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의 군사비 지출과 미국 대통령
세계 각국의 군사비 지출과 군축, 평화 문제를 연구하는 스웨덴의 권위있는 연구단체인 스톡홀름 국제 평화연구소(SIPRI, Sto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가 낸 2006년 보고서를 들여다 보자. 1988년 레이건 말기 1조 달러(2003년 달러 가격 기준)를 넘던 세계 군사비 지출은 클린턴 대통령이 들어선 1993년에서 2000년 사이 7천억 달러대로 급격히 낮아졌다. 그러다 2001년부터 오르기 시작해 8천억 달러를 넘더니 마침내 지난해 2005년 다시 1조 달러(2003년 달러 기준으로 1조 1억 달러, 2005년 달러 기준으로 하면 1조 1천 18억 달러로 많아짐)라고 발표했다. 여기서 재미난 현상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미국에 어떤 성향의 대통령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세계 군사비 사용액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1조 달러를 이루던 1988년은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칭하며 강경 대결과 신무기 개발에 치중하던 공화당내 우파 레이건 대통령 말기다. 1993년부터 2000년까지 클린턴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기에 크게 낮아졌다. 그러다 2001년 부시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다시 급증한 것이다. 미국의 매파 대통령이 세계를 군비경쟁의 장으로 몰고가고 있음이 수치적으로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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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대통령이 등장한 2001년 이후 전세계 군사비 지출이 큰폭으로 늘고 있다. |
SIPRI이 발표한 2005년 국제 군사비 지출액 1조 달러는 세계 GDP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05년의 군사비는 실질적으로 2004년에 비해 3.4% 많아졌다. 10년 전 1996년에 비해 무려 34%나 많아진 금액이다. 세계 국민이 평균 1명당 173달러씩 군사비로 쓸 만큼 늘어난 수치인데, 문제는 미국이다. 이같은 군사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2004년에서 2005년에 오른 3.4% 군사비의 80%가 미국에 의한 증액이었다. 지구상 최고 강국으로 평화를 지킴이가 되라는 아이젠하워의 염원은 어느새 그 후손들에게 소귀에 경(經)읽기의 공염불(空念佛)이 되고, 다른 나라는 모방할 수 없는 엄청난 경제력을 바탕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쓰며 신무기를 개발하고 배치해 지구를 전쟁 분위기로 몰고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2) 미국의 GDP 대비 군사비 지출의 역사적 추이
2차세계 대전이 절정으로 치닫던 1944년 미국의 군사비는 국내 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 37.8%였다. 미국 안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용역의 37.8%를 군사부문에다 쏟아 부은 것이다. 군사비의 상당부분은 무기 구입비다. 미국의 군수산업체들이 2차세계 대전 동안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차세계 대전이 끝나면서 평화체제로 돌아섰지만, 군사부문은 그렇지 않았다.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미국의 군사예산이 곧바로 평화 수준으로 감소된 것과 대조된다. 베를린 봉쇄에 이어 6.25가 터지고, 소련과 냉전이 격화시키면서 신무기 경쟁이 가속화돼 비정상적인 군사비 지출이 이어졌다. 군사비가 1950년대 GDP의 16%선을 유지한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비중이다. 아이젠하워가 재임하던 기간이다.
아이젠하워는 이런 과도한 군사비 지출이 군수산업체와 군부의 결탁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했다. 미국이 직접 개입한 베트남전이 절정으로 치닫던 1968년 9.4%를 정점으로 GDP 대비 군사비는 차츰 낮아졌다. 70년대 베트남전에서 손을 떼고, 평화의 카터시기를 거쳐 클린턴의 1990년대 중반 2%로 낮아졌다. 그러나, 21c 부시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높아진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치르면서 2003년 4%선으로 2배나 높아졌다. 부시행정부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3) '악의 축'과 '군비 확산의 축'
SIPRI 자료를 통해 다시 세계 각국으로 눈을 돌려 보자. 지난해 2005년 지구촌 군비 사용액 1조 달러의 84%인 8천4백억 달러를 168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상위 15개 국가가 지출했다. 이 가운데 미국은 전체 군사비 사용액의 무려 48%, 4천7백81억 달러를 사용했다. 지구상에 군사문제로 쓰는 돈 가운데 절반을 미국이 사용하는 현실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쓰는 나라는 영국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충실하게 부시의 전쟁 정책을 추종하고 있는 블레어 정부의 정치적 산물이다. 영국은 2005년 4백83억 달러를 군사비로 썼다. 결국 현재 지구상 전쟁터를 누비는 두 나라 미국과 영국이 1,2위를 차지한 것이다. 레바논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의 지휘를 맡는다는 프랑스가 4백62억 달러로 3위다.
다음이 중요하다. 한반도 주변의 열강 일본과 중국이 각각 4백21억 달러와 4백10억 달러로 4,5위를 차지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느낄 위기감은 무엇인지 정확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늘 진실과 거리가 먼 상황판단만 하게 된다. 독일은 3백32억 달러, 이탈리아가 2백72억 달러로 6,7위를 기록했다. 그러고 보면 입만 열면 평화를 역설하는 나라들이 역설적으로 전쟁을 위한 군사비 지출이 가장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 가버린 추억의 주인공 러시아는 사우디(2백52억 달러)에도 못미치는 2백10달러를 쓰는 데 그쳤다. 신흥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2백4억 달러)에 이어 우리나라가 1백64억 달러로 세계 11위다. 10대 무역대국에 걸맞는 군사비 사용인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인구 5백만에 수십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96억 달러를 사용해 캐나다, 호주, 스페인에 이어 15위를 차지했다. 여기서 궁금해진다. 지구상에 악을 가져온다는 악의 축(Evil of Axis)의 하나로 분류됐고,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부터 헤즈볼라 지원의 배후로 지목되며 미국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이란이 얼마를 사용했는지. 43억 달러로 이스라엘의 반도 안된다. 또 하나 악의 축으로 몰려 시련을 겪고 있는 한반도의 반쪽, 북한은 52억 달러를 사용했다. 그 열악한 경제사정에 그 돈을 국민들 복지에 사용했다면, 북녘 동포들의 배고픔을 덜 수 있었을 텐데... 헤즈볼라 배후라는 시리아는 8억 달러로 논의가 좀 무색해 진다. 평화를 유지하겠다고 주장하는 세력의 군사비가 상대적으로 너무 많아 보인다. 다른 사정이라도 있어 군비를 강화하는 것인지... 다음 글에서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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