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 기사, 국제사회 비난과 제재에 초점
영국 보수 정론지의 또 다른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데일리 텔리그라프(Daily Telegraph)'. 국내정치 현실에서 거의 노골적으로 보수당(Conservative)을 지지하는 텔리그라프가 '더 타임즈'(기사에서 객관유지하고 사설과 해설에서 미국입장을 기초로 북한 비난)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이는지 비교해 보자. 텔리그라프는 1면과 4,5면 3개면에 걸쳐 북핵실험 기사를 다뤘다. 1면에서는 부시와 김정일의 얼굴 클로즈업 사진을 양쪽에 두고, 가운데 지진계 그라프를 놓은 뒤, 그 위로 "북한 핵실험에 대해 세계 지도자들이 한목소리로 비난하며 단결하다(Nuclear test by North Korea unites world's leaders in condemnation)"라는 제목을 달았다. 북한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
|
| 보수신문 데일리 텔리그라프. |
북한 핵실험 발표가 국제사회 분노를 촉발시켰다는 내용의 첫 문장에 이어 각국의 반응을 붙였다. 먼저, 부시 대통령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a threat to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이어 블레어 총리 "완전히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한다. 이렇게 진전된 저항의 행위는 국제사회의 염려를 무시하는 행동임을 보여 준다(I condemn this completely irresponsible act. This further act of defiance shows or North Korea's disregard for the concerns of its neighbours and the wider international community." 중국의 비난도 이어진다. "이는 철면피간은 행동이다(a brazen act)". 이어 국제사회의 제재조치 준비 상황을 소개한다. 군수물자는 물론 모든 화물에 대한 검사조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전한다.
일본과 한국, 대만이 핵무기를 보유하려 노력하면 핵무기 보유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담았다. 지구상에 비교할 곳이 없을 만큼 압제적이며 미국에 반기를 드는 북한이 과연 핵탄두(warhead)를 만들 능력이 있는지 분석이 엇갈린다는 소개도 덧붙였다. 이어 원점으로 돌아가 핵실험의 규모에 대한 각국의 이견을 소개한 뒤 중국이 전에 없이 강경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한 데 의미를 부여한다. 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는 국민대학교 교수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의 인터뷰가 이색적이다. 북한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그는 "국제사회가 모든 원조를 중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국민을 제외하면 심각한 충격이 되지 못할 것이다. (The international community will probably stop all forms of aid but it will have no serious impact except on North Korean people)."라고 진단한다. 한국의 전문가를 찾아 인터뷰 했다는 사실에 새로운 시도가 엿보인다. 결론 적으로 1면은 정보위주 스트레이트 기사이되, 기본 논조를 국제사회의 분노와 제재에 초점을 맞췄다.
4면, 핵실험 당일 북한 현지 표정
4면 기사는 "평양에 있는 우리 특파원과 아드리안 블롬필드에 의한 기사(By our correspondent in Pyongyang and Adrian Blomfield)"라는 표시에서 알 수 있듯이 핵실험 당일 북한 현지 표정을 다뤘다.기사도중 "외국 기자는 말했다(foreign journalist said)"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봐, 평양에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정보원을 두고 그 정보원이 북한에 체재중인 외국 특파원(AP 특파원등)을 통해 전해들은 내용을 런던에서 종합해 작성한 기사로 평가된다. "김정일 국민들에게 핵실험 소식 발표를 미루다(Kim delays telling his people of nuclear test)"라는 제목아래 전세계가 북한 핵소식으로 발칵 뒤집혔는데 정작 북한사람들은 이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문장으로 기사를 시작한다. 오후 4시가 돼서야 관영 매체를 통해 그것도 주요 뉴스 대부분을 노동당 창건 61주년 행사 준비소식으로 메운 뒤 끝부분에 언급했을 뿐이라고 전한다. 북한도 핵무기를 가질 권한이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적는다. 국민에게 알리긴 알리 돼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놀랍다.
평소처럼 자신의 일에 종사하며 61차 노동당 창건 기념 행사 연습이 펼치던 북한 사람들은 세계 각국이 자국의 핵실험을 비난하는 사실 자체를 모르며, 김정일 위원장이 국가를 구하기 위해 핵실험을 했다는 식으로 이해한다고 적는다. 아직도 쌀을 배급제로 공급하지만 3년 전에 비해 식량사정은 아주 좋아졌다고 밝힌다. 특히 당 고위간부의 경우 특별 지역에 거주 하면서 외국소비재도 구입하고, 인테넷도 연결하며 외국 위성방송도 시청한다고 보도한다. 일반인들도 전보다는 많이 개방된 자세를 보인다고 전한다. 죽기 일보직전의 절망적인 얘기만 다루던 다른 신문과 달리 현지 특파원 기사를 통해 나름대로 차별화를 꾀하고 내용 면에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북한 표정을 전해 돋보이는 기사로 평가된다. 이 기사 옆으로 북한의 핵개발 역사를 짚어보는 기사를 실었다. 1991년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대통령 때 한반도에 배치중이던 9백 50개의 핵탄두를 제거한 뒤부터 현재 개발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상세히 묘사했다.
5면 분석기사, "김정일의 책략, 정권유지에 성공하다"
5면의 분석기사는 베이징 특파원 리차드 스펜서(Richard Spencer)의 현지 기사로 핵실험 시기를 선택한 김정일의 책략과 그 성공여부를 짚었다. "'경애하는 지도자', 적들이 손을 못쓰는 시기를 선택한 날카로운 감각을 보여 주다.('Dear Leader' shows acute sense of timing to wrong-foot his many foes)"라는 제목에 이어 부제, "북한의 수수께끼같은 독재자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는지 그 방법을 알다(North Korea's enigmatic dictator knows how to cling on to power)."가 우선 눈길을 끈다. 김정일을 비난한다기보다 김정일이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손실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내려 몸부림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인상을 준다. 냉철한 현실 분석으로 기사를 작성하려 시도한 증거다.
|
|
| 베이징 특파원발 기사. |
기사는 북한 언론이 김정일의 전지전능(全知全能)한 능력을 과대포장하는 일에 동원되는 실태로 시작한다. 김정일 우상화. 그 일례가 재미있다. 김정일이 첫 골프 경기에 나섰을 때 무려 11개의 홀인원을 성공시켰다는 일화다. 이렇게 김정일을 치켜세우는 북한 언론이 아직 다루지 못한 기사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김정일의 '시기 선택(timing)'이라고 평가한다. 무순 소리인지 기사를 좀 더 들여다 보면 이해가 쉽다. 북한은 지난 30년간 핵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하며 또 이를 공언해 왔다. 그런데, 지난주 실험에 들어간다고 밝힌 데 이어, 바로 핵실험을 실시했다. 기사는 지금 이 시점, 그의 적들을 둘러 보자고 말한다.
먼저 김정일의 주적(principal foe) 미국 부시대통령. 집권 6년째를 우울하게 맞고 있는 부시에게 지금 상황은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의지를 제한된 힘으로 관철할 수 밖에 없는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말한다. 국제여론에서 고립돼 있고,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인기도 바닥이며, 군사적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꽉 묶여 있다. 외교적으로는 이란과 큰 마찰을 빚고 있다. 일본은 수상이 바뀌어 아직 제목소리를 낼 상황이 아닌 가운데, 중국을 방문해 그 동안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려 애쓰는 상황이다. 마지막 적 한국은 반기문 외교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이 돼 화해(detente)로 국제문제 정확히 북한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일본, 한국 어느 나라도 발 빠르고도 강력하게 북한을 응징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 김정일을 예측불가능하고 기괴하며(unpredictability and eccentricity), 영화에 심취하고, 최고급 요리와 포도주에 탐닉하면서 국민들을 가혹하게 탄압하는 것으로 평가하지만, 실제 1994년 아버지 김일성이 죽은 뒤, 권력을 공고히 해야 하는 과제에서 싸워 이기는데 골몰한(single-mindedness) 사람 이라고 평가한다. 그 자신의 권력을 보다 안전한 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데일리 텔리그라프 베이징 특파원의 원문 그대로 그렇게 평가하는 이유를 들여다 본다.
"외교관과 분석가들은 핵무기는 하는 것은 미국에 의해서 조율되는 체제전복 같은 외부적 위협으로부터 그 자신을 보호하고 지지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샹하이 푸단(단) 대학 Shen Dingli 교수는 '핵무기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시킨다. 미국이 핵무기를 가졌을 때 미국인들은 행복해 했다. 중국도 인도 역시 그랬다. 북한 사람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한다. 북한은 이제 에너지와 식량의 상당수를 의존하는 중국을 포함해 국제적인 제재조치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주 발간된 연구 보고서에서 션교수는 결론짓는다. 북한이 핵실험으로 잃는 것 보다 얻는 게 더 많다고. 왜냐하면 미국이 핵무기로 무장한 국가를 절대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은 핵무기로 무장한 김정일 체제를 위험 속에 빠트릴 수 없기 때문이다.(Diplomats and analysts say that acquiring a nuclear weapon is aimed at shoring up support and protecting himself from any external threat-such as regime change orchestrated by America. 'It's primarily a boost for his own people', said Shen Dingli, of Shanghai's University. 'When the US got nuclear weapons the American people were happy. That's true also for China, for India and now for North Korea.' North faces the prospect of international sanctions, including from China, on whom it relies for the bulk of its energy supplies and for food. But in a study published last week, Prof Shen concluded that North Korea felt nevertheless the advantages of testing outweighed the disadvantages, because America would never attack a nuclear-armed country and China could not affoed to endanger Kim's regime. )".
돋보이는 분석기사가 아닐 수 없다. 다른 신문에서 보기 어려운 기사요, 적확한 예시와 인터뷰가 그렇다. 1945년 핵폭탄이 개발된 이후로 지난 61년 동안 핵폭탄을 가진 나라끼리 전쟁을 벌인 예가 없다. 맹목적 흥분에 빠진 일부 언론의 시각과 달리 냉철하게 현실을 점검하는 베이징 특파원 발 기사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설과 해설기사로 들어가면 완전히 상황이 달라진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