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햇살과 서늘한 바람이 공존하는 10월 중순 해운대는 축제를 즐기기에 좋은 공기를 만들었다.
가을볕을 받은 파란 바다가 반짝반짝 웃고 있는 아쿠아리움 옆 해변에서 '국민 배우' 안성기(54)와 올해 부산국제영화로부터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으로 선정된 홍콩 스타 류더화(劉德華ㆍ45)가 팬들을 만났다.
두 사람은 한·중·일 합작영화 '묵공'에서 호흡을 맞춘 사이.
13일 오후 1시부터 진행된 부산영화제 '오픈 토크'에서 두 사람은 시종 '백만불짜리' 미소를 지으며, 영화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현장에는 500여 명의 팬들이 몰려들었으며 이 중에는 "류더화"를 연호하는 중국 팬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이날 오픈 토크는 대단히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산영화제를 찾은 소감은.
▲이번에 처음으로 부산에 왔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반갑게 맞아줄 줄은 몰랐다. 여러분들은 이곳에서 좋은 영화를 많이 보시기를 바란다.(류더화, 이하 류)
--서로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같은 배우지만 예전부터 류더화 씨의 팬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부터는 함께 '묵공'이라는 영화를 찍으면서 친구가 됐다. 정말 기분 좋고 행복하다.(안성기, 이하 안)
▲작년에 영화를 같이 찍으면서 안성기 씨를 알게 됐는데 연기에 임하는 태도가 진지한, 정말 좋은 배우라고 느꼈다. 안성기 씨가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 굉장히 많은 힘을 쏟아왔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접하고 감동받았다.(류)
▲나 역시 마찬가지다. 류더화 씨도 홍콩 영화와 쭉 같이 걸어온 사람이다. 홍콩 영화의 인기가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아 안타까운데, 류더화 씨가 그에 대한 답을 이번 영화제에서 얻어갔으면 좋겠다. (안)
▲지난해 겨울에는 중국에서 영화를 같이 찍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내가 한국으로 와서 함께 영화를 찍기를 바란다.(류)
--안성기 씨는 연기에 전념하는 반면, 류더화 씨는 제작에도 손을 대고 있다.
▲특별히 제작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20년간 연기하면서 많은 이들이 내게 기회를 줬던 것처럼 앞으로는 내가 제작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류)
▲류더화 씨의 행보를 보면 참 존경스럽다. 홍콩 영화를 위해 온 정열을 바쳐온 분이다. 그런데 난 스타일이 좀 다르다. 제작 쪽은 사실 잘 못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배우의 길을 계속 가는 것이다. 후배들에게 "야, 내가 나이 들어 여기까지 갈 수 있었으니 너희도 여기까지는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배우의 정년을 늘리는 일을 한다고 할까.(안)
▲내 생각에 안성기 씨는 한국 영화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존재다. 배우가 관객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이런 안성기 씨 같은 분들 덕분에) 한국 영화계에서 여러 가지 면에서 단결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홍콩 영화계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안성기 씨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다. 한국 영화의 발전을 축하드린다.(류)
--안성기 씨는 한국에서 '바른 생활 사나이' 같은 이미지다. 홍콩에서 류더화 씨는 어떤 이미지인가.
▲일하는 데 어떤 모범이 되는 사람이라 후배들이 말해줬다. 연기자가 되려면 나처럼 열심히 영화를 많이 찍어야 한다. 그래야 후배들이 존경한다(웃음).(류)
--그 말대로 류더화 씨는 영화를 상당히 많이 찍는 배우다. 1년에 몇 편이나 찍나.
▲1982년부터 89년까지는 9년간 영화를 10편밖에 안 찍었다. 그래도 충분히 유명했다. 그래서 내 자신이 대단한 줄 알고 91년에 영화사를 차렸다. 그런데 영화를 제작했더니 4천만 홍콩 달러를 손해봤다. 그동안 왜 그렇게 많은 영화에 출연했느냐 하면 그동안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거의 만회를 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찍지 않아도 된다(웃음).(류)
--안성기 씨가 주연을 맡은 '라디오 스타'가 상영 중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영화인가.
▲내가 5살부터 연기를 시작해 올해 연기 인생 50년을 맞았다. '라디오 스타'는 그런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영화다. 류더화 씨도 꼭 보기를 바란다. 영화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사를 몰라도 느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안)
--두 사람의 차기작은 무엇인가.
▲'삼국지'에서 조자룡 역을 맡았다. 앞으로도 10개월 정도 시나리오를 더 연구해서 촬영에 들어갈 생각이다. 영화를 찍기 전에 인물에 대한 연구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좀 시간을 두고 인물을 연구할 생각이다. 조자룡이 나라를 위해 평생을 바쳤듯, 난 영화를 위해 평생을 바칠 것이다.(류)
▲5·18 민주화 항쟁을 그린 '화려한 휴가'를 광주에서 열심히 찍고 있다. 이제는 많이 잊혀지고 있는 비극적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그 시대를 재현, 잊지 말고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드는 영화다. 우리가 함께 출연한 '묵공'은 중국에서는 11월 말, 한국에서는 내년 1월에 개봉하는 것으로 안다.(안)
▲'화려한 휴가'에는 내가 맡을 역은 없나?(웃음) 앞으로는 안성기 씨와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할 용의가 있다. 이제는 손해도 만회했으니 돈도 안 받을 수 있다(웃음).(류)
--공포영화에는 출연할 생각이 없나. 또 살인범을 연기할 생각은.
▲좀 더 나이가 들어 늙으면 찍을 의향은 있다. 내가 참 공포스럽게 생겼다(웃음). 살인범으로 출연한 적은 있다. 그러나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같은 영화가 홍콩에는 없었기 때문에 그런 캐릭터는 못 맡았다.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다.(류)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과 장수 비결은.
▲끈기 있게 계속 영화를 한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한국 영화계는 스크린쿼터 축소에도 불구하고 좋은 분위기지만 내가 연기를 시작한 1970년대 말은 굉장히 암울했다. 당시 영화계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난 계속 버텼고 그것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또 일 자체, 영화 자체를 사랑하고 집중하면 인기와 명예가 따라오는 것 같다. 그런데 목표를 다른 곳에 두면 허무하고 힘들다. 하루하루 현장에서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인 것 같다. (안)
▲영화계에 20년을 몸담았는데 내 일을 사랑하고, 영화와 관객을 사랑하고 열심히 한 것 그 자체가 우리의 매력이고 장수 비결인 것 같다.(류)
--마지막으로 한 말씀해달라.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층이 날 기억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말 고맙다. 나중에 50세가 돼 다시 찾아와도 여전히 날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여러분이 안성기 씨를 사랑해주듯.(류)
▲같은 생각이다.(안)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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