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면 기사, 부시의 압박 정책 위에 사태 조망
[더 타임즈]의 논조는 8면으로 가면서 바뀐다. 북한을 비난하는 용어와 문구가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구함: 국민을 굶어 죽이는 독재자를 제어할 새로운 억제책. (Wanted: new deterrent for a tyrant who lets people starve)"이라는 제목아래 브론웬 마독스(Bronwen Maddox)기자가 쓴 기사가 그 예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개발과 실험을 저지하기 위한 어떤 억제정책도 성공하지 못했다 (Nothing has worked so far in deterring North Korea from building a nuclear bomb and testing it)." 라는 강경한 톤으로 시작되는 이 기사는 미국 클린턴 정부의 유화책과 북의 군사책동을 염려하는 중국, 남한의 대북원조가 사태를 더 키웠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앞서 6면에서 서울 특파원이 전한 보도가 냉정하게 현실을 들여다 본 분석기사인데 비해 이념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압박정책을 기조로 한 논조다.
이 기사는 앞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억제정책을 크게 4가지로 나눠 전망했다. ①원조중단(Cutting off aid) ②경제 제재(Sanctions) ③봉쇄(Blockade) ④미국과 대화(US talks). 먼저 원조 중단의 경우 이미 중국이 원조를 급격히 줄였고, 남한 역시 지난 7월 미사일 실험 뒤로 많이 줄인 상태여서 더 줄일 여지가 적은 데다, 북한 정권은 국민의 굶주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의문시 된다고 적는다. 둘째, 경제 제재는 미국기업들이 거의 북한과 교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기업의 손에 달렸다고 전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 예금계좌 동결 같은 조치와 특히 남한이 개성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규제, 북한제품의 해외수출과 해외제품의 북한 수입시 검사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셋째, 봉쇄와 관련해서는 북한 해역을 봉쇄하지 않고 순찰 강화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끝으로,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와 관련해, 이미 핵실험 전부터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주장하는 직접 대화 정책(베이커는 ABC TV와 인터뷰에서 "적과 대화하는 것은 유화책이 아니다. It's not appeasement to talk to your enemies")을 거론한다. 그러나, 만약 미국정부가 이렇게 하면 클린턴의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과 대화는 있을 수 없다는 압박정책 속에 북한문제를 다루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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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을 굶어죽게 하는 독재자를 억제할 대책을 구한다는 제목의 더 타임즈 8면 기사. |
9면에서는 북한이 동북아 나머지 3국 한국, 중국, 일본과 맺는 원조와 적대관계를 그림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그리고 전 세계 8개 핵보유국가들의 실태를 전한다. 이어 두 개의 기사가 북핵실험이 국제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먼저, "베이징의 노여움이 기존의 동맹정책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징표(Anger in Beijing indicates rethink over former ally)"라는 제목과 함께 중국이 북한 핵실험에 격노하고 있으며 북중 관계에 이상기류가 있다는 내용을 전한다. 또 하나, "실험이 새로운 무기경쟁의 망령을 불러 일으키다(Test raises the spectre of a new arms race)"라는 제목 아래 지난 40년간 유지해 온 핵확산 금지조약(NPT, Non-Proliferation Treaty)체제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사설, "김정일 제 무덤 판 꼴"
19면 사설에서는 "세계를 향한 실험(Test for the world)"라는 제목 아래 '북한의 핵도전은 효과적인 공동대응을 요구한다(North Korea's nuclear defiance demands an effective common response)"의 부제를 달고 북한제재를 역설하고 있다. 일본 총리 아베 신조의 "아시아의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체제(Asia's the most untrustworthy regime)"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북한이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진단한다. 중국의 인내력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한국은 햇볕 정책(Sunshine policy)에 대한 배신을 당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북한 김정일의 이번 행동을 "그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제 무덤을 스스로 판 꼴(He may have hastened the forced exit he is desperate to prevent)"이라고 정리한다.
21면 해설 기사, "중국이 나서 북한 무장해제"
21면에는 데이비드 아로노비치(David Aaronovitch)기자가 쓴 "당신은 북한이 왜 실험을 했는지 알고 싶으세요?(You want to know why North Korea did it?)"라는 기사가 실렸다. 북한의 비극적인 현실이 주를 이룬다. 40만 명이 정치적 반대를 이유로 숨지고, 2백만 명이 굶어 죽고, 지폐 위조가 돈벌이이며, 21세기의 태양 '경애하는 지도자'의 나라에 언론의 자유가 없고... 특히 주체사상을 강조하지만, 외국의 원조로 살아가는 모순... 북한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용어와 사례를 모두 거론한 뒤 북한이 핵실험에 까지 이르게 된 원인은 둘 가운데 하나라고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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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타임즈 만평. 클럽에 새로 가입한 김정일을 부시와 블레어, 후진타오가 각각 "역겹고", "완전히 무책임하고", "철면피에 닳고 닳은 태도"라고 비난하는 내용. |
한국의 강경파(Korea hawks)가 주장하는 대로 미국 클린턴과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과 정반대로 부시의 강경정책이 북한을 핵무기로 몰고 갔다는 것. 본인이 답은 내리지 않으면서 앞으로의 대책은 좀더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모아진다. 원인이 유화정책에 있음을 은연중에 드 러 내 는 대 목 이 다 . 아 울 러 앞 으 로 중 국 이 유 화 적 이 고 상 징 적 인 조 치 에 만 머물 게 아니라 좀더 강력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중국측에 공을 넘긴다. 수퍼 파워로 떠오르는 중국이 자신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핵위협을 무력화 시키고 나아가 북한 체제를 변화, 개혁시키는 실질적인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못박는다. 그 댓가로 북한으로부터 얻어내야 할 보상(quid pro quo)은 무장해제(disarmament)라고 결론짓는다. 무장해제는 미국의 부시행정부가 줄기차게 북한에 요구하는 대화의 전제조건이다. 결국 현 미국 부시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해설기사로 분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수지 [더 타임즈]는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냉철하게 사실 위주의 전달을 하고, 서울 특파원 발로 북한 체제를 긍정과 부정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기사를 전한 뒤, 사설과 해설기사를 통해서는 기존 미국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을 재주문하는 연장선에 놓여 있다. 영국의 보수신문이 국제 분쟁이나 국제문제에서 미국 부시 행정부의 해법, 나아가 현 노동당 토니 블레어 정권의 해법을 지지하고 있음을 나타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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