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56. 민주주의 창-블레어⑨:'더 타임즈'

'더 타임즈' '더 선'보다는 순화

블레어와 밀착된 루퍼트 머독의 또 다른 신문 '더 타임즈(The Times)'를 들여다 보자. '더 선'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노골적으로 블레어를 지지하는 방향은 같지만, 표현방식이 좀더 순화됐다. 더 타임즈는 일종의 정론지(Quality Paper)로 분류되는 신문인 탓이다. 타블로이드 판형이지만, 여인네 사진도 없고, 점잖게 영국사회 문제를 다룬다. 영국내 보수적인 시각을 대변하는 신문의 대표격이라고 볼 수 있다. '더 타임즈'는 평소 신문의 기본 노선과 별 관계없이 블레어를 일방적으로 지지해 왔다. 특히 대미정책과 대테러 강경 전쟁정책에서. '더 타임즈'는 2006년 7월 기준으로 66만 7천부가 팔려, 텔레그라프(88만 부)보다는 적지만 가디언(37만부)이나 인디펜던트(25만부) 보다는 2배 가까이 많이 팔린다. 물론 자매지인 '더 선'의 3백 20만부(지난 글에서 백70만부로 잘못 기재한 점 바로 잡습니다.) 보다는 훨씬 적다.

머독 소유 '더 타임즈' 정론지 더 타임즈는 좀더 세련된 방법으로 블레어를 지지한다.


블레어의 노동당 정기 전당대회(Labour Conference) 연설을 다룬 기사에서 '더 타임즈'는 비교적 간략한 제목을 뽑았다. 그러나, 표현은 블레어에 무척 긍정적이다. "블레어 마지막 만세(Blair's last hurrah)". 제목 아래 핵심을 정리한 기사 역시 블레어 총리의 입장에 서 있다. "총리, 자신의 후계자는 개혁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는 경고를 남기다. (Prime Minister leaves party with warning that his successor must carry on reforming)". '총리의 경고'라는 표현. 현재 많은 당내 인사들이 블레어에게 경고하는 마당에 거꾸로 블레어가 의원들에게 경고한다는 메시지. 친(親) 블레어 표현이다.  

그러나, 찬양일색은 여전

이어 6면부터 9면까지 4개면에 걸쳐 블레어 소식을 다뤘다. 우선 6면에 그가 떠난 뒤에도 노동당이 해결해야할 유산으로 39개 과제를 제시했다는 큰 제목이 눈에 띈다. 그 아래 블레어가 제시한 개혁과제를 간단하게 정리했다. 이어 같은 면에 블레어의 유머를 칭찬하는 기사를 실었다. 발단은 이렇다. 전날 블레어의 아내 셰리가 고든 브라운 장관을 '거짓말장이'로 표현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이다. 브라운과 셰리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지당한 일. 전당대회 블레어 연설시 둘이 나란히 서 있어야 하는데... 친구이자 동료를 따르자니 아내가 울고, 아내를 따르자니 동료가 울고... 이런 불편한 자리에서 블레어가 재치있는 말로 분위기를 순식간에 누그러트렸다. 웃음소리와 함께.

10년 강산이 변한 사진. 위는 1997년 블레어가 총리가 된 순간. 아래는 현재 모습. 사진 아래 이름은 딸 카트린, 아내 셰리, 아들 니키, 유안.

블레어 왈 "나는 적어도 아내가 옆집 남자랑 도망가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답니다.(At least I don't have to worry about her running off with the bloke next door)". 불편한 두 사람의 관계를 거꾸로 재치있게 풀어낸 블레어의 유머를 다뤘다. 블레어의 위상과 장점을 부각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좋다. 7면부터 블레어 찬가(讚歌)가 줄을 잇는다. 7면 전당대회 스케치(Conference Sketch)기사를 들여다 보자. 제목 "이제는 신뢰를 회복할 때... 모든 감동이(Whole gamut of emotions as it's time for credits to roll)".

"어제의 전당 대회에서 공연(연설)로 볼 때 토니가 더 잘 어울리지만, 총리는 아카데미상을 받아야 마땅하다.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감동으로 목욕 하는 느낌이었다. 그는 떨리는 입술로 시작하고 끝을 맺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역사와 드라마가 있었고, 멋진 해학이 함께 했다. 한순간 흐느낌 같은 것이 느껴졌고 또 눈물을 참으려는 숨고르기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는 끝내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참 이상하다. 그들이 그를 그렇게 사랑하면서 왜 그를 그렇게 괴롭혔는지.(The Prime Minister should win an Oscar, though perhaps aTony would be more fitting, for his performance yesterday. Watching it was like taking a bath in emotion. He began, and ended, with a quivering lip, but in between there was history, drama and a few good jokes. He shed no tears(though at one point a little sob seemed imminent) but there were plenty in stalls. It makes you wonder why, if they love him so much, they've sacked him.). 

물론 기자들은 스케치 기사를 작성할 때 최대한 문학적 수사(修辭)를 동원한다. 필자도 그렇다. 그러나, 문화활동이나 기타 서정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것과 정치인을 평가하는 작업은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자서전을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찬반논란이 분연한 인물에 대해 찬사위주로 화려하게 묘사하는 것은 언론의 격을 벗어난다.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지만, 공과를 같이 짚어 주는 게 순리다. 같은 7면의 이 기사 밑에는 "그들은 현기증 날 만큼 무엇인가 잘 보여 주는 사람(토니 블레어)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They'll miss the dazzling showman)"라는 제목 아래 다시 한 번 블레어의 연설을 찬양한다. 8,9면도 같은 연장선이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