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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통신] 영국의 기후정치론(Climate Politics)

드락스(Drax) 화력 발전소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를 비롯해 주요 신문과 BBC, ITV의 방송은 8월 31일자 기사와 저녁 뉴스에서 잉글랜드 중북부 요크셔 지방 드락스(Drax)에서 펼쳐진 한 시위소식을 자세히 전했다. 기상이변의 위험을 경고하며 환경 운동을 전개하는 시민운동가 6백 여 명이 벌인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시위가 주요 기사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오늘 영국이 안고 고민하는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 기상이변과 이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대해 정면으로(한국 표현, '실력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6백여 명이 시민운동가들이 모인 드락스에는 영국 최대의 화력발전소가 자리한다. 영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단일 발전소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영국 연간 전기소비량의 7%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는 매년 무려 9백만 톤의 석탄을 때 전기를 생산한다. 그러니, 여기서 쉽게 연상할 수 있는 결과가 있다. 바로 공해물질. 기상이변, 구체적으로 오존층을 파괴하며 지구 온난화를 가져오는 온실효과의 주범, 이산화탄소 배출이다. 드락스 화력발전소는 1년에 연료로 들어간 석탄 9백만 톤의 두 배가 넘는 2천80만 톤의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를 배출한다. 영국 내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 시설이다. 영국이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4%가 이 화력발전소 한 군데서 나올 만큼 방대한 양이다.

발전소 폐쇄 시위의 의미, '환경운동이 기후운동으로'

정면으로(실력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는 것은 발전소 폐쇄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의미한다. 자칫 발전소 가동에 지장을 줄 경우 전력생산과 공급에 큰 차질을 빚게 돼 경찰도 초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시위진압에 최고라는 기마경찰을 동원해 삼엄한 경계를 폈다. 발전소측은 사설 경호단체까지 대기시킬 정도였다. 발전소 주변 행진은 허용하되 진입은 금지됐다. 그러나, 시위를 하면 으레 과격한 사람들이 있게 마련... 철조망 뚫고 내부 진입을 시도하며 허가범위를 넘기는 시위를 벌어졌는데... 우리의 닭장차를 능가하는 비인간적인 경찰 차량에 강제로 실려가는 부작용도 보였지만, 이들의 행동은 이제 누구나 드러내 놓고 얘기하는 화두(話頭)가 됐다.

여름의 고온 현상과 사라져 버린 8월의 여름이라는 기상이변, 여기에 가뭄이라는 재해... 눈앞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적 자연 현상에 환경 운동가들이 화력발전소 폐쇄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고, 지난날 급진적인 이상주의자들의 편향된 주장으로 치부하던 주류언론들도 비중있게 다룰 만큼 이제 기상이변과 환경은 발들의 불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오늘 6백여 명의 시위대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일까. 환경운동은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다. 그러나, 오늘의 시위는 한 차원 성격을 달리한다. 환경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이상고온과 이상저온, 가뭄 같은 기상이변과 자연재해에 대해 이제 환경운동이 기후운동으로 옮겨가는 새로운 전환점(turning point)이 된 시위였다.

정치권의 '기후정치(Climate Politics)'

오늘날 영국의 발전 시설은 어떻게 분류되는가. 1950년대까지 90%의 전기를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에서 얻었다. 지금은 화력발전소의 비중이 15%로 낮아졌고, 그 가운데 드락스 한 곳이 차지하는 비중이 7%, 즉 절반이나 된다. 현재 최고 비중은 가스 발전소로 40%, 석유는 32%다. 원자력은 석탄에 이어 9%를 차지한다. 풍력이나 태양력은 아주 미미한 상태다.

석탄 화력 발전소의 문을 닫고 대안을 마련하라는 기상 이변 대책론자들의 주장을 BBC는 물론 영국의 주요 언론들이 이제 주의를 기울여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정치권도 본격적으로 손을 걷고 나섰다. 블레어 정부는 화력을 지양하고 원자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지향점을 잡고, 무엇보다 전기를 아껴 전기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가장 강력한 오염원이 되고 있는 차량에 규제를 가하기 위해 기름을 많이 먹는 차량에 대해 환경세 명목의 대폭적인 세금인상정책도 발표했다. 최근 블레어의 대미 추종정책 탓에 날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노동당(Labour)을 대신해 집권을 노리고 있는 보수당(Conservative)의 카레론 당 대표는 시대적 흐름을 감지하고 기상이변에 대한 정책 마련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제3당인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도 보수당의 정책 마련에 지지의사를 보내는 등 기상이변에 있어서는 모처럼 3당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현상을 BBC는 기후정치(Climate Politics)라고 표현하며 심층보도할 정도다.

중국, 대규모 석탄발전소 증설

세계적인 흐름과 아랑곳 없이 중국은 이산화탄소는 물론 산성비 등 각종 유해 공해물질의 주범 석탄 발전소를 앞으로 전국 곳곳에 더 짓는다고 한다. 황사문제에서 보듯이 중국의 환경 오염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고약한 이웃이라고 탓하기 앞서 더 늦기 전에 공동대책을 취하고, 우리의 기상이변 대책에도 관심을 갖는 우리 정치권의 모습을 그려보면 너무 시기상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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