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했던 전쟁의 휴전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13일 유엔의 휴전 결의안을 받아들이기로 해 한 달 넘게 끌었던 전쟁이 드디어 막을 내릴 참이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들어오기까지 곡절이야 있겠지만, 큰 틀에서 휴전이 이뤄졌다. 레바논 시민 1천 56명(12일까지)이 숨지고, 헤즈볼라 전사 1백여 명(이스라엘 5백여 명 주장)이 죽은 전쟁. 이스라엘 군인 79명과 민간인 37명(12일까지)이 희생된 전쟁. 인류애를 말살하고,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켰던 추악한 전쟁. 필자는 지리하지만 글을 통해 꾸준히 레바논 전쟁의 성격을 규명하고자 했다. 내밀한 정보를 가진 것도 아닌 상태에서 영국의 신문과 TV 보도를 통해 얻는 제한된 자료로 평가를 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20여 편의 글을 통해 제시했던 레바논 전쟁의 성격, 즉, 크게 다음 5가지는 안타깝게도 진실로 귀결되고 있다.
1)양민학살의 추악한 위선의 전쟁(8월 1일, 8월 3일)
2)피할 수 있었던 불필요한 전쟁(8월 5일)
3)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한 대한 미국의 지지가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을 읽고 있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즉 꼭두각시 전쟁(8월 6일)
4)결국 전쟁의 숨은 주역인 미국이 중동의 황폐화 도미노를 통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쟁(8월 8일)
5)결국 헤즈볼라를 근절시키지 못한 채 과격 분자만 더 양성해 낼 전쟁(8월 9일)
뉴요커의 기사... 레비논 전쟁은 사전 논의
이번 전쟁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하면서 시작됐다. 사살도 아니고, 병사 납치 2명. 병사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다시 말해 국민을 중히 여기는 정부라면 당연히 납치된 병사의 생사를 확인하고 송환 협상을 벌인 뒤, 뒤에 응징조치를 취하는 게 순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아무런 협상 한 번 없이 전쟁에 돌입해 자국 병사 79명과 선량한 국민 37명을 헤즈볼라 로켓포의 제물로 보냈다. 이성을 갖춘 정부라 보기 어렵다. 휴전을 발표한 뒤에야 병사 2명의 석방 교섭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은 앞 뒤 바뀐 전쟁의 일면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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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요커의 탐사 보도. "미국의 진정한 관심은 이스라엘의 전쟁". |
레바논 전쟁이 혹시 무엇인가 불순한 의도를 담고 시작된 게 아니냐는, 전쟁을 미리 기획해 놓고 기다리다 납치 사건이 터지자 바로 실행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문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갖는다. 21일자로 발행되는 미국의 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의 심층 기사는 이런 판단에 힘을 보탠다. 뉴요커지 세이모어 허시(Seymour M. Hersh)기자가 쓴 장문의 기사 "미국의 진정한 관심은 이스라엘의 전쟁에 있다(Washington's real interests in Israel's war)"를 핵심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레바논전쟁은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이전에 논의됐다.
2)이스라엘 관리들이 워싱턴을 방문해 헤즈볼라를 무력화 시키기 위한 레바논 침공 계획을 상의했다.
3)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하면 이란 핵시설 파괴를 위한 미국의 이란 공격시 미국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요커 기사로 다시 해석해 본 레바논 전쟁의 목표
미국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믿고 싶지 않은 내용으로 가득한 기사지만, 현실이다. 이슬람 세력을 '악'으로 규정해 반드시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파악하는 기독교 원리주의 사상에다 반미 세력을 무력으로 진압한다는 제국주의적 가치관으로 무장된 신보수주의 정치인들은 이미 공공연하게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인명을 살상하던 중세 십자군처럼 전쟁에 대해 얘기한다. 레바논 민간인들의 살상은 이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뉴요커의 기사를 재해석해 레바논 전쟁의 성격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신보수주의자들 입장에서 중동의 악(惡)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제거하고 이제 국가 형태로 남은 것은 이란과 시리아다. 신보수주의자들이 집권하고 있는 한 그들이 공언하는 대로 반드시 이 나라들과 어떤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전쟁을 치른다. 이때, 미국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란이 헤즈볼라를 통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미국 여론은 크게 악화된다. 미국에는 이스라엘에 사는 유대인 5백만명 보다 더 많은 유대인이 살고 있다. 이들은 정, 재계는 물론 문화, 언론계의 일부를 장악하고 미국 행정부에 적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안전이 선결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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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무너진 레바논의 한 건물 더미에 깔려 숨진 어린이. |
신보수주의자인 부시 대통령의 임기 중에 이란을 공격한다고 했을 때 배후에 있는 이스라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확실한 안전장치가 필요했던 것임이 드러난다.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에 있는 레바논의 경제와 국력을 파탄시켜 헤즈볼라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트린다. 나아가, 헤즈볼라의 무력을 상당부분 궤멸시켜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무기들을 제거하려는 의도가 병사 납치 복수 전쟁의 숨은 목표였던 것이다. 비록 미 정부 관계자들은 뉴요커의 주장이 근거 없는 것이라고 부인했지만...결국 뉴요커의 기사는 미국 신보수주의자의 대 중동정책과 이를 돕는 이스라엘 강경파의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존관계를 잘 보여 준다. 동시에 이들이 빚어 내는 [전쟁과 평화]의 추악한 광시곡(狂詩曲)에서 중동 정세의 진실을 읽는 혜안(慧眼)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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