 명의를 빌린 신종 로비 수법으로 기록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제이유는 그동안 로비 수법의 고전적 양태로서 사과상자에 현금을 가득 실어 건네는 방식이 아니라 우회적인 수법을 활용해 온 정황이 포착돼 있다.
상위 사업자에게 회삿돈을 대여해 우수 회원을 포섭하게 하고 사회 지도층 인사 가족에게 일반 회원보다 과다한 수당을 주거나 내부정보를 통해 주식시세 차액을 챙기게 하는 등의 수법을 로비에 활용해 온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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