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200원 가지고 3천원까지 딴 적도 있어요"
25일 오전 서울 성북구 K초등학교 앞 한 문구점. 동전을 한 웅큼 손에 쥔 A군이 쪼그려앉아 게임에 열중하고 있고 뒤에는 비슷한 또래 서너명이 부러운 듯 구경을 하고 있었다.
A군이 열중하고 있는 게임기는 '상품자동판매기'라는 이름의 소형 게임기. 동전던지기와 `가위바위보', 카지노의 '룰렛' 등 3가지가 혼합된 게임으로 운이 좋으면 1판에 25개의 메달이 `선물'로 나온다.
언뜻 보면 그저 재미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인 것 같지만 이 오락기는 사실 '바다이야기' 같은 성인오락기의 축소판이다.
문구점 내에서 메달 1개가 갖는 가치는 100원짜리 동전 1개와 똑같다. 성인오락실에서의 문화상품권 과 같은 셈이다.
여기에 배당률도 높아 100원을 넣으면 최고 2천500원의 '잭팟'을 터뜨릴 수 있으니 한 번 찾은 초등학생들은 '한 방'의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 다시 찾게 된다.
A군이 이날 투자한 돈은 1천500원. 메달 1개를 2차례 따서 200원은 건졌지만 용돈의 대부분을 잃은 A군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엄마한테 자꾸 혼이 나고도 게임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하는 A군은 "200원 가지고 3천원도 딴 적이 있어요. 이번에는 잃었지만 다음에는 꼭 딸 거예요. 제 친구는 오락해서 딴 돈으로 장난감 보트까지 받았어요"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성북구의 S초등학교 앞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목격됐다. 학교 주변 구멍가게 앞에 2명의 여자아이들이 룰렛 형식의 게임기 '허리케인'에 열을 올리고 있고 지나가는 아이들은 힐끗힐끗 게임기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방학 전에는 등하교길에 거르지 않고 게임을 했지만 요즘에는 일주일에 2~3번 정도 게임을 하고 있다"는 B(10)양은 "학원가는 길에 게임을 하러 나왔는데 오늘은 '야광팔찌'를 선물로 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이처럼 도박성이 강한 '코인분출형 경품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은 초등학교 주변이라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어른들의 도박성 오락게임을 본뜬 다양한 게임기들이 어린이들에게 벌써부터 어른들의 `어두운 세계'를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처럼 코인 등을 통해 경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소형 게임기는 시중에 수십종이 퍼져 있다. 청소년위원회 유해환경감시단은 지난 4월 전국에서 단속을 실시해 이 같은 불법 게임기 633대를 적발했지만 게임기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코인 분출형 게임기가 널리 퍼지게 된 것은 2002년 문화관광부가 게임장이 아닌 일반 영업소(문구점, 편의점, 당구장 등)에도 아케이드 게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 `싱글로케이션(Single Location)제도를 도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동안 음성적으로 운영돼 오던 소형 게임기들이 양성화되면서 이전에 유행하던 결투 게임기 대신 도박성이 강한 게임기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소년위원회의 관계자는 "대부분 불법인 코인 분출형 게임기는 2002년 소형 아케이드 게임이 양성화되면서 합법을 가장하고 등장했다"며 "불법 미니게임기를 근절하기 위해 `싱글 로케이션' 제도의 보완을 문화관광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사행성 게임기가 유행하면서 최근에는 '종이뽑기'나 '캐릭터대결' 형식의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기도 했다.
종이판의 뽑기 종이를 떼서 안에 적힌 당첨 경품을 확인하거나 동전을 넣으면 배출되는 캐릭터의 등급에 따라 액수가 다른 문화상품권을 받게 되는 방식이다.
동대문구 J초등학교 근처 문구점 주인으로 '종이뽑기' 게임을 운영하는 C씨는 "방학이라서 아무래도 학생들이 별로 없지만 학기중에는 아이들이 줄을 서서 게임을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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