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원내총무, 이슬람 여성 베일 벗어야
영국사회가 이슬람 여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슬람 여성들이 얼굴에 두르는 베일(veil)을 이제 영국에서는 벗어야 할 때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상황이 심각하다. 이런 발언을 한 주인공이 영국 정계의 거물, 잭 휘태커 스트로(Jack Whitaker Straw)의원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이로 올해 환갑을 맞은 잭 스트로는 1979년 블랙번(Blackburn)에서 당선돼, 국회에 들어온 이래 노동당 정권에서 내무장관(Home Secretary, 1997-2001)과 외무장관(Foreign Secretary, 2001-2006)을 역임한 뒤 지난 5월 물러나 현재 노동당 원내 총무(Leader of the House of Commons)을 맡고 있는 베테랑 정치인이다.
문제의 발단은 잭 스트로 의원이 랭카셔 이브닝 텔리그라프(Lancashire Evening Telegraph)에 10월 5일자로 기고한 글(정기적으로 칼럼 기고중)에서 이슬람 여성들이 베일을 벗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유는 영국사회에서 공동체 간에 "더 좋고 긍정적인 관계(better positive relations)"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몸은 물론 얼굴까지 칭칭 동여매고 두 눈만 빼꼼히 내놓는 그런 상황에서 상호이해가 힘들어지고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headscarf)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방문하는 모든 이슬람 여성들은 베일을 벗고 얼굴대 얼굴(face to face)을 맞대야 면담이 가능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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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이 베일 논쟁에 휩싸였다. 눈만 내놓은 채 얼굴을 두른 니캅을 쓰고, BBC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슬람 여성. |
그의 말을 짚어 보자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나로 연결돼 뒤덮은 뒤 눈만 망사로 가리는 옷 부르카(Burqa)와 눈만 나오게 하는 얼굴 가리개용 스카프인 니캅(Niqab)은 물론, 기타 얼굴을 가리지 않는 이슬람 긴 의상들(얼굴은 내놓은 채 머리부터 발까지 완전히 감춰 끌듯이 입고 다니는 차도르, Chador, 얼굴과 발목을 내놓고, 팔도 자유롭게 한 아바야, Abaya)역시 벗어야 한다고 주장이다. 기존에 이슬람 성인여성들이 입던 옷 가운데는 얼굴을 내놓은 채 상반신만 가리는 히잡(Hijab)만이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로 분류돼 괜찮다는 말로 풀이된다.
이슬람단체 항의 빗발... 보수당도 비난
그의 글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그는 6일 베일을 완전히 없애자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법으로 만들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전 단계로 고려해야할 사항"이라고 신문에 기고했던 주장을 확인했다. BBC 라디오에도 나와 "어디 살지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분리가 갖는 의미에 대해 걱정할 수는 있는 일"이라면서 얼굴을 가리는 복장이 영국사회에 문화적으로 분리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어 걱정이라는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이슬람 공동체는 발칵 뒤집혔다. 가뜩이나 지난해 7월 런던 지하철 테러와 올 8월 비행기 납치 기도 음모 적발 이후 일반 영국시민들의 이슬람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눈초리가 퍼져 가는 가운데 분열의 골을 더 깊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나아가 이슬람 사회에 대한 모독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이슬람 인권 위원회(The Islamic Human Rights Commissions)같은 이슬람 단체들은 종교 대한 선별적 차별이라면서 분개한다. 이들은 베일을 쓴 여성들이라 해도 지역 사회에서 법률가나, 기타 엔지니어, 교사같은 직업을 갖고 활발한 사회 활동을 펼친다면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힘들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받아 친다. 야당인 보수당 역시 옷을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몰아 세웠다.
영국사회 고민 깊어질 것... 프랑스는 정교 분리 차원서 해결
그러나, 이슬람 사회의 분노와 관계없이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일종의 경고음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존 스트로의 의원이 주장하는 이슬람 문화의 고립성에 대해 공감하는 층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온 이슬람교도들은 곳곳에 집단촌을 이루며 자신들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마치 LA 한인타운에서 한국인들로만 살아가듯이. 그러다 보니, 영국에 살면서도 영어 한마디 모른 채 아랍어만 사용하고 모스크에 나가 기도하며 이슬람권 직장에 일자리를 얻어 살아가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영국에 이질적인 사회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고, 이런 현상은 영국사회의 통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으며 기존 영국 사회와 통합되는 연결고리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 일각에서까지 제기돼 오던 터였다. 보수당수 카메론 마저 이슬람 공동체의 학교도 다른 신념을 가진 학생들을 일정부분 받아야 한다면서 문화권간 통합을 전당대회 연설에서까지 언급할 정도였다. 더 이상 이슬람 사회를 그들만의 영역으로 남겨 둘 수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부 이슬람 단체는 이슬람 학자들간 견해가 다르다면서 이슬람 여성 복장이 다른 문화권에 일부 불편한 감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한다.
영국에 앞서 프랑스에서는 이미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포함한 종교적 상징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물론 여기에는 기독교의 십자가 등도 포함된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철저하게 정교 분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프랑스는 종교의 영역이 세속적인 삶의 영역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용납하지 않는다. 이슬람교든 기독교든 가리지 않는다. 프랑스는 정교 분리 차원에서 종교적인 접근으로 이슬람 여성 복장문제를 풀었다. 이번 영국에서 지펴진 논쟁은 격이 약간 다르다. 종교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란 측면에서 촉발된 특성을 갖는다. 위험한 종교 차별의 발상인가. 아니면 다민족 사회에서 기본적인 동질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인지. 앞으로 영국사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인권이 우선시 돼야
우선시 돼야그러나, 무엇보다 앞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은 무엇일까. 바로 여성들의 인권일 것이다. 과연 이슬람사회가 내세우는 전통이라는 것이 여성들의 자각을 통해 깨어있는 의식으로 진정 원하는 것인가의 문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이 부르카로 온몸은 물론 눈까지 망사 천으로 씌우지 않으면 총살을 당할 수도 있다. 여성들이 원하지 않는 사회적 강제로 비롯되는 것이라면 현대적 이성(理性)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중세사회와 현대사회를 구분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무엇일까. 정치적 억압은 물론 종교적 독단이나 억압으로부터 인간이 해방됐느냐의 여부다. 그래서, 프랑스의 기준, 공공장소 종교적 상징물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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